
얼마 전 친구 집 벽 한 면을 고치는데, 친구는 페인트만 사 오면 저녁에 끝날 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막상 가 보니 벽지 이음매가 들떠 있었고 콘센트 주변에는 풀 자국도 남아 있더군요. 그날 칠했다면 색은 바뀌어도 들뜬 자국은 그대로 보였을 겁니다. 셀프 도배 페인트 중 무엇을 할지는 원하는 색보다 지금 벽 상태를 먼저 보고 정하는 게 낫습니다.
벽을 만져 보고 작업을 고릅니다
기존 벽지가 단단히 붙어 있고 표면도 평평하다면 페인트가 편합니다. 색을 고르기 쉽고, 나중에 같은 색으로 작은 흠집을 덧칠하기도 좋습니다. 다만 벽지 위에 칠하면 이음매와 요철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실크벽지처럼 표면이 매끈한 경우에는 페인트가 잘 붙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눈에 덜 띄는 곳에 제품 안내에 맞춰 시험 도장하고, 충분히 마른 뒤 손톱으로 살짝 긁어 벗겨지는지 보세요.
벽지가 군데군데 찢어졌거나 이음매가 여러 곳 들떴다면 도배 쪽이 수월할 수 있습니다. 처음이라면 재단해서 주문하는 풀바른 합지벽지가 다루기 편했습니다. 벽지가 두꺼우면 흠을 가려 줄 거라고 기대하기 쉬운데, 큰 구멍이나 튀어나온 못 자국은 새 벽지 위로도 드러납니다. 물에 젖은 흔적이나 곰팡이가 있다면 덮거나 칠하기 전에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계속 젖는 벽은 작업을 멈추고 누수·결로 점검을 맡기는 편이 맞습니다.
한 면 작업비는 이렇게 잡습니다
가로 3m, 높이 2.3m인 벽 한 면을 기준으로 잡아 볼게요. 창문과 문은 없고, 기존 벽의 큰 보수도 필요 없다는 조건입니다. 실제 주문량은 벽 넓이 6.9㎡만 보고 정하면 부족할 수 있습니다. 벽지는 제품 폭에 맞춰 필요한 줄 수를 세고, 높이마다 위아래 재단 여유를 더해야 합니다. 무늬를 맞추는 제품이라면 여유분이 더 필요합니다.
- 풀바른 합지 도배: 벽지와 여분, 헤라·칼·보양재를 합쳐 대략 5만~9만 원을 예산으로 잡습니다. 벽지 폭, 재단 방식, 배송비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 실내 수성 페인트: 페인트, 필요한 경우의 하도제, 롤러·붓·트레이·마스킹테이프·보양재까지 대략 6만~11만 원을 잡습니다. 벽지 위에 칠할 수 있는 제품인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이 금액은 한 면을 처음 작업하며 소모품까지 사는 경우의 계획용 예산입니다. 이미 도구가 있다면 내려가고, 벽 보수재나 폐벽지 처리 비용이 들면 올라갑니다. 페인트는 용량만 보지 말고 제품에 적힌 1회 도장 면적과 권장 도장 횟수를 함께 보세요. 밝은 색 위에 진한 색을 칠하거나 그 반대라면 예상보다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준비 시간을 빼면 일정이 틀어집니다
저는 한 면이라도 가구를 옮기고 바닥을 덮는 데 먼저 30분~1시간을 잡습니다. 그다음 들뜬 부분, 못 구멍, 먼지를 확인합니다. 퍼티로 메운 곳은 제품 안내에 따라 마른 뒤 평평하게 다듬어야 합니다. 여기서 급하게 넘어가면 도배는 불룩해지고 페인트는 그늘처럼 자국이 남습니다.
도배는 처음 하는 사람 기준으로 준비와 재단에 1~2시간, 붙이고 모서리를 다듬는 데 2~4시간 정도를 예상합니다. 벽지를 붙인 직후에는 색 차이나 작은 주름이 보여도 마르면서 달라질 수 있으니 손으로 계속 문지르지 마세요. 대신 이음매가 벌어졌는지, 모서리가 들떴는지는 접착제가 마르기 전에 확인합니다. 풀바른 벽지는 배송 후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으니 주문 전에 작업 날짜부터 비워 두는 게 좋습니다.
페인트는 보양과 표면 손질에 1~2시간, 한 번 칠하는 데 대략 1시간을 잡습니다. 보통 두 번 칠하므로 재도장 간격과 최종 건조 시간은 제품 표시대로 따로 확보해야 합니다. 제가 가장 자주 본 실패는 첫 칠이 덜 마른 상태에서 롤러를 다시 대는 경우입니다. 표면이 밀려 얼룩이 생깁니다. 창을 열어 환기하되 먼지가 날리는 강한 바람은 피하고, 작업 중에는 장갑을 끼세요.
처음 막히는 곳은 모서리와 콘센트입니다
도배를 할 때는 첫 줄이 비뚤어지면 뒤로 갈수록 이음매가 더 틀어집니다. 벽 모서리가 곧을 거라고 믿지 말고 수직을 확인한 뒤 첫 줄을 붙입니다. 칼날은 무뎌지면 벽지가 뜯기듯 잘리므로 자주 새 날로 바꾸는 편이 낫습니다. 칼과 헤라는 저렴한 기본형을 사도 되지만, 한 번 쓰고 말 긴 작업대나 사다리는 빌릴 수 있는지 먼저 알아봅니다. 의자 위에 올라가 천장 가까이를 재단하는 일은 피하세요.
페인트는 큰 롤러부터 들기보다 모서리와 걸레받이 경계를 붓으로 먼저 칠하면 움직이기 편합니다. 마스킹테이프도 먼지 위에 붙이면 틈으로 페인트가 샙니다. 콘센트 주변은 보양해서 표면만 작업하고, 커버를 열거나 배선을 건드려야 한다면 직접 진행하지 마세요. 전기 작업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합니다.
저라면 벽지가 멀쩡하고 색만 바꾸고 싶을 때 페인트를, 들뜸과 찢어짐이 눈에 띌 때는 도배를 고르겠습니다. 어느 쪽이든 실제로 시간을 잡아먹는 건 바르는 순간보다 벽을 고르고 바닥을 지키는 준비입니다. 한 면부터 해 보면 집 전체에 필요한 시간과 내 손에 맞는 작업이 훨씬 분명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