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예배 기도문을 준비하는 분이 “감사할 일도, 부탁드릴 일도 많은데 막상 쓰려니 첫 문장이 어렵다”고 하셨어요. 10월 셋째 주는 가을이 깊어지는 때라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남은 한 해를 생각하기에도 좋습니다. 기도문을 길고 근사하게 쓰려고 애쓰기보다,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사람과 마음을 떠올리면 말이 한결 자연스러워집니다.
아래 기도문은 주일예배에서 함께 드리는 대표기도를 생각하며 썼습니다. 가정에서 읽는다면 ‘우리’를 ‘저’로 바꾸고, 교회 상황에 맞지 않는 문장은 덜어내면 됩니다. 천천히 읽었을 때 자신의 말처럼 들리는지가 가장 좋은 기준이에요.
감사로 기도를 시작하는 방법
기도를 시작할 때는 특별한 사건을 억지로 찾지 않아도 됩니다. 무더운 계절을 지나 선선한 아침을 맞는 일, 바쁜 한 주에도 예배 자리에 모인 일처럼 평범한 감사가 오히려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감사의 대상을 구체적으로 말하면 듣는 사람도 자신의 한 주를 떠올릴 수 있고요.
사랑의 하나님, 10월 셋째 주를 맞아 함께 예배드리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계절이 조금씩 바뀌는 동안에도 저희의 일상을 돌보시고,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갈 힘을 주셨습니다. 즐거웠던 순간뿐 아니라 마음이 무거웠던 날에도 저희와 함께하신 은혜를 기억합니다.
지난 한 주를 돌아보면 감사보다 걱정을 먼저 말한 때가 많았습니다. 받은 도움을 당연하게 여기고 가까운 사람의 수고를 지나치기도 했습니다. 바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하나님 앞에 솔직히 서게 해 주세요. 오늘 드리는 예배가 익숙한 순서로만 지나가지 않고, 저희 마음을 새롭게 하는 시간이 되게 해 주세요.
가족과 이웃을 떠올리며 기도하는 방법
공동 기도에는 여러 사람의 한 주가 담깁니다. 기쁜 소식이 있는 가정도 있지만, 병원 진료를 기다리거나 생활비와 일자리를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요. 누군가의 사정을 짐작해 단정하기보다, 서로 다른 형편을 품어 달라고 기도하면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마음을 모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 저희 가정을 살펴 주세요. 같은 집에 살면서도 마음을 나눌 시간이 부족했다면 다시 대화할 여유를 주시고, 서로에게 남긴 서운함이 있다면 먼저 듣고 이해할 용기를 주세요. 아이를 돌보는 이들에게는 인내를, 부모님을 돌보는 이들에게는 지치지 않을 힘을 더해 주세요. 혼자 지내는 이들도 외로움 속에 머물지 않도록 따뜻한 만남을 허락해 주세요.
몸이 아픈 분들과 치료를 기다리는 분들을 기억합니다. 회복에 필요한 돌봄을 제때 받고, 불안한 밤에는 평안을 누리게 해 주세요. 경제적인 어려움 앞에 선 이들에게 필요한 길이 열리고, 곁에 있는 저희도 그 사정을 외면하지 않게 해 주세요. 말로만 위로하기보다 식사 한 끼를 나누고 안부를 묻는 작은 행동으로 사랑을 전하게 해 주세요.
일터와 학교에서 한 주를 시작할 이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해야 할 일이 쌓여 마음이 급할 때에도 사람을 소홀히 대하지 않게 하시고, 어려운 선택 앞에서는 정직한 길을 고르게 해 주세요. 쉬어야 할 때 충분히 쉬고, 도움이 필요할 때는 혼자 버티지 않고 손을 내밀 수 있게 해 주세요.
교회와 예배를 위해 기도하는 방법
대표기도라면 교회 공동체를 위한 말도 빠지기 어렵습니다. 다만 모든 부서와 행사를 하나씩 나열하면 기도의 흐름이 끊길 수 있어요. 함께 예배드리는 사람들, 말씀을 전하는 사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하는 사람을 차례로 떠올리면 간결하면서도 마음이 담깁니다.
하나님, 저희 교회가 서로의 이름을 알고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가 되게 해 주세요. 처음 예배에 온 사람에게 편안한 자리를 내어 주고, 오랫동안 함께한 사람에게도 익숙하다는 이유로 무심해지지 않게 해 주세요. 생각이 다를 때에는 이기려는 말보다 이해하려는 말을 먼저 건네게 해 주세요.
말씀을 전하는 목회자에게 지혜와 건강을 주시고, 듣는 저희에게는 말씀을 삶으로 옮길 마음을 주세요. 예배를 위해 노래하고 안내하고 공간을 돌보는 모든 손길에도 힘을 더해 주세요. 드러나지 않는 수고를 알아보고 서로 고마움을 표현하는 교회가 되게 해 주세요.
다음 세대도 기억합니다. 아이들과 청년들이 질문을 편히 꺼낼 수 있게 하시고, 어른들이 서둘러 답하기보다 먼저 귀 기울이게 해 주세요. 나이가 다른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를 잊지 않고, 서로에게 배울 것을 발견하게 해 주세요.
남은 가을을 위한 기도로 맺는 방법
기도의 끝에서는 멀리 있는 큰 계획만 말하기보다 다가오는 한 주를 떠올려도 좋습니다. 월요일 아침의 걱정, 미뤄 둔 대화, 돌봐야 할 사람처럼 실제 생활과 닿은 문장은 예배가 끝난 뒤에도 마음에 남습니다.
하나님, 10월의 남은 날들을 성급하게 보내지 않게 해 주세요. 해야 할 일을 성실히 하되 성과만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지 않게 해 주세요. 미뤄 둔 사과가 있다면 먼저 말하게 하시고, 고마운 마음이 있다면 늦기 전에 전하게 해 주세요. 저희가 받은 위로를 곁에 있는 사람과 나누며 살아가게 해 주세요.
이번 주에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때마다 두려움에만 머물지 않고 필요한 도움을 구할 수 있게 해 주세요. 기쁜 일이 생기면 함께 기뻐하고, 힘든 사람을 만나면 서둘러 조언하기보다 곁에 머물게 해 주세요. 저희의 예배와 일상이 서로 떨어져 있지 않도록 이끌어 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기도문을 다 쓴 뒤에는 소리 내어 한 번 읽어 보는 편이 좋습니다. 입에 잘 붙지 않는 표현은 평소 쓰는 말로 바꾸고, 이번 주 공동체에 꼭 필요한 한 문장을 더해 보세요. 그렇게 다듬은 기도에는 10월 셋째 주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자연스럽게 담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