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중고 채굴기 매물을 보다가 가격보다 먼저 계산기를 켠 적이 있다. 판매 글에는 하루 예상 수익이 크게 적혀 있었는데, 소비전력은 작은 글씨로 3,500W라고 쓰여 있었다. 2017년 불장 끝에 가격만 보고 코인을 샀다가 오래 물렸던 기억이 나서, 이번에는 들어오는 돈보다 매달 나갈 돈부터 적어봤다.
채굴기 전기세는 소비전력부터 계산한다
기본식은 간단하다. 소비전력(W)을 1,000으로 나눠 kW로 바꾸고, 하루 가동 시간과 한 달 가동 일수를 곱하면 된다. 비트메인의 앤트마이너 S21을 예로 들면 제조사에 표시된 벽면 기준 소비전력은 25℃에서 3,500W다. 이 수치로 24시간씩 30일 돌리면 3.5kW × 24시간 × 30일, 즉 2,520kWh를 쓴다. 하루에만 84kWh다.
여기에 kWh당 200원을 임시로 넣으면 30일 전력량 비용은 50만 4,000원이다. 300원을 넣으면 75만 6,000원으로 뛴다. 두 금액은 계산법을 보여주기 위한 예시일 뿐, 실제 청구액이 아니다. 채굴기 모델과 설정, 실내 온도에 따라 벽에서 끌어오는 전력이 달라질 수 있으니 제품 광고의 해시레이트보다 소비전력 표기와 실측값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집에서 돌릴 때 단가 하나로 끝내면 틀린다
내가 처음 계산할 때 놓칠 뻔한 부분이 이것이다. 집에서 이미 한 달에 300kWh를 쓰고 있다면 채굴기 2,520kWh는 빈 계량기에 붙는 사용량이 아니다. 같은 계량기에 잡힌다면 월 사용량이 약 2,820kWh가 된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사용 구간에 따라 계산되고 기본요금도 달라질 수 있다. 전력량요금 외에 청구서에 반영되는 항목도 있으므로, 한 구간의 단가를 2,520에 곱한 값만 보고 예산을 잡으면 부족할 수 있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기존 월 사용량으로 계산한 요금과 ‘기존 사용량 + 채굴기 예상 사용량’으로 계산한 요금의 차이를 보는 것이다. 한국전력 요금표나 요금 계산 화면에서 본인 계약 종류와 계절별 적용 구간을 확인하면 된다. 아파트라면 관리비의 전기 사용량과 실제 적용 방식을 함께 봐야 한다. 작업실이나 별도 공간에서 쓸 계획이라면 그곳의 계약 종별로 다시 계산해야 한다.
기계가 쉬는 시간을 반영할 수도 있다. 같은 S21을 하루 12시간씩 30일 가동하면 예상 사용량은 1,260kWh다. 다만 전기료가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만큼 채굴에 참여하는 시간도 줄어든다. 전기료만 낮춘 계산표와 하루 종일 돌린다는 수익표를 섞으면 숫자가 그럴듯해 보여도 비교가 성립하지 않는다.
전기세를 구했으면 수익도 같은 조건으로 맞춘다
채굴 수익 계산기에 해시레이트를 넣으면 하루 예상 채굴량이 나온다. 여기서 확인할 숫자는 원화 수익 하나가 아니다. 계산에 쓰인 비트코인 가격, 네트워크 난이도, 풀 수수료, 채굴기 가동률을 같이 봐야 한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난이도는 약 2,016블록마다 조정된다. 지금 보이는 하루 수익이 몇 달 동안 그대로 들어온다고 가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나는 손익을 볼 때 ‘예상 채굴 수입 − 추가 전기요금 − 풀 수수료 − 냉각·수리 비용’을 먼저 적고, 그다음 장비값을 회수할 수 있을지 따진다. 예를 들어 하루 수입이 1만 5,000원이라면 30일에 45만 원이다. 앞의 단순 예시인 전력량 비용 50만 4,000원에도 못 미친다. 더구나 이 비교에는 채굴기 구입비나 고장으로 멈춘 날이 들어가지 않았다.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도 난이도가 함께 높아지면 원화 수익이 기대만큼 늘지 않을 수 있다.
구매 전에 확인할 것은 청구서만이 아니다
3,500W를 220V로 단순히 나누면 약 15.9A다. 그런데 S21 제조사 사양에는 입력 전압 범위와 입력 전류 조건이 별도로 적혀 있다. 가정용 콘센트 하나가 보인다고 바로 연결할 일이 아니라, 전용 회로와 배선, 차단기 조건을 전기 전문가에게 확인할 문제다. 열과 소음이 계속 나오는 장비라 설치할 공간과 환기 방식도 비용에 영향을 준다.
- 제품명 뒤의 세부 모델까지 맞춰 제조사 소비전력을 확인한다.
- 기존 전기 사용량에 예상 채굴 사용량을 더해 요금 차이를 계산한다.
- 수익 계산기의 가격·난이도·수수료·가동률 가정을 적어둔다.
- 설치 공간의 전기 용량, 열, 소음과 고장 시 수리 비용을 확인한다.
비트코인 채굴기 전기세는 W를 kWh로 바꾸는 데서 시작하지만, 매달 실제로 감당할 돈은 청구서와 설치 조건을 봐야 드러난다. 나는 장비값이 싸다는 말보다 전기를 얼마나 쓰고 수익이 줄어도 버틸 수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다. 그 계산에서 여유가 없다면 채굴기를 사지 않는 선택도 충분히 합리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