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불장 끝물에 비트코인을 처음 샀을 때, 저는 가격보다 분위기를 먼저 봤습니다. 주변에서 더 오른다는 말이 들리니 매수 버튼을 눌렀고, 하락이 시작되자 언제 본전이 올지만 기다렸죠. 그래서 ‘비트코인 1억 언제 가나요?’라는 질문을 보면 날짜를 찍기 전에 먼저 되묻게 됩니다. 어느 거래소의 원화 가격을 말하는지, 그리고 그 가격에 도달하면 무엇을 할 생각인지 말입니다.
1억 원은 이미 한 번 넘었다
비트코인은 국내 원화 거래소에서 2024년 3월 11일 처음 1억 원을 넘었습니다. 당시 업비트 거래 기록을 보면 ‘언젠가 1억 원이 가능할까’는 이미 지나간 질문입니다. 지금 궁금한 건 다시 1억 원에 닿는 시점이거나, 그 위에서 가격이 유지될 수 있느냐에 가깝습니다. 한 번 돌파한 가격이라고 다음에도 쉽게 넘는 것은 아닙니다. 숫자가 같아도 그때의 환율, 매수세, 시장 분위기는 달라지니까요.
저도 예전에는 전고점만 회복하면 마음이 편해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막상 가격이 가까워지면 더 오를 것 같아 매도 계획을 미루고, 내려가면 다시 본전만 기다리게 되더군요. 목표 가격을 맞히는 일보다 그 가격에 왔을 때 할 행동을 미리 적어두는 편이 제게는 훨씬 유용했습니다.
원화 1억 원을 만드는 숫자 세 가지
국내 비트코인 가격은 대략 해외 달러 가격에 원·달러 환율을 곱한 값과 국내외 가격 차이를 함께 봐야 이해됩니다. 예를 들어 해외 가격이 7만 달러이고 환율이 달러당 1,400원이라면 단순 환산액은 9,800만 원입니다. 국내 가격이 이보다 약 3% 높다면 약 1억 94만 원이 됩니다. 달러 가격이 8만 달러가 되지 않아도 국내 거래소 화면에는 1억 원이 찍힐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계산은 설명을 위한 예시이며 실제 호가와 수수료는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달러 가격이 올라가도 원화 강세나 국내 가격 차이의 축소가 겹치면 원화 상승폭은 기대보다 작을 수 있습니다. 흔히 ‘김치 프리미엄’이라고 부르는 국내외 가격 차이도 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저는 원화 차트만 보고 급하게 판단했던 적이 있어, 이제는 같은 시각의 해외 달러 가격과 환율을 같이 확인합니다. 비교 시점이 다르면 빠르게 움직이는 시장에서 엉뚱한 숫자를 맞대기 쉽습니다.
언제를 맞히려 하기보다 조건을 확인한다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 자금 흐름, 금리 기대, 거래소 거래량 같은 자료는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좋은 소식이 나왔다고 바로 상승 날짜가 정해지는 건 아닙니다. 이미 가격에 반영됐을 수도 있고, 예상과 다른 환율 움직임이 원화 가격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특정 지표 하나로 ‘몇 월에 1억 원’이라고 단정하는 전망은 저는 조심해서 봅니다.
직접 확인할 때는 순서를 단순하게 둡니다. 먼저 사용하는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원화 가격과 거래량을 보고, 같은 시각 해외 달러 가격을 확인합니다. 이어 원·달러 환율로 환산해 국내 가격이 유난히 높거나 낮은지 가늠합니다. 하루 급등만 볼 게 아니라 며칠에 걸쳐 거래가 이어지는지 살핍니다. 이 과정도 상승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원화 가격이 움직인 이유를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1억 원에 닿았을 때 내 계좌는 어떻게 될까
가격 예측보다 먼저 계산할 건 내 매수가와 투자 금액입니다. 9,000만 원에 샀다면 1억 원은 약 11.1% 상승한 가격입니다. 반면 1억 원에 산 뒤 8,000만 원으로 내려가면 손실률은 20%입니다. 수수료를 빼기 전에도 손익의 무게가 이렇게 다릅니다. ‘1억 원 돌파’라는 뉴스가 반가운 사람과 아직 손실 중인 사람이 동시에 있을 수 있는 이유죠.
저는 새로 살 돈이 생겨도 한 번에 넣을 금액부터 정하지 않습니다. 먼저 생활비와 비상금을 제외하고, 가격이 20~30% 내려가도 유지할 수 있는 금액인지 봅니다. 매수한다면 여러 번에 나눌지, 목표 가격에 도달했을 때 일부를 팔지, 예상이 틀렸을 때 추가 매수를 멈출 기준은 무엇인지 적어둡니다. 2017년의 저는 이 기준 없이 ‘곧 돌아오겠지’라는 생각으로 오래 버텼습니다.
비트코인이 다시 1억 원에 가는 정확한 날짜는 알 수 없습니다. 이미 넘었던 가격이라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지만, 다음 도달 시점까지 알려주지는 않으니까요. 저는 숫자 하나를 기다리기보다 원화 가격을 움직이는 요소를 확인하고, 그 숫자가 왔을 때 제 계좌에서 무엇을 할지 먼저 정해두려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