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로스쿨 준비를 묻는 글을 보면 ‘리트부터 공부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이 자주 보입니다. 그런데 시험 책을 사기 전에 지원 자격과 학교별 전형을 확인하는 편이 더 급할 때가 많아요. 로스쿨 입시는 한 번의 시험 점수만으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원 자격부터 확인하기
로스쿨은 법학전문대학원의 전문석사 과정입니다. 기본적으로 학사학위가 있거나 입학 전까지 취득할 예정이어야 하고, 지원하는 학년도의 법학적성시험인 리트 성적이 필요합니다.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했어야만 지원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안내하는 전국 로스쿨은 25개교로, 학교마다 선발 방식과 지원 기준이 다릅니다.
먼저 관심 있는 학교 3~5곳의 모집요강을 펼쳐 놓고 지원 자격, 모집군, 반영 점수를 나란히 적어 보세요. 영어 성적을 점수로 환산하는지, 일정 기준을 넘기면 통과로 보는지부터 차이가 납니다. 예를 들어 연세대의 2027학년도 일반전형 안내에서는 리트 150점, 학부 성적 150점, 서류 평가 100점을 1단계에 반영하고 영어는 지원 기준으로 활용합니다. 면접은 2단계에서 50점입니다. 이 숫자를 모든 학교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지원 전략이 어긋날 수 있어요.
리트와 영어는 순서를 나눠 준비하기
리트에는 언어이해, 추리논증, 논술 영역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문제집 여러 권을 쌓기보다 기출문제 한 회분을 실제 시간에 맞춰 풀어 보는 게 출발점이에요. 틀린 문제마다 지문을 잘못 읽었는지, 판단에 시간이 오래 걸렸는지, 선지를 비교하다 흔들렸는지를 적어 두면 다음 공부가 구체적으로 바뀝니다.
가령 긴 글의 마지막 문단을 놓쳐서 틀린 문제와 조건을 표로 옮기는 데 오래 걸린 문제는 연습 방법이 다릅니다. 전자는 문단별 주장과 근거를 짧게 표시해 보고, 후자는 조건을 정해진 방식으로 정돈하며 시간을 재는 식이죠. 논술도 아예 미뤄 두기보다는 기출 제시문을 읽고 주장, 근거, 반론을 짧게 써 보는 연습을 곁들이면 좋습니다. 일부 학교는 논술 답안을 서류 평가에 고려합니다.
영어는 유효기간과 인정 시험을 먼저 확인하세요. 목표 학교의 기준을 충족했다면 리트에 쓸 시간을 확보할 수 있고, 아직 기준에 못 미친다면 시험 일정을 앞당겨 잡는 편이 낫습니다. 연세대 2027학년도 안내처럼 최근 2년 이내 성적을 요구하는 학교도 있으니 예전에 받은 점수를 그대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서류에는 활동 목록보다 선택의 이유 담기
자기소개서에서 막히는 이유는 활동이 부족해서라기보다 활동과 법조 진로 사이의 연결이 흐릿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봉사, 연구, 직장 경험을 모두 길게 나열하기보다 한두 가지 경험을 골라 그때 어떤 문제를 봤고, 무엇을 했으며,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적는 편이 읽는 사람에게 남습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계약서를 다룬 경험이 있다면 ‘법에 관심이 생겼다’에서 멈추지 말고 어떤 조항에서 이해관계가 갈렸는지, 스스로 확인한 사실은 무엇인지 풀어 쓰는 겁니다. 면접 준비에도 같은 방식이 이어져요. 자신의 의견을 먼저 말하고 이유를 두세 가지로 좁힌 뒤, 반대 의견을 들었을 때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연습하면 말이 덜 길어집니다. 다만 자기소개서의 기재 제한과 증빙 서류 기준은 학교마다 다르므로 최종 모집요강을 기준으로 작성해야 합니다.
지원 일정과 생활비까지 계획에 넣기
입시 준비는 공부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2027학년도 일정을 보면 리트는 2026년 7월 19일에 시행됐고, 법학전문대학원 원서접수는 9월 28일부터 10월 2일까지였습니다. 이후 11월에는 모집군에 따라 면접이 진행됩니다. 다음 학년도를 준비한다면 올해 날짜를 그대로 달력에 옮기지 말고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의 새 일정과 각 학교 공고가 나올 때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학교를 고를 때는 합격 가능성뿐 아니라 3년 동안의 생활도 따져야 해요. 등록금, 장학금, 주거비, 통학 시간은 학교별로 차이가 큽니다. 특별전형 자격이 해당된다면 필요한 증빙과 제출 기한도 일찍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서류 한 장이 늦어서 지원 기회를 놓치는 일은 점수와 관계없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처음부터 모든 학교에 맞는 공부 계획을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지원 자격을 확인하고, 기출 한 회분으로 현재 위치를 파악한 뒤, 관심 학교의 모집요강에 맞춰 영어와 서류 일정을 배치해 보세요. 로스쿨 준비는 막연한 경쟁으로 생각할 때보다 내가 채워야 할 항목이 눈에 보일 때 한결 차분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