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비트코인이 하루 사이 3% 움직인 날, 같은 방향을 맞히고도 계좌가 크게 줄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진입 방향보다 포지션 크기와 청산 거리가 먼저 문제였을 가능성이 크다. 나는 비트코인 레버리지 거래를 볼 때 배율 표시보다 실제로 얼마어치를 들고 있는지부터 계산한다. 화면의 5배, 10배는 손익을 설명하는 숫자의 일부일 뿐이다.
1. 배율보다 포지션 금액을 먼저 본다
증거금 100만 원으로 5배 롱을 잡으면 포지션 금액은 500만 원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2% 오르면 수수료 등을 빼기 전 이익은 약 10만 원, 반대로 2% 내리면 손실도 약 10만 원이다. 같은 증거금으로 10배를 쓰면 포지션은 1,000만 원이 되고 같은 2% 하락에 손실은 약 20만 원으로 커진다. 가격 변동률은 같아도 계좌가 받는 충격은 다르다.
여기서 자주 놓치는 게 수수료다. 진입과 청산 수수료는 증거금 100만 원이 아니라 거래한 포지션 금액을 기준으로 붙는다. 시장가 주문이 예상보다 불리한 가격에 체결되면 실제 손실은 계산표보다 더 커진다. 배율을 정하기 전에 포지션 금액, 왕복 수수료, 예상 손절 폭을 한 줄에 적어보는 이유다.
2. 손절가와 청산가 사이의 거리를 확인한다
단순 계산으로는 10배 롱에서 가격이 10% 떨어지면 초기 증거금에 해당하는 손실이 난다. 그런데 실제 청산은 그 지점보다 먼저 발생할 수 있다. 거래소가 요구하는 유지증거금과 거래 수수료 등이 남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바이낸스와 바이비트의 선물 안내에도 청산 판단에 표시가격을 사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차트에서 보는 최근 체결가만 확인하면 청산까지 남은 거리를 잘못 읽을 수 있다.
격리마진은 해당 포지션에 배정한 증거금을 기준으로 위험을 관리한다. 교차마진은 계정의 사용 가능한 잔고가 포지션을 떠받칠 수 있어, 한 거래의 손실이 다른 잔고에도 영향을 준다. 다만 격리마진도 추가 증거금을 자동으로 넣는 설정이 켜져 있다면 예상한 손실 한도가 달라질 수 있다. 주문을 넣기 전에 거래소가 표시하는 청산가와 증거금 설정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
3. 미결제약정과 펀딩비를 같이 읽는다
가격이 오르면서 선물 미결제약정도 늘면 새 포지션이 쌓이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매수세가 건강하다는 증거는 아니다. 같은 시점에 펀딩비까지 높아지면 롱 포지션이 한쪽으로 몰렸을 가능성을 점검한다. 롱이 많은 구간에서는 작은 하락에도 손절과 청산 주문이 겹쳐 낙폭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미결제약정 감소를 무조건 상승 신호로 읽는 것도 위험하다. 기존 포지션이 정리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다음 방향은 알 수 없다.
펀딩비는 보유하는 동안 손익을 조금씩 바꾼다. 예를 들어 포지션 500만 원에 적용되는 펀딩비가 한 번의 정산에서 0.01%라면 비용은 500원이다. 0.1%라면 5,000원이다. 지급 방향과 정산 간격은 계약과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단기 거래에는 작아 보이는 금액도 포지션을 오래 끌고 가면 무시하기 어렵다. 그래서 진입 전 현재 펀딩비와 다음 정산 시각을 함께 본다.
4. 거래소 유입량은 매도 신호로 단정하지 않는다
온체인에서는 거래소로 들어오는 비트코인 물량을 본다. 입금이 늘면 매도 가능한 물량이 늘어날 수 있지만, 입금량 자체가 매도 체결량은 아니다. 지갑 간 이동이나 거래소 내부 자금 재배치도 섞일 수 있다. 글래스노드는 거래소 주소 식별이 완전하지 않고, 새 주소가 확인되면 과거 수치도 수정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하루 유입량 한 점보다 최근 며칠의 흐름과 현물 거래량을 같이 본다. 예컨대 유입량이 평소보다 늘었는데 현물 거래량은 약하고 선물 미결제약정만 빠르게 증가한다면, 상승을 뒤쫓는 레버리지 포지션이 현물 수요보다 앞서 있는지 의심해 볼 만하다. 이것도 예측 신호가 아니라 위험을 점검하는 조합이다. 지표 하나로 숏을 잡을 근거는 부족하다.
5. 허용 손실에서 주문 수량을 역산한다
나는 진입가보다 먼저 이번 거래에서 잃을 수 있는 금액을 정한다. 계좌가 1,000만 원이고 한 번의 거래 손실 한도를 1%로 잡았다면 한도는 10만 원이다. 손절까지 가격 거리가 2%라면 수수료와 체결 오차를 제외한 최대 포지션은 500만 원이다. 5배를 쓰면 필요한 초기 증거금은 대략 100만 원이지만, 10배를 쓴다고 허용 포지션이 1,000만 원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 경우 같은 2% 손절에서 예상 손실이 20만 원이 돼 처음 정한 한도를 넘는다.
실제 주문 수량은 왕복 수수료와 급변 구간의 미끄러짐을 감안해 이 계산값보다 작게 잡는다. 손절 주문도 급격한 변동이나 유동성 부족 때 지정한 가격에 정확히 체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7년 동안 거래소와 온체인 데이터를 함께 보며 느낀 건, 좋은 진입 근거도 포지션이 너무 크면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점이다. 레버리지를 높일 이유를 찾는 시간보다 이번 거래가 틀렸을 때 계좌에 남는 금액을 계산하는 시간이 더 값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