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장매매 현장에 가봤더니 매출보다 월세가 걸렸다

당구장매매 현장에 가봤더니 매출보다 월세가 걸렸다

몇 년 전 당구장매매 물건을 보러 갔을 때, 사장님은 문을 열자마자 매출 장부부터 꺼냈습니다. 저는 그보다 임대차계약서를 먼저 보고 싶었습니다. 저녁 손님이 꽤 있는 가게였는데 계약 만료가 가까웠고, 새 임차인이 들어오면 월세를 올리겠다는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거든요. 장부에 찍힌 이익은 현재 월세를 기준으로 한 숫자였습니다. 그 가게는 결국 사지 않았습니다. 경매 물건에서 등기 한 줄을 놓치면 계산이 뒤집히듯, 영업 중인 가게도 계약 조건 하나로 값이 달라집니다.

매출 장부보다 임대차계약서를 먼저 봤다

당구장을 산다는 말에는 보통 서로 다른 거래가 섞여 있습니다. 건물을 사는지, 임차인의 시설과 영업을 넘겨받는지부터 구분해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당구장매매는 후자입니다. 기존 사장님과 권리금 계약을 맺더라도 건물주와의 임대차계약은 별도로 성사돼야 합니다. 기존 계약서의 보증금과 월세가 새 임차인에게 그대로 적용된다고 생각하면 위험합니다.

저는 현장에 가기 전에 계약 만료일, 보증금, 월세, 관리비, 부가세 포함 여부를 적어 둡니다. 가게 안에서는 전기 사용량과 냉난방기 상태도 봅니다. 당구장은 저녁 영업 비중이 큰 편이라 조명과 냉난방 비용이 생각보다 큽니다. 관리비에 무엇이 포함되는지 모르면 사장님이 말한 ‘월 순익’을 그대로 믿기 어렵습니다.

건물주와 직접 만나 새 계약의 임대료, 계약 기간, 업종 사용에 이견이 없는지 확인하는 순서도 필요합니다. 돈을 먼저 보내고 나중에 만나면 협상할 여지가 줄어듭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규정이 있더라도, 그 규정이 새 임차인의 월세를 고정해 주거나 계약 체결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건물이 매각 중이거나 경매가 진행 중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등기사항증명서와 진행 상황까지 확인하고, 새 소유자 아래에서 영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따져야 합니다.

당구대 여덟 개가 전부 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매장 사진에는 당구대 여덟 개가 반듯하게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사진만으로는 소유자를 알 수 없습니다. 당구대와 냉난방기, 정수기, 결제 단말기 중 무엇이 판매자 소유이고 무엇이 임대 또는 할부인지 하나씩 적어야 합니다. 계약서에는 품목, 수량, 모델, 작동 상태를 붙이고 인도일에 다시 대조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당구대는 상판 상태만 볼 일이 아닙니다. 천 교체 시기, 쿠션 반발, 수평, 조명 위치를 살피고 손님이 많은 시간에 실제로 공을 쳐 봐야 합니다. 이전 설치가 필요한 물건이라면 운반비와 재설치비도 예상해야 합니다. 시설 권리금을 크게 부르는 매장일수록 ‘새로 들인 값’보다 지금 중고로 처분했을 때의 값과 당장 들어갈 수리비를 따로 보는 게 맞습니다. 인테리어에 1억 원을 썼다는 말은 들을 수 있지만, 다음 사람이 그 돈을 돌려준다는 뜻은 아닙니다.

선불 충전금과 회원 적립금도 물어봅니다. 손님에게 이미 받은 돈으로 앞으로 제공해야 할 서비스가 남아 있다면, 인수 뒤에는 그 부담이 내 몫이 될 수 있습니다. 직원 급여나 거래처 미지급금 역시 계약 전에 범위와 정산 주체를 분명히 적어야 합니다. 장부 밖에 남은 의무까지 가격에 얹어 받는 셈이 되면 싼 매물도 금방 비싸집니다.

광고

월 매출 1천만 원이라는 말은 세 번 확인한다

가령 판매자가 월 매출 1천만 원, 월세와 관리비 300만 원, 인건비 250만 원을 말한다고 해봅시다. 여기서 ‘450만 원 남는다’고 쓰기 쉽습니다. 그런데 카드 수수료, 전기료, 소모품, 대회 운영비, 당구대 천 교체비, 사장 본인의 노동비가 빠져 있다면 그 숫자는 운영 수익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이 수치는 설명을 위한 가정일 뿐, 실제 수익률이 아닙니다.

저는 최소 몇 달치 카드 매출과 현금영수증 자료, 사업용 계좌 입금 내역을 서로 맞춰 봅니다. 자료를 보여줄 수 없는 현금 매출은 가격을 정할 때 보수적으로 잡습니다. 평일 낮, 평일 밤, 주말 밤에도 각각 들릅니다. 단골 몇 팀이 매출 대부분을 만든다면 사장님이 바뀐 뒤에도 그 손님이 남을지 생각해야 하니까요. 매출이 잘 나온 한 달보다 손님이 적었던 달의 임대료를 어떻게 냈는지가 더 궁금합니다.

권리금 회수 기간도 낙관적으로 잡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시설·영업 권리금 5천만 원에 취득 관련 비용과 초기 수리비 1천만 원이 들고, 운영자를 고용한 뒤 실제로 월 150만 원이 남는다면 단순 계산으로 40개월입니다. 여기에는 대규모 수선, 영업 부진, 폐업 비용이 빠져 있습니다. 계약 기간과 비교했을 때 회수 시간이 너무 길다면 가격을 낮추거나 물러나는 쪽을 택합니다.

계약금은 확인할 것을 확인한 뒤 보낸다

계약서에는 건물주와 새 임대차계약을 맺지 못하면 권리금 계약을 어떻게 처리할지, 매출 자료가 실제와 크게 다를 때 어떻게 할지, 집기 고장과 미지급금은 누가 부담할지를 구체적으로 적습니다. 말로만 ‘걱정 없다’고 하는 부분일수록 문장으로 남겨야 합니다. 중개인이 끼어 있어도 영업양수도 계약과 임대차계약의 상대방은 서로 다릅니다.

당구장업은 체육시설업 신고 대상입니다.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는 영업 양수 시 신고에 따른 권리와 의무를 승계하는 규정도 있습니다. 그래서 관할 지자체에 신고 처리 방식, 시설 기준, 기존 업소의 행정처분 이력을 거래 전에 확인합니다. 영업권과 시설 대금을 어떻게 나눠 적고 세금 자료를 어떻게 주고받을지는 거래 형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세무사와 계약 전에 맞춰 두는 편이 낫습니다. 국세청 안내에서도 영업권만 양도하는 경우와 사업 전체를 넘기는 경우의 부가가치세 처리를 구분합니다.

저는 현장에서 손님이 많은 가게를 보면 지금도 솔깃합니다. 다만 입찰장에서도 그랬듯, 마음이 앞서는 순간 계산서를 다시 펼칩니다. 당구장매매 가격은 당구대 숫자나 지난달 매출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다음 달에도 감당할 수 있는 월세인지, 인수할 의무가 어디까지인지, 손님이 줄어도 버틸 여유가 있는지까지 확인하고 나면 살 만한 가게와 보기만 좋은 가게가 꽤 선명하게 갈립니다.

당구장매매 현장에 가봤더니 매출보다 월세가 걸렸다 - 요약
광고

댓글 0

평가를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

모두 ID로 로그인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