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셔스신혼여행에서 마헤부르를 걸어봤더니

모리셔스신혼여행에서 마헤부르를 걸어봤더니

마헤부르 해안가에서 잠깐 쉬고 있는데, 산책하던 사람이 우리 옆을 지나가고 작은 배 몇 척이 물 위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모리셔스신혼여행이라고 하면 근사한 리조트가 먼저 떠오르지만, 그날 오래 기억에 남은 건 둘이 벤치에 앉아 아무 말 없이 보낸 시간이다. 바다를 앞에 두고도 서두를 일이 없는 동네였다.

리조트 밖으로 나온 오전

마헤부르는 모리셔스 남동쪽의 바닷가 마을이다. 여행 중 하루를 비워 이곳에 왔다. 해안 산책로에 닿기 전에는 가게와 집이 섞인 길을 걸었는데, 진열대 앞에 선 사람도 오토바이를 세우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숙소 주변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평범한 아침 풍경이라 자꾸 걸음이 느려졌다.

처음에는 특별한 장소를 찾아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몇 블록 걷고 나니 그 생각이 옅어졌다. 문을 연 가게를 지나고, 다음 골목에서 바다가 보이면 그쪽으로 가는 정도가 이 동네에는 잘 어울렸다. 그늘이 드문 구간도 있어 물을 챙기고 편한 신발을 신은 건 다행이었다. 느긋하게 걷고 싶어도 한낮의 햇빛까지 느긋한 건 아니었다.

시장에서는 서로 다른 걸 봤다

마헤부르 중심부에는 버스 정류장과 가까운 시장이 있다. 월요일에는 장이 크게 서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북적임이 조금 가라앉은 평일에 들렀다. 옷가지와 생활용품 사이로 채소를 고르는 사람이 오갔고, 먹을거리를 파는 자리 앞에서는 잠깐씩 줄이 생겼다. 관광객을 위해 꾸민 거리보다는 동네의 장보기 공간에 가까웠다.

남편은 향신료 앞에서 오래 멈췄고, 나는 어떤 사람들이 장바구니에 무엇을 담는지가 더 궁금했다. 같은 길을 걸어도 보는 게 이렇게 다르구나 싶어 웃었다. 간단히 먹을 것을 사서 그 자리에서 나눠 먹었는데, 메뉴를 오래 고른 점심보다 그 짧은 시간이 편했다. 시장이 가장 활기찬 날을 보고 싶다면 월요일을 택하면 된다. 우리처럼 조용히 걷고 싶다면 큰 장이 서지 않는 날이 더 맞을 수 있다.

다만 한적한 날의 시장은 기대한 만큼 볼거리가 많지 않을 수도 있다. 가게마다 문 여는 시간도 같지 않다. 시장 구경 하나만을 위해 먼 숙소에서 오기보다는 해안 산책과 함께 묶는 편이 좋겠다고 느꼈다. 물건을 꼭 사야 할 이유가 없으니 통로를 막지 않고 천천히 한 바퀴 돌아볼 수 있었다.

광고

해안 산책로에서 놓친 일정을 잊었다

시장에서 해안 쪽으로 걸어가니 시야가 갑자기 트였다. 마헤부르 해안 산책로에는 바다를 바라보고 앉을 자리가 있다. 우리는 배가 떠 있는 방향을 보며 꽤 오래 쉬었다. 사진을 몇 장 찍고 나서는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었다. 물결이 움직이는 속도를 보고 있자니 다음 장소로 서둘러 갈 마음이 잘 나지 않았다.

이곳을 사람 없는 비밀 장소라고 부를 수는 없다. 동네 사람들이 걷고, 날에 따라 여행자도 들른다. 그래도 우리가 갔을 때는 각자 할 일을 하거나 자기 속도로 쉬는 분위기였다. 누군가의 생활 공간을 구경한다는 마음보다 잠시 그 공간을 함께 쓰고 간다는 마음으로 앉아 있었다. 해안가의 그늘은 시간에 따라 달라지니 오래 머물 생각이라면 모자도 챙기는 게 좋다.

신혼여행에서 하루쯤은 비워두고 싶다

마헤부르에서 보낸 시간에는 미리 예약한 체험도, 꼭 맞춰야 할 일정도 없었다. 시장을 지나 해안까지 걷고, 쉬다가 다시 골목으로 돌아왔을 뿐이다. 길을 잘못 들면 되돌아가면 됐고, 마음에 드는 자리가 나오면 조금 더 앉아 있었다. 서로의 걸음에 맞추는 일이 자연스러웠다.

모리셔스신혼여행에서 화려한 바다와 좋은 숙소를 기대하는 마음도 안다. 우리도 그런 시간을 좋아했다. 그런데 마헤부르의 평범한 오후가 둘 사이에는 더 오래 남았다. 여행이 끝난 뒤에도 문득 떠오르는 건 멋진 일정표가 아니라, 벤치에서 쉬다가 이제 슬슬 걸을까 하고 함께 일어났던 순간이다.

모리셔스신혼여행에서 마헤부르를 걸어봤더니 - 요약
광고

댓글 0

평가를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

모두 ID로 로그인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