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 오피스텔 분양 상담을 받으러 갔을 때, 상담사가 가장 먼저 보여준 건 월세 예상액이었다. 그런데 제가 먼저 물은 건 입주 때까지 내야 할 돈과 그 방을 다시 팔 수 있을 만한 가격이었다. 경매 물건을 볼 때도 수익률보다 빠져나올 길을 먼저 보는 버릇이 있다. 새 건물이라고 계산 순서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월세보다 먼저 분양가를 의심했다
오피스텔분양 광고에는 역까지의 거리, 새 가전, 예상 월세가 큼직하게 나온다. 문제는 그 월세를 받을 수 있는 방이 주변에 얼마나 많은지다. 같은 역세권이라도 오래된 오피스텔의 실제 임대료와 신축 분양가 사이가 크게 벌어져 있으면, 새 건물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차이를 오래 지키기 어렵다.
저는 견본주택을 보고 나오면 근처 중개업소에서 비슷한 전용면적의 매매 호가와 월세를 따로 확인한다. 광고에 적힌 임대료만 묻지 않고 최근 계약된 금액, 현재 비어 있는 호실, 임차인이 선호하는 층과 방향을 묻는다. 호가는 매도인이 받고 싶은 돈이고, 실제 거래가격과는 다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자료와 한국부동산원 오피스텔 통계도 함께 본다. 통계는 지역 흐름을 읽는 데 쓰고, 특정 호실의 임대 가능성을 판단할 때는 현장 공급량을 더 무겁게 본다.
예를 들어 분양가가 2억 4천만 원이고 비슷한 기존 오피스텔의 매매가격이 2억 원 안팎이라면, 월세가 조금 높다는 설명만으로 4천만 원 차이를 덮기 어렵다. 입주 후에도 새 분양 물량이 한꺼번에 임대로 나오면 집주인끼리 보증금과 월세를 낮추며 경쟁할 수 있다. 역 앞에 서서 같은 시기에 올라가는 건물을 세어보는 일이 생각보다 유용하다.
예상 수익률은 비용을 넣으면 달라진다
분양 상담에서 연 수익률을 보여줄 때는 월세에 12를 곱해 분양가로 나누는 경우가 많다. 계산은 간단하지만 투자자 손에 남는 돈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가령 2억 4천만 원짜리 오피스텔을 보증금 1천만 원, 월세 90만 원에 임대한다고 가정해 보자. 연 임대료는 1,080만 원이고, 보증금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수익률은 4.5%다.
여기서 1년에 한 달 공실이 나고, 집주인이 부담할 수선비와 중개보수 등을 합쳐 100만 원이 든다고 가정하면 그해 임대수입은 890만 원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취득 과정의 세금과 등기 비용, 보유세, 대출이자까지 넣어야 한다. 보증금 1천만 원도 나중에 임차인에게 돌려줘야 할 돈이지 수익이 아니다. 숫자를 적어보면 광고 속 4.5%와 내 통장에 남는 수익은 꽤 다르게 보인다.
잔금대출도 분양 상담사의 예상 한도만 믿고 계약금을 넣으면 위험하다. 입주 시점의 금리, 감정평가액, 본인의 소득과 기존 대출에 따라 실제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저는 계약 전에 금융기관에 현재 기준의 가능 금액을 확인하고, 대출이 예상보다 적게 나올 때 채울 현금까지 적는다. 특히 중도금 대출이 된다는 말과 잔금을 원하는 만큼 빌릴 수 있다는 말은 같은 뜻이 아니다.
계약서에서 입주 날의 위험을 찾는다
경매에서는 등기부 한 줄 때문에 입찰을 접기도 한다. 분양 계약에서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건물을 사는 만큼 확인할 서류가 다르다. 분양신고 내용, 대지 권리관계, 신탁 여부, 분양대금 납부 계좌, 준공과 입주 예정일을 계약서 및 공식 서류와 맞춰 본다. 상담 자리에서 들은 말이 계약서에 없다면 나중에 다투기 어렵다.
특히 ‘분양보증이 있으니 안전하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안내를 보면 오피스텔 사업은 분양보증을 받는 방식 외에 신탁계약을 활용하는 방식도 있다. 보증이 있다면 어느 사업과 계약금·중도금이 대상인지, 보증기간은 어디까지인지 확인한다. 보증이나 신탁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입주 지연에 따른 내 이자와 임대 공백까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계약 해제 조건도 읽는다. 입주가 늦어지거나 설계가 바뀌었을 때 어떤 절차로 처리하는지, 잔금을 제때 못 내면 연체료가 어떻게 붙는지 확인한다. 발코니 확장이나 가전이 포함된 것처럼 들렸더라도 유상 옵션인지 별도 계약인지 따져야 한다. 분양가를 비교할 때 이런 비용을 빼면 싼 호실을 고른 줄 알았다가 잔금 때 놀라게 된다.
세금과 매도까지 생각해야 가격이 보인다
오피스텔은 공부상 용도와 실제 사용 방식이 세금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업무용으로 임대할 때의 부가가치세 문제와 주거용으로 임대할 때의 세금 문제를 같은 것으로 취급하면 곤란하다. 국세청 안내에서도 업무용 사용에 따른 매입세액 공제는 실제 사용과 과세 요건을 전제로 설명한다. 분양 현장에서 ‘부가세는 다 돌려받는다’는 말을 들었다면 임대 계획을 정한 뒤 세무 전문가에게 적용 여부와 이후 용도 변경의 영향을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나중에 팔 가격도 지금 적어봐야 한다. 저는 예상 월세가 계획보다 10만 원 낮아지고, 입주 후 몇 달간 임차인을 못 구하는 경우를 계산해 본다. 그 상태에서 대출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지, 급히 팔아야 할 때 주변 기존 오피스텔 가격으로 내려도 버틸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분양권 전매나 계약 승계가 가능하다는 설명을 듣더라도 제한 조건과 실제 매수 수요는 별개다.
오피스텔분양은 새 건물의 편의성이 분명한 상품이다. 다만 계약금을 넣는 순간부터는 광고 속 월세가 아니라 내 현금흐름이 움직인다. 저는 수익률이 좋아 보이는 방보다, 임차인이 늦게 구해지고 매도가 늦어져도 버틸 수 있는 가격의 방에 더 오래 눈이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