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과의 결승전을 보면서 가장 오래 남은 장면은 삼진보다도 좀처럼 이어지지 않던 일본의 공격이었다. 하현승이 던진 공에 타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궁금해 기록을 다시 찾아봤다. 그러다 ‘하현승 일본 드래프트 1순위 평가’라는 표현도 눈에 들어왔다. 일본을 상대로 한 인상적인 투구와 실제 드래프트 지명은 서로 다른 이야기라서, 어느 기록이 확인된 사실인지부터 짚을 필요가 있었다.
일본전 7이닝이 보여준 것
2026년 9월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한국은 일본을 2대 0으로 꺾었다. 선발 하현승의 기록은 7이닝 1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 7이닝 경기에서 끝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완봉승을 거뒀다. 한 경기의 탈삼진 8개도 눈에 띄지만, 일본 타선에 허용한 안타가 하나였다는 점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삼진을 잡지 않은 타석에서도 좀처럼 출루를 내주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사실 2대 0은 투수에게 넉넉한 점수 차가 아니다. 주자 두 명만 쌓여도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하현승은 결승 무대에서 볼넷을 2개로 묶고 실점 없이 경기를 끝냈다. 큰 경기에서 긴 이닝을 책임졌다는 사실까지 함께 봐야 이 기록의 무게가 보인다. 다만 피안타와 탈삼진만으로 구종별 완성도나 프로 타자를 상대로 한 결과까지 단정할 수는 없다. 그날 확인된 것은 일본 청소년 대표팀을 상대로 압도적인 결과를 냈다는 점이다.
한 경기의 폭발이었을까
한일전만 떼어 놓으면 ‘그날 유난히 잘 던진 것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대회 전체 기록을 붙이면 그림이 조금 달라진다. 하현승은 3경기에 등판해 15⅔이닝 동안 25탈삼진, 4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9이닝당 탈삼진으로 환산하면 약 14.4개다. 청소년 대회에서 여러 차례 상대를 바꿔 가며 쌓은 수치라는 점에서 결승의 호투를 뒷받침한다.
흐름도 좋았다. 대만과의 조별리그 경기에서는 5⅔이닝 2피안타 12탈삼진 무실점으로 출발했고, 일본과의 슈퍼라운드 경기에도 구원 등판해 탈삼진 5개를 잡았다. 그리고 다시 만난 일본과의 결승에서는 7이닝을 혼자 책임졌다. 같은 상대를 대회 중 두 번 만나는 일은 투수에게 마냥 편하지 않다. 타자도 앞선 타석을 기억하고 대응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맞대결이 결승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마지막 7이닝은 더 흥미로운 기록이다.
‘일본 드래프트 1순위’라는 말의 거리
여기서 표현을 정확히 가를 필요가 있다. 하현승이 실제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무대는 일본 프로야구 드래프트가 아니라 2026년 9월 열린 2027 KBO 신인 드래프트다. 지명 구단은 키움 히어로즈다. 10월에는 계약금 16억 원에 입단 계약도 맺었다. KBO와 키움의 발표로 확인되는 대목은 여기까지다.
반면 ‘일본 드래프트에 나왔다면 1순위’라는 말은 실현된 지명 결과가 아니라 가상의 평가다. 일본전 완봉승을 보고 그만한 재목이라고 느낄 수는 있다. 근데 일본 구단의 공식 순위표나 특정 구단의 지명 결정이 확인된 것처럼 쓰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 드래프트의 실제 전체 1순위, 일본을 상대로 남긴 경기 기록, 일본 무대에서 받을 법한 평가를 한 문장에 섞지 않는 편이 선수의 성과를 오히려 또렷하게 보여준다.
이제는 프로에서 이어질 기록을 볼 차례
하현승이 더 눈길을 끄는 이유는 투수와 타자를 모두 해온 선수이기 때문이다. 투수로는 국제대회에서 긴 이닝과 많은 탈삼진을 보여줬고, 타석에서도 재능을 인정받아 왔다. 하지만 프로에서 두 역할을 얼마나 병행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등판 사이 회복, 타격 훈련 시간, 시즌 전체의 부담까지 고려해야 하는 문제다. 고교 무대의 가능성과 프로 구단의 실제 운용 계획은 같은 숫자로 답할 수 없다.
내가 앞으로 챙겨보고 싶은 건 첫 등판의 최고 구속 하나보다 여러 경기에서의 흐름이다. 이닝이 늘어도 볼넷을 억제하는지, 같은 타순을 두 번째 만났을 때도 헛스윙을 끌어내는지, 투타 겸업이 이어진다면 두 역할 사이에서 몸 상태를 유지하는지가 궁금하다. 일본전 7이닝은 강렬한 출발점이었다. 그 장면이 오래 기억될수록, 다음 기록은 더 차분하게 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