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에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 명단을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빠진 선수들이었다. 손정범과 서재민은 6월 태국 전지훈련에도 참가했지만 최종 23명에는 없었다. 이미 병역 문제를 해결한 김준홍, 이승원, 이영준은 이름을 올렸다. 이민성 감독 아시안게임 명단 의문이 커진 건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10월, 한국은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땄다. 당시의 의문을 지금은 어떻게 봐야 할까.
23명 명단에서 보였던 선택
대한축구협회가 7월 9일 발표한 남자 대표팀은 유럽 무대 선수 9명과 K리그 선수 14명으로 구성됐다. 23세 초과 선수를 뽑는 와일드카드 세 자리는 양현준, 엄지성, 이기혁에게 돌아갔다. 골키퍼 3명, 수비수 8명, 미드필더 10명, 공격수 2명이라는 포지션 분포도 눈에 띄었다. 최전방 자리는 이영준과 김명준 두 명에게 맡긴 셈이다.
명단을 보면 감독이 어떤 경기를 그렸는지 짐작할 수 있다. 측면에는 일대일 돌파가 가능한 선수들을 모았고, 중원에는 이기혁의 경험을 더했다. 이 감독도 와일드카드 선발 이유로 전술적 활용 가치와 경기 운영 능력을 들었다. 단기 대회에서 필요한 역할을 먼저 정하고 선수를 채운 선택으로 읽혔다.
그렇다고 발표 당시의 의문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6월 태국 전지훈련에서 손정범과 서재민은 실제로 출전 기회를 받았다. 그 평가를 거쳐 왜 최종 명단에서 빠졌는지 팬이 궁금해하는 건 당연하다. 이 감독은 탈락 선수들을 공개적으로 하나씩 평가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뜻을 밝혔다. 그 입장은 이해하지만, 팬에게 남은 정보만으로 두 선수와 최종 선발 선수의 우열을 단정할 수도 없다.
병역보다 경기력이 앞선 자리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명단은 늘 병역 문제와 함께 읽힌다. 그래서 병역을 이미 해결한 선수 세 명의 발탁은 더 크게 보였다. 그 자리에 다른 선수가 들어갔다면 금메달의 혜택을 받을 기회도 달라졌을 테니까. 다만 대표팀 선발에는 우승을 위한 전력 구성이라는 기준도 있다. 당시 논쟁은 두 기준이 부딪힌 데서 시작됐다.
특히 이영준의 자리는 대체하기 어려웠다.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린 전문 공격수는 두 명뿐이었다. 대회가 시작된 뒤 이영준은 중국과의 준결승을 앞둔 최근 두 경기에서 3골을 넣으며 최전방의 선택지가 됐다. 일본과의 결승에도 선발로 나섰다. 김준홍 역시 결승까지 골문을 지켰고, 이승원은 결승 선발 중원 조합에 포함됐다. 세 선수를 단순히 병역 상태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진 이유다.
그렇지만 우승이 선발 과정의 모든 질문에 답해주지는 않는다. 빠진 선수가 있었다면 더 좋은 경기를 했을 가능성까지 검증할 방법은 없다. 반대로 명단에 든 선수가 우승에 기여했다는 사실도 지울 수 없다. 결과와 당시 판단의 근거는 함께 봐야 한다.
5전 전승 숫자에 담긴 흐름
대회 성적은 선명하다. 대한축구협회 기록상 한국은 카타르를 4대1, 사우디아라비아를 2대0으로 이겼다. 8강에서 베트남에 4대0, 준결승에서 중국에 2대1로 승리한 뒤 결승에서 일본을 1대0으로 눌렀다. 5전 전승, 13득점 2실점이다. 2014년 인천 대회부터 이어진 남자 축구 금메달도 4회 연속으로 늘었다.
득점만큼 흥미로운 건 마지막 경기의 흐름이다. 일본전 전반은 0대0이었다. 대한축구협회 경기 기록을 보면 후반에는 한국이 중원 주도권을 내줬고, 이기혁을 빼고 황도윤을 투입한 뒤 선제골이 나왔다. 후반 16분 양민혁의 크로스가 골키퍼 손을 거쳐 흘렀고 엄지성이 마무리했다. 이후 일본의 슈팅이 골대를 맞는 장면도 있었다. 결승의 한 골 차 승리는 조별리그의 넉넉한 점수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엄지성은 카타르전 해트트릭을 포함해 대회 4골 4도움을 기록했고, 일본전 결승골까지 넣었다. 와일드카드 한 자리가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다. 동시에 결승에서 버틴 수비와 김준홍의 존재를 빼고 공격 숫자만 이야기하면 그날 경기를 절반만 설명하는 셈이다.
금메달 뒤에 다시 읽는 명단
7월의 명단을 다시 펼치면 빠진 선수부터 찾게 된다. 10월의 경기 기록을 나란히 놓으면 왜 특정 역할의 선수들이 선택됐는지도 조금 더 보인다. 특히 측면의 엄지성, 최전방의 이영준, 골문의 김준홍은 토너먼트에서 맡은 자리가 뚜렷했다. 이 감독이 말한 단기 대회용 구성은 결과로 상당 부분 설득력을 얻었다.
그래도 선발을 평가할 때 금메달 하나만 남기고 당시의 의문을 지울 필요는 없다. 명단 발표 때는 납득하기 어려웠던 선택이 있었고, 실제 경기는 그 선택의 이유 일부를 보여줬다. 나는 이 두 장면을 함께 기억하고 싶다. 기록의 재미는 처음의 예상과 마지막 결과 사이에 있었던 일을 다시 보게 만드는 데 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