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2026년 빅또리데이 경기 기록표를 다시 펼쳐봤는데, 15대 3이라는 점수보다 5회말의 한 장면이 오래 남았다. KT 위즈는 9월 19일 수원에서 두산 베어스를 크게 이겼다. 그런데 초반부터 몰아붙인 경기는 아니었다. 5회까지 두산이 3대 1로 앞섰고, KT는 투아웃 뒤 나온 최원준의 동점 투런 홈런으로 흐름을 돌렸다. 빅또리데이를 점수만으로 기억하면 놓치기 쉬운 대목이다.
빅과 또리의 날, 관중석도 가득 찼다
빅또리데이는 KT의 마스코트 빅과 또리를 앞세운 홈경기 행사다. 구단은 2023년 한화전 행사 때 빅 또는 또리 유니폼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 좌석을 운영했다. 2026년 두산전에는 빅또리 유니폼 마킹 행사가 열렸다. 같은 이름의 행사라도 그해 프로그램과 예매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예전 공지를 보고 다음 행사의 혜택까지 같으리라 생각하면 헷갈릴 만하다.
이날 관중은 1만 8700명. KBO 관중 기록에 잡힌 수원 경기장의 만원 관중이었다. KT의 시즌 24번째 매진으로, 당시 구단의 한 시즌 최다 매진 기록과 같아졌다. 행사와 팀 성적, 주말 경기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했을 테니 매진을 빅또리데이 하나의 효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래도 마스코트 행사가 열린 날 빈자리가 없었다는 사실은 팬들이 보낸 하루의 규모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3대 1에서 15대 3까지, 승부는 언제 기울었나
두산은 1회초 2점을 먼저 냈고 3회초 1점을 보탰다. KT는 2회말 한승택의 적시타로 한 점을 따라갔지만, 5회말 투아웃까지도 두 점 뒤져 있었다. 그때 허경민이 볼넷으로 나갔고 최원준이 투런 홈런을 쳤다. 주자 한 명을 내보낸 뒤 장타 한 번으로 3대 3이 됐다. 앞선 네 이닝의 점수 차가 한 타석에서 사라진 셈이다.
역전은 6회말에 나왔다. 안현민의 2루타와 샘 힐리어드의 안타가 득점 기회를 만들었고, 김현수의 적시타가 4대 3을 만들었다. 허경민의 2타점 적시타와 최원준의 적시타까지 이어지면서 KT는 이 이닝에만 5점을 냈다. 7회에도 5점, 8회에는 2점을 더했다. 5회말 홈런이 추격의 끝이었다면, 6회말은 타선 전체가 그 기세를 점수로 바꾼 구간이었다.
두산 선발 최승용은 4⅔이닝 3실점으로 물러났다. 이후 불펜 투수들이 남은 이닝에 대량 실점했다. 다만 뒤쪽 점수만 보고 두산 불펜 하나에 모든 원인을 돌리기도 어렵다. KT는 6회 선두타자부터 장타와 연속 안타로 압박했고, 7회에는 안타에 볼넷과 실책까지 겹쳤다. 어느 시점에 주자가 쌓였고 그 주자를 누가 불러들였는지 따라가야 12점 차의 과정이 보인다.
4안타 두 명과 1자책점의 의미
최원준과 힐리어드는 나란히 4안타를 기록했다. 둘 다 홈런도 하나씩 쳤다. 하지만 두 홈런의 무게는 달랐다. 최원준의 시즌 9호 홈런은 5회 동점을 만들었고, 힐리어드의 시즌 37호 홈런은 KT가 이미 앞선 8회에 나왔다. 같은 홈런 1개라도 나온 시점과 당시 점수에 따라 경기 속 역할이 달라진다.
KT 선발 데이비스 대니얼의 기록도 눈여겨볼 만하다. 6이닝 동안 3실점했지만 자책점은 1점이었다. 1회 두산의 출루 과정에 KT 수비 실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책점은 투수의 투구 내용을 읽는 데 도움이 되지만, 실제 경기에서 상대가 얻은 점수와 같지는 않다. 대니얼은 초반 실점 뒤에도 6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그 사이 KT가 동점을 만들고 역전할 시간을 벌었다는 점이 이날 선발 등판의 의미다.
행사 경기의 기억은 스코어보다 길다
빅또리데이를 다시 떠올리면 만원 관중 앞에서 나온 15대 3 승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기록표를 한 이닝씩 읽으면 기억의 순서가 바뀐다. 3대 1로 뒤진 5회말 투아웃, 허경민의 볼넷, 최원준의 홈런, 그리고 다음 이닝에 이어진 안타들이 보인다. 화려한 행사가 열린 날에도 경기를 바꾼 것은 결국 주자를 내보내고 불러들인 타석들이었다. 나는 그 연결이 이날 빅또리데이를 더 오래 기억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