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 9년 만 연극 복귀 소식에 오펀스가 궁금해졌다

문근영, 9년 만 연극 복귀 소식에 오펀스가 궁금해졌다

얼마 전 문근영이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보고 한참 기사를 읽었다. 드라마에서 익숙하게 보던 배우가 9년 만에 고른 작품이 가족 이야기라니 반가웠다. 그런데 작품 이름이 ‘오펀스’이고, 맡은 역할이 동생을 지키기 위해 거칠게 살아온 인물이라는 대목에서 예상이 조금 달라졌다. 편안한 재회보다는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려는 선택처럼 느껴졌다.

문근영의 연극 출연은 2017년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9년 만이다. 2026년 3월 대학로에서 막을 올린 ‘오펀스’에서 그는 형 트릿을 연기했다. 공연은 그해 5월 31일 끝났으니 지금 당장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소개할 수는 없다. 그래도 복귀작으로 왜 이 작품을 택했는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줬는지는 뒤늦게 소식을 접한 사람에게도 꽤 흥미롭다.

돌아온 무대에서 맡은 인물이 트릿이라니

‘오펀스’는 미국 필라델피아 북부를 배경으로 한다. 고아 형제 트릿과 필립의 생활에 중년 남자 해롤드가 들어오면서 세 사람의 관계가 달라진다. 여기까지만 알고 봐도 충분하다. 누가 누구를 어떻게 바꾸는지까지 미리 알면 이 작품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을 먼저 들어버리는 셈이니까.

트릿은 동생 필립을 지키려 애쓰지만, 그 방식이 늘 다정한 것은 아니다. 화를 내고 통제하려는 모습도 있다. 그래서 문근영의 캐스팅이 더 눈에 들어왔다. 오랫동안 화면에서 봐온 얼굴에 기대어 순한 인물을 떠올렸다면, 이번에는 말투와 행동부터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실제 무대에서 그 변화가 어떻게 보였을지 궁금해지는 배역이다.

문근영은 3월 열린 프레스콜에서 트릿이라는 역할과 젠더 프리 캐스팅을 두고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본을 거듭 읽을수록 작품이 건네는 위로가 마음에 닿아 도전하고 싶어졌다고 했다. 칼을 다루는 동작과 거친 말투도 연습했다고 한다. 복귀라는 사실만으로 관심을 끌 수 있었을 텐데, 인물의 낯선 면을 몸에 익히는 데 공을 들였다는 이야기가 좋았다.

세 사람이 만드는 가족의 모양

이 작품의 등장인물은 트릿, 필립, 해롤드 세 명이다. 가족극이라는 말만 들으면 상처 많은 사람들이 만나 서로를 보듬는 흐름을 예상하기 쉽다. ‘오펀스’의 출발점은 조금 더 불편하다. 형제는 이미 둘만의 생존 방식에 익숙하고, 해롤드는 그 안으로 불쑥 들어온 낯선 사람이다. 처음부터 서로에게 꼭 맞는 관계일 리가 없다.

내가 줄거리에서 끌린 부분도 바로 그 어긋남이다. 누군가를 보호한다는 마음이 상대의 세계를 좁힐 수도 있고, 도움처럼 보이는 행동이 처음에는 간섭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세 사람이 함께 지내며 그런 마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지켜보는 이야기에 가깝다. 큰 사건 하나를 기다리기보다 말 한마디에 담긴 경계심이 조금씩 달라지는 순간을 보는 재미가 있을 듯하다.

드라마는 표정 하나를 카메라가 가까이 잡아준다. 반면 연극에서는 배우의 말과 움직임, 다른 배우와의 거리가 관계를 보여준다. 세 인물만으로 긴 이야기를 끌고 간다는 점도 그래서 매력적이다. 화면을 멈추고 다시 볼 수 없는 무대에서 트릿의 거친 태도와 그 아래 숨은 마음이 어떻게 전해졌을지 자꾸 상상하게 된다.

물론 이런 설정이 모두에게 포근하게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거친 언행이나 불안정한 관계가 부담스럽다면 가족을 소재로 했다는 이유만으로 따뜻한 공연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과정의 불편함까지 보고 싶은 사람에게 잘 맞는 이야기로 보인다. 나는 갈등이 말끔히 사라지는 이야기보다, 인물을 쉽게 미워할 수도 좋아할 수도 없게 만드는 작품에 더 오래 마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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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프리 캐스팅이 더해지는 시선

‘오펀스’ 원작의 세 인물은 남성으로 설정돼 있다. 국내 공연에서는 여성 배우도 같은 배역을 맡는 젠더 프리 캐스팅을 이어왔다. 이번 시즌에도 트릿 역을 문근영을 비롯한 여러 배우가 나눠 맡았다. 같은 대사와 관계를 배우마다 다르게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은 여러 회차를 보는 관객에게 특히 재미있는 지점이겠다.

그렇다고 문근영이 남장을 해서 트릿을 연기한 것은 아니다. 제작진은 여성 배우의 모습을 그대로 두면서 극 중 형제의 호칭은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처음 듣고는 조금 낯설었는데, 생각할수록 배역의 성별보다 인물이 처한 상황과 감정에 집중하게 만드는 방식 같다. ‘형은 이래야 한다’는 익숙한 이미지를 잠깐 내려놓으면 트릿의 보호 본능과 불안도 다르게 읽힐 수 있다.

이 설정이 관람 경험을 자동으로 좋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낯선 호칭이나 거친 행동이 처음에는 걸릴 수도 있다. 다만 바로 그 낯섦 때문에, 내가 어떤 모습의 사람에게만 보호자 역할을 자연스럽게 기대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배우의 유명세보다 캐스팅 방식 자체가 작품을 다시 보게 만드는 이유가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복귀 소식보다 오래 남는 질문

문근영의 9년 만 연극 복귀는 분명 눈길을 끄는 소식이다. 하지만 ‘오펀스’를 따라 읽다 보니 관심은 복귀의 시간보다 그가 맡은 사람 쪽으로 옮겨갔다. 동생을 지키는 형이면서 동생을 답답하게 만들 수도 있는 트릿. 이런 인물은 착한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빨리 판정할수록 재미가 줄어든다.

드라마·예능을 정주행할 때도 나는 인물이 처음과 똑같은 말이나 행동을 하는데 어느 순간 다르게 보이는 장면을 좋아한다. 보는 쪽이 그 사람을 조금 더 알게 됐기 때문이다. ‘오펀스’도 가족이라는 익숙한 단어를 처음부터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세 사람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따라가게 하는 작품으로 읽힌다.

공연은 이미 끝났지만 문근영이 트릿을 선택한 이유는 지금도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반가운 배우의 귀환을 기다렸던 마음에서 출발해, 누군가를 지킨다는 일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궁금해졌다. 내게는 그 질문이 ‘9년 만의 복귀’라는 숫자보다 오래 남는다.

문근영, 9년 만 연극 복귀 소식에 오펀스가 궁금해졌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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