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현 한일전 화제 장면을 기록으로 다시 봤다

이다현 한일전 화제 장면을 기록으로 다시 봤다

얼마 전 한일전 뒤에 이다현의 이름이 유독 많이 보이길래 경기 기록을 다시 펼쳐봤다. 일본 팬들이 한국의 12번 선수에게 관심을 보였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내 눈에는 두 번의 한일전이 남긴 서로 다른 숫자가 먼저 들어왔다. 8월에는 이다현이 11점을 올렸고, 9월에는 한국이 준결승에서 세트 하나를 가져오지 못했다. 선수의 활약과 팀의 결과를 함께 봐야 이 화제의 맥락이 보인다.

9월 준결승, 가까웠던 2세트와 멀어진 3세트

9월 21일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배구 준결승에서 한국은 일본에 0대 3으로 졌다. 일본배구협회가 기록한 세트 점수는 한국 기준 20대 25, 22대 25, 16대 25다. 세 세트를 모두 졌다는 결과만 보면 경기 내내 같은 간격으로 밀린 듯하지만, 점수 차는 5점, 3점, 9점으로 달랐다. 특히 2세트는 한두 번의 공격과 수비가 맞물렸다면 흐름이 달라질 여지가 있었던 스코어다.

반대로 3세트의 9점 차는 한국이 끝까지 접전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배구에서 앞선 두 세트를 내준 팀은 다음 세트 초반부터 추격할 에너지가 필요한데, 이날은 점수판이 더 크게 벌어졌다. 준결승 패배를 한 선수의 득점이나 한 장면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일본은 세 세트에 걸쳐 75점을 냈고 한국은 58점에 그쳤다. 세트마다 다른 국면이 있었어도 경기 전체의 점수 차는 분명했다.

화제의 출발점에는 8월의 11점이 있었다

9월 경기만 따로 보면 이다현을 향한 일본 현지의 관심이 갑자기 생긴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두 팀은 한 달 전인 8월 23일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 조별리그에서도 만났다. 당시 한국은 일본에 0대 3으로 패했지만, 첫 세트는 31대 33까지 갔다. 이어진 두 세트는 19대 25, 20대 25였다. 첫 세트에서 밀고 당긴 시간이 길었고, 결국 그 세트를 내준 뒤 경기 결과까지 뒤집지는 못했다.

그날 이다현의 기록은 11점이다. 배구월드 선수 기록을 보면 공격 득점 9점, 블로킹 득점 2점이었다. 미들블로커가 일본을 상대로 속공과 블로킹 양쪽에서 점수를 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다만 한국의 팀 내 최다 득점자는 15점을 올린 나현수였다. 이다현이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었다는 평가와 그날 한국 공격 전체를 혼자 책임졌다는 해석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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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들블로커의 숫자는 연결해서 읽어야 한다

이다현은 키 185㎝의 미들블로커다. 중앙에서 빠르게 올라오는 공을 때리고, 상대 공격의 방향을 읽어 블로킹 벽을 세우는 자리다. 8월 한일전의 9개 공격 득점과 2개 블로킹 득점은 그 역할이 점수로 드러난 사례다. 하지만 미들블로커의 득점만으로 팀의 공격이 얼마나 원활했는지를 모두 판단할 수는 없다. 리시브가 흔들리면 세터가 중앙으로 공을 보내기 어려워지고, 중앙 공격을 충분히 쓰지 못하면 상대 블로커도 측면 공격을 기다리기 쉬워진다.

그래서 두 번의 한일전을 이어 보면 질문이 조금 달라진다. 이다현이 한 번씩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는가에서 멈추지 않고, 한국이 접전 중에도 중앙 공격을 계속 사용할 수 있었는가를 보게 된다. 8월의 31대 33, 9월의 22대 25는 한국이 일본과 맞설 수 있었던 구간을 보여준다. 동시에 두 경기 모두 0대 3으로 끝났다는 사실은 그 구간을 세트 승리로 바꾸는 데 실패했음을 말해준다.

일본 팬들의 관심이 다음 무대로 이어지는 이유

일본 스포츠매체 디앤서는 9월 준결승 뒤 한국의 등번호 12번 이다현을 향한 현지 반응을 전했다. 외모에 관한 말도 있었지만, 빠른 중앙 공격을 기억한 팬들의 반응도 함께 소개됐다. 경기 중 상대 선수를 눈여겨본 팬이라면 자연스러운 관심이다. 이다현은 8월 한일전에서도 일본을 상대로 득점 장면을 남겼고, 9월에는 일본 홈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준결승에 다시 섰다.

관심이 이어질 이유는 또 있다. NEC 레드 로키츠 가와사키는 이다현의 2026~27시즌 합류를 공식 발표했다. 대표팀에서는 한국의 12번이지만, 새 소속팀 발표에 적힌 등번호는 22번이다. 앞으로 일본 팬들은 한일전에서 마주친 선수를 자국 리그에서도 볼 수 있게 된다. 다만 대표팀 경기의 한 장면과 긴 리그 시즌의 평가는 다르다. 출전 기회, 세터와의 호흡, 꾸준한 블로킹 성과를 지켜봐야 실제 적응력을 말할 수 있다.

솔직히 내게 가장 오래 남은 숫자는 이다현의 11점과 한국의 두 차례 0대 3 패배가 나란히 놓여 있다는 점이다. 한 선수의 재능이 보이는 순간과 팀이 넘어야 할 벽이 같은 경기 안에 있었다. 다음 한일전에서는 이다현의 득점 장면뿐 아니라, 한국이 팽팽한 세트를 끝내 가져오는 장면까지 보고 싶다.

이다현 한일전 화제 장면을 기록으로 다시 봤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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