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커피 추천 실패 없이 고르는 방법

베트남 커피 추천 실패 없이 고르는 방법

로스터리에서 베트남 원두를 찾는 손님에게 먼저 묻는 말이 있습니다. “연유를 넣어 마실 건가요, 그냥 마실 건가요?” 같은 베트남 커피라도 이 답에 따라 권할 원두가 달라집니다. 진하고 쌉싸름한 한 잔을 기대했는데 산뜻한 원두를 고르면 어딘가 허전하고, 블랙으로 마실 생각인데 아주 짙게 볶은 원두를 고르면 쓴맛만 남을 수 있거든요.

베트남 커피 추천은 마시는 방식부터

연유를 넣는 카페 쓰어 다를 좋아한다면 로부스타가 들어간 원두부터 고릅니다. 로부스타는 대체로 묵직한 질감과 강한 쓴맛이 특징입니다. 연유의 단맛을 받아줄 힘이 있어서, 얼음이 녹아도 커피 맛이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처음 산다면 로부스타 단일 원두보다 로부스타와 아라비카를 섞은 블렌드가 편할 수 있습니다. 쓴맛의 윤곽은 남기면서 향이 조금 더 부드럽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블랙으로 마신다면 선택이 달라집니다. 베트남산 아라비카 가운데에는 밝은 산미와 과일 같은 향을 보여주는 원두도 있습니다. 베트남 커피가 모두 진하고 쓴 것은 아닙니다. 봉투에 적힌 품종과 로스팅 정도를 함께 읽어야 하는 이유죠. ‘다크 로스트’에 초콜릿, 견과, 카카오 같은 표현이 있다면 익숙한 진한 맛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산미가 부담스럽다면 밝은 과일 향을 강조한 원두보다는 이쪽이 고르기 쉽습니다.

원두 봉투에서 확인할 세 가지

첫째는 아라비카와 로부스타의 비율입니다. 비율이 적혀 있다면 맛을 예상하기가 한결 쉽습니다. 연유를 넣어 마실 사람에게는 로부스타가 절반 안팎 들어간 블렌드를 출발점으로 권합니다. 이 비율이 정답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로스팅과 추출 농도에 따라서도 인상이 크게 달라지니, 첫 봉투를 마셔본 뒤 다음에는 로부스타 비율을 높이거나 낮추면 됩니다.

둘째는 로스팅 날짜입니다. 저는 향을 보고 원두를 고르는데도 날짜를 빠뜨리면 아쉬운 경우를 자주 봤습니다. 진공 포장이나 개별 포장 제품은 표시된 보관 방법과 소비기한을 따르고, 로스터리가 볶아 파는 원두라면 볶은 날짜를 확인합니다. 개봉한 원두는 빛과 열을 피해 밀폐해서 두고, 여러 주에 걸쳐 조금씩 마실 계획이라면 작은 봉투로 나눠 사는 편이 낫습니다. ‘베트남산’이라는 이름보다 지금 마실 원두의 상태가 한 잔의 향에 더 직접적으로 닿습니다.

셋째는 형태입니다. 원두 그대로 사면 핀이나 드리퍼에 맞춰 분쇄도를 바꿀 수 있습니다. 분쇄된 커피는 편하지만, 기구와 분쇄도가 맞지 않으면 물이 너무 빨리 빠지거나 오래 고입니다. 제품에 ‘핀용’이라고 적혀 있어도 쓰는 핀의 구멍 크기와 누르는 힘에 따라 속도가 달라집니다. 처음부터 큰 봉투를 사기보다 작은 용량으로 추출 시간을 확인하는 편이 실패를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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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으로 내릴 때는 진하기보다 흐름을 본다

베트남식 금속 필터인 핀은 구조가 단순해서 집에서도 쓰기 좋습니다. 제가 시작점으로 잡는 양은 분쇄 원두 18g, 물 90g, 물 온도 92~94℃입니다. 원두를 담아 표면을 고르게 한 다음 뜨거운 물 20g을 부어 30초 정도 적시고, 남은 물을 천천히 붓습니다. 누름판은 원두 위에 얹되 지나치게 세게 압착하지 않습니다. 전체 추출이 대략 4~6분 걸리면 먼저 맛을 봅니다.

한 모금 마셨을 때 쓰고 텁텁하다면 분쇄도를 조금 굵게 하거나 물 온도를 2℃ 정도 낮춰봅니다. 맛이 얇고 시큼하다면 조금 더 곱게 갈거나 추출에 쓰는 물을 약간 늘릴 수 있습니다. 두 가지를 한꺼번에 바꾸면 어느 쪽이 효과를 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핀마다 물 빠지는 속도가 달라서 4~6분이라는 숫자보다, 같은 원두를 썼을 때 맛이 어떻게 변하는지가 더 유용합니다.

연유를 넣을 때는 컵에 20g 정도를 먼저 담고 그 위로 커피를 내립니다. 잘 저은 뒤 얼음을 넣고 맛을 보세요. 지나치게 달다면 연유를 5g 줄이고, 얼음이 녹자마자 밍밍해진다면 물을 더 붓기 전에 분쇄도를 살짝 곱게 조절해 농도를 올립니다. 연유의 단맛과 원두의 쓴맛이 함께 남는 지점을 찾으면 됩니다.

가격보다 먼저 맞춰볼 것은 물과 분쇄도

손님이 집에서는 그 맛이 안 난다고 할 때 원두부터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같은 원두도 분쇄도가 달라지면 맛이 꽤 멀어집니다. 이미 핀이 있다면 비싼 장비를 더하기 전에 저울로 원두와 물의 양을 재고, 추출 시간을 한 번 기록해보는 게 좋습니다. 온도 조절 주전자가 없어도 물을 끓인 뒤 잠시 식혀 쓸 수 있습니다. 매번 같은 방식으로 내릴 수 있어야 원두 차이도 느껴집니다.

처음 베트남 커피를 산다면 마시는 방식에 맞는 작은 봉투 한 개면 충분합니다. 연유와 얼음을 곁들일 생각이면 로부스타가 들어간 중강배전 또는 강배전 블렌드, 블랙으로 향을 즐기고 싶다면 베트남산 아라비카가 좋은 출발점입니다. 첫 잔이 입맛에 맞지 않아도 산지 전체가 취향에 안 맞는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 온도와 분쇄도를 한 번씩 바꾸며 마셔보면, 그 원두가 가진 맛이 어디쯤 있는지 조금씩 보입니다.

베트남 커피 추천 실패 없이 고르는 방법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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