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장 일을 하다 보면 주차장에서 앞유리의 작은 흠집을 가리키며 교체해야 하느냐고 묻는 분이 있습니다. 동전보다 작은 돌빵 하나인데도 유리를 통째로 갈 생각부터 하시더군요. 반대로 금이 유리 끝까지 뻗었는데 테이프로 버티는 차도 봤습니다. 자동차유리교체는 흠집이 있느냐보다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생겼느냐를 먼저 봐야 합니다.
30초 동안 크기보다 위치부터 보세요
차를 안전한 곳에 세우고 유리 바깥쪽을 확인하세요. 손상 부위를 손으로 누르거나 손톱으로 긁을 필요는 없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는 유리 전체가 보이는 사진 한 장과 손상 부위를 가까이서 찍은 사진 한 장이면 업체가 상태를 가늠하기 쉽습니다.
- 점처럼 찍힌 자국인지, 한쪽으로 뻗는 금인지 봅니다.
- 운전석 정면 시야나 룸미러 뒤 카메라가 보는 부분에 있는지 확인합니다.
- 금이 유리 가장자리까지 닿았는지, 처음 발견했을 때보다 길어졌는지 봅니다.
- 실내 쪽까지 깨졌거나 유리 조각이 떨어지는지도 확인합니다.
작은 돌빵 하나가 운전 시야 밖에 있고 금이 퍼지지 않았다면 레진 복원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크기만으로 복원 가능 여부를 단정하면 안 됩니다. 깨진 깊이, 손상된 층, 오염 상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AAA의 자동차 유리 안내도 손상의 크기와 위치를 함께 보라고 합니다.
작은 흠집도 교체 쪽으로 기우는 때
운전석 바로 앞에 찍힌 자국은 작아도 까다롭습니다. 레진을 채운 뒤 흔적이나 빛 굴절이 남을 수 있어서입니다. 야간 맞은편 차의 불빛이 번져 보이는 자리라면 더 그렇습니다. 유리 끝에서 시작한 금, 여러 갈래로 뻗는 금, 계속 길어지는 금도 자동차유리교체를 먼저 상담할 만합니다. 가장자리 손상은 번지기 쉽고, 유리가 차체에 붙는 부위와도 가깝습니다.
옆유리나 뒷유리가 산산이 깨진 경우는 앞유리 돌빵처럼 레진으로 메우는 상황이 아닙니다. 유리 조각이 떨어지거나 시야가 가려진 차는 운전해서 업체로 가져가지 마세요. 긴급출동이나 견인을 요청하는 게 맞습니다. 균열 위에 강력 접착제를 붓거나 직접 유리를 떼어내는 일도 하지 마세요. 앞유리는 충돌 때 차체와 에어백 작동에도 관계하는 부품이라 접착 작업까지 전문 시공이 필요합니다.
와이퍼 자국처럼 보인다면 교체 예약 전에 먼저 유리를 닦고 와이퍼 고무 상태를 확인해도 됩니다. 물때나 오래된 와이퍼가 원인인 경우도 있거든요. 다만 닦아도 남는 깊은 흠집 때문에 빛이 심하게 번진다면 유리 전문점에서 시야 상태를 봐야 합니다.
견적은 유리값 말고 작업 전체로 받으세요
국내 유리 시공업체 모터큐브의 공개 가격표에는 작은 돌빵 한 곳 복원이 8만~10만 원, 앞유리 교체가 30만~80만 원으로 나와 있습니다. 부가세 별도인 한 업체의 예시 가격입니다. 수입차나 특수 유리까지 같은 금액으로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차종과 연식, 순정 유리 사용 여부,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열선 같은 옵션에 따라 금액이 크게 달라집니다.
견적을 받을 때는 유리와 공임, 몰딩과 접착재, 기존 틴팅 제거와 재시공, 카메라 보정 비용이 각각 포함됐는지 확인하세요. 같은 차라도 유리값만 말하는 곳과 출고까지 필요한 작업을 모두 적는 곳은 견적 숫자가 다릅니다. 차종·연식과 룸미러 주변 사진을 함께 보내면 옵션을 빠뜨릴 가능성도 줄어듭니다.
자차보험을 쓸 생각이라면 수리 예약 전에 가입한 보험사에 자기부담금과 보험료에 미칠 영향을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복원비가 자기부담금보다 적다면 자비 수리가 나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교체비가 큰 특수 유리라면 보험 처리를 비교해 볼 만합니다. 적용 여부와 실제 부담액은 가입한 담보와 사고 내용에 따라 달라집니다.
카메라가 달렸다면 교체 뒤 확인할 일이 남습니다
룸미러 뒤에 전방 카메라가 있는 차는 유리를 갈고 끝내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선 유지나 전방 충돌 경고가 카메라 영상을 쓰기 때문입니다. 현대자동차 사용설명서도 카메라 앞 유리의 파손이 운전자 보조 기능의 인식 성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해당 차종에서 교체 뒤 카메라 보정이 필요한지, 시공 업체가 직접 할 수 있는지 견적 단계에서 물어야 합니다.
작업이 끝나면 업체가 알려준 접착제 경화 대기 시간을 지키세요. 접착제 종류와 작업 환경에 따라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시간이 달라서 ‘몇 시간이면 무조건 된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출고 전에 유리가 고르게 붙었는지, 몰딩이 들뜨지 않았는지, 경고등이 켜지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보정이 필요한 차라면 작업 완료 내역도 받으세요. 이후 빗물 누수나 주행 중 바람 소리가 생기면 시공 업체에 바로 알리면 됩니다.
제가 집에서 고장 상담을 받을 때도 먼저 손댈 수 있는 범위와 멈춰야 할 지점을 나눕니다. 차 유리도 같습니다. 운전자가 할 일은 손상 위치를 확인하고 사진을 남기는 데까지입니다. 작은 돌빵은 복원할 기회를 놓치지 말고, 시야를 가리거나 가장자리로 번진 금은 비용보다 안전을 앞에 두는 게 낫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