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쓰면 불법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7년째 거래소 주문과 온체인 자금 흐름을 같이 보지만, 프로그램을 쓴다는 사실만으로 답을 낼 수는 없다. 누구 계정으로 거래하는지, 남의 자산에 얼마나 관여하는지, 주문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
1. 내 계정의 자동 주문인가
국내 거래소가 제공하는 공식 API로 본인 계정에 매수·매도 주문을 넣는 행위 자체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업비트도 시세 조회와 주문 기능을 개발자 문서에 공개하고 있다. 다만 API를 제공한다는 사실이 모든 주문 방식이나 외부 프로그램 사용을 승인한다는 뜻은 아니다. 거래소 이용약관, API 권한과 호출 제한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내 계정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기준선 아래로 내려가면 보유 원화의 5%만 매수하도록 설정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판단 기준과 자금, 계정이 모두 본인에게 있다. 이때 먼저 계산할 숫자는 법적 위험보다 거래 비용이다. 매수와 매도 수수료가 각각 0.05%라는 가정만 해도 한 번 왕복할 때 0.1%가 든다. 여기에 호가 차이와 체결 미끄러짐이 붙는다. 백테스트 수익률이 0.2%인 전략이라면 실제로 남는 폭은 훨씬 좁다.
2. 남의 돈과 계정을 다루는가
경계가 달라지는 순간은 타인의 자산을 맡거나 거래를 대신 실행할 때다. 특정금융정보법은 가상자산의 매매·교환뿐 아니라 그 중개·알선·대행 등을 영업으로 하는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신고 의무를 둔다. 금융위원회도 신고 없이 국내 이용자를 상대로 매매·교환을 중개하거나 알선하는 행위를 불법 영업으로 경고했다.
프로그램 판매만으로 곧바로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반면 고객의 API 키를 받아 주문을 대신 넣고, 수익의 일정 비율을 받으며 여러 계정을 운영한다면 사업 형태와 실제 역할을 따져야 한다. 서버가 누구 지시로 주문을 내는지, 자산을 누가 통제하는지, 고객이 거래를 직접 승인하는지가 중요하다. 계약서에 ‘프로그램 이용료’라고 적었다고 실제 영업 방식까지 바뀌지는 않는다.
보안도 같은 선상에 있다. 외부 업체가 출금 권한까지 요구한다면 거래 전략 이전에 자산 유출 위험부터 봐야 한다. 업비트는 API 키에 기능별 권한과 허용 IP를 설정하도록 안내한다. 내 계정용 프로그램이라면 필요한 주문 권한만 주고, 출금 권한과 비밀 키 공유 여부를 별도로 점검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3. 주문이 거래량을 부풀리는가
코인 자동매매 불법 여부에서 가장 분명한 위험 중 하나는 시세조종이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은 거래가 활발한 것처럼 오인하게 하는 가장·통정매매와 가격을 인위적으로 움직이는 행위를 금지한다. 사람이 버튼을 누르든 봇이 1초에 여러 번 주문하든, 주문의 목적과 효과가 판단 대상이다.
실제 사례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 11월, 여러 종목에서 API로 매매를 반복해 거래가 활발한 듯 보이게 하고 고가 매수로 가격 상승을 유도한 혐의자들을 수사기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거래량이 갑자기 늘었다는 숫자 하나만 보고 추격 매수하면 위험한 이유다. 특히 유동성이 얇은 코인에서 체결 횟수는 급증하는데 호가 잔량이 얕고 가격이 짧은 시간에 튄다면, 거래량의 질부터 의심해야 한다.
온체인 데이터도 보조 지표로 쓸 수 있다. 거래소로 들어오는 물량이 늘어나는지, 소수 지갑에 공급량이 몰려 있는지 확인하면 매도 압력의 단서를 얻는다. 다만 거래소 내부의 API 주문은 온체인에 한 건씩 기록되지 않는다. 온체인 입금 증가만으로 시세조종을 단정하거나, 입금이 없다는 이유로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 없다.
4. 수익 광고보다 손실 경로가 보이는가
‘월 20% 확정’이라는 광고는 전략 설명이 아니다. 월 20%를 12개월 복리로 계산하면 원금이 약 8.9배가 된다. 그런 수익을 손실 없이 보장한다는 주장이라면 체결 내역, 수수료, 최대 낙폭부터 요구해야 한다. 백테스트 그래프 한 장은 급락장에서 주문이 실제로 체결됐는지 보여주지 못한다.
내가 자동매매를 평가할 때 먼저 보는 숫자는 승률보다 최대 손실과 거래당 비용이다. 승률 70%라도 이익 거래에서 평균 1%를 벌고 손실 거래에서 평균 3%를 잃는다면, 수수료를 빼기 전 기대값부터 음수다. 거래소 장애나 API 오류로 손절 주문이 실패할 가능성도 운영 계획에 넣어야 한다.
그래서 자동매매라는 단어만 보고 합법과 불법을 가르지는 않는다. 본인 계정의 정상적인 주문인지, 타인의 자산을 사실상 대신 운용하는지, 거래량과 가격을 왜곡하는지를 순서대로 확인한다. 수익률이 눈에 띄어도 이 세 가지가 흐릿한 서비스라면 나는 계정을 연결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