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김치볶음밥을 만들면 같은 재료로도 결과가 꽤 달라집니다. 한 분 것은 고슬고슬한데, 옆 팬에서는 밥이 뭉치고 김치 국물이 흥건하지요. 대개 양념을 더 넣어야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김치의 물기를 얼마나 날렸는지, 밥을 언제 넣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자취 요리로 자주 만드는 음식인 만큼 한 팬으로 끝내되, 그 순서를 분명히 적어볼게요.
1인분 재료와 팬을 먼저 준비합니다
1인분 기준 밥 1공기 210g, 잘 익은 김치 100g, 대파 20g, 식용유 1큰술 15ml, 간장 1작은술 5ml, 설탕 ½작은술 2g을 준비합니다. 달걀 1개와 참기름 ½작은술 2~3ml는 있으면 넣으세요. 김치는 밥숟가락으로 수북하게 5~6숟갈 정도지만, 가능하면 한 번 무게를 재보는 편이 맛을 맞추기 쉽습니다. 김치 국물은 버리지 말고 따로 두세요. 마지막에 간을 조절할 때 씁니다.
팬은 지름 24cm 안팎이면 1인분 볶기에 적당합니다. 작은 팬에 2인분을 한꺼번에 넣으면 수분이 날아가기 전에 밥이 뭉칩니다. 2인분을 만들 때는 재료를 두 배로 늘리고, 팬이 작다면 한 번씩 나눠 볶는 게 낫습니다. 김치는 가위로 1cm 폭으로 자르고 대파는 얇게 썹니다. 밥이 냉장고에서 막 나왔다면 숟가락으로 큰 덩어리만 풀어두세요. 뜨거운 밥은 넓은 접시에 5분가량 펼쳐 김을 빼면 덜 질척합니다.
대파 다음 김치, 밥은 그 뒤에 넣습니다
팬에 식용유와 대파를 넣고 중약불에서 1분 30초가량 볶습니다. 파가 검게 변하지 않고 가장자리만 부드러워질 때가 좋습니다. 기름이 뜨거워진 뒤 파를 넣어도 되지만, 작은 팬에서는 금세 타기 쉬워 저는 찬 팬에서 함께 시작합니다. 파가 없으면 이 단계는 건너뛰고 식용유만 중불에서 20초 정도 데우면 됩니다.
김치를 넣고 중불로 올려 3~4분 볶습니다. 처음에는 김치에서 물이 나와 지글거리는 소리가 작습니다. 팬 바닥에 고인 국물이 거의 보이지 않고 김치 가장자리가 살짝 투명해지면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여기서 제가 처음 자취할 때 자주 서둘렀어요. 김치를 1분만 볶고 밥을 넣으니, 이후 아무리 오래 볶아도 밥알에 국물이 배어 눅눅했습니다. 김치가 아주 시다면 설탕 ½작은술을 이때 넣고 함께 볶습니다. 적당히 익은 김치라면 설탕은 빼도 됩니다.
김치를 팬 한쪽으로 밀고 빈 자리에 간장 1작은술을 붓습니다. 5~10초만 끓여 향이 올라오면 김치와 섞으세요. 간장을 오래 태우면 쓴맛이 납니다. 밥을 넣은 뒤에는 주걱으로 눌러 큰 덩어리를 풀고, 중불에서 2~3분 볶습니다. 팬 전체를 계속 세게 뒤적이기보다 20초가량 펼쳐 두었다가 섞기를 반복하면 밥알 표면의 수분이 날아갑니다. 팬 바닥이 타는 냄새가 나면 바로 불을 중약불로 낮추세요.
재료가 없을 때는 물기와 간을 맞춥니다
햄이나 참치가 없어도 이 양이면 맛이 납니다. 단백질을 더하고 싶다면 달걀 1개를 따로 부쳐 올리거나, 물기를 뺀 참치 50g을 김치가 거의 볶아졌을 때 넣으세요. 참치 기름을 쓸 때는 식용유를 ½큰술로 줄입니다. 스팸 50g을 넣는다면 간장은 ½작은술부터 넣고 마지막에 맛보세요. 가공육의 짠맛까지 더하면 간이 쉽게 셉니다.
김치가 없고 단무지나 깍두기만 있다면 같은 무게로 바꾸기보다 70~80g부터 쓰는 게 안전합니다. 특히 깍두기는 국물이 많으니 건더기를 잘게 썰어 먼저 4~5분 볶으세요. 간장도 처음에는 ½작은술만 넣습니다. 밥이 반 공기 100g 정도밖에 없다면 김치는 50g, 식용유는 ½큰술로 줄이면 됩니다. 양념을 그대로 넣고 밥만 줄이면 한입 먹자마자 짠맛이 앞섭니다.
질거나 짤 때는 팬에서 이렇게 수습합니다
밥이 질어졌다면 김치 국물이나 물을 더 붓지 마세요. 팬에 밥을 얇게 펴고 중약불에서 1분 두었다가 섞는 과정을 2~3번 반복합니다. 달걀을 바로 섞으면 수분이 더해져 덩어리가 커질 수 있으니, 달걀은 따로 익혀 위에 올리는 편이 낫습니다. 반대로 밥이 너무 말라 주걱으로 밀 때 뻣뻣하다면 물이나 남겨둔 김치 국물 1작은술을 팬 가장자리로 넣고 20초만 섞으세요. 한 번에 1큰술을 붓는 순간 볶음밥보다 비빔밥 같은 식감이 되기 쉽습니다.
짜게 됐다면 설탕으로 가리기보다 간하지 않은 밥을 2~3큰술 추가하는 게 확실합니다. 밥이 없다면 달걀 1개를 간하지 않고 부쳐 곁들이세요. 완성 직전에 불을 끄고 참기름을 넣으면 향이 살아납니다. 저는 마지막 한 숟갈을 먹어본 뒤에야 김치 국물을 더할지 결정합니다. 김치마다 짠맛과 신맛이 다르니, 계량은 출발점이고 마지막 맛보기는 늘 필요한 과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