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한 집의 냉장고를 열었는데 투명 수납함이 열 개나 들어 있더군요. 겉보기엔 반듯했지만 아침마다 아이 간식을 꺼내려고 앞쪽 수납함 세 개를 내려야 했습니다. 일주일 뒤엔 빈자리에 식재료가 쌓였고요. 이케아 냉장고 정리를 할 때 제가 먼저 보는 건 수납함의 개수가 아니라, 그 집 사람이 하루에 몇 번 무엇을 꺼내는지입니다.
수납함을 사기 전에 냉장고 문부터 열어보세요
냉장고를 전부 비워 놓고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평소처럼 문을 열어 자주 집는 것 세 가지만 적어도 자리가 보입니다. 아침에 꺼내는 우유와 반찬, 퇴근 후 바로 먹는 과일처럼요. 손이 먼저 가는 식품은 눈높이와 앞쪽에 두고, 일주일에 한 번 쓰는 소스는 뒤쪽으로 보냅니다. 가족이 함께 쓴다면 키가 작은 사람이 꺼내기 쉬운지도 확인합니다. 어른 눈에는 가지런해 보여도 아이 손이 닿지 않으면 매번 다른 사람이 꺼내 줘야 하니까요.
이때 냉장고 안쪽 폭만 재면 실패하기 쉽습니다. 선반의 앞뒤 깊이, 선반 사이 높이, 문을 닫았을 때 닿는 부분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저는 종이에 대략적인 치수를 적고, 수납함을 넣을 자리보다 손가락 두세 개 정도 여유를 남깁니다. 딱 맞게 채우면 통을 빼기 어렵고 선반을 닦을 때도 번거롭습니다. 문 쪽 수납칸과 채소 서랍은 움직이는 방식이 다르니 따로 재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케아 제품은 자주 쓰는 자리부터 적게 들이세요
처음 산다면 투명한 식품보관용기 두세 개와 작은 수납함 하나 정도면 충분합니다. 남은 반찬이나 손질한 과일은 뚜껑이 있는 용기에, 요거트처럼 포장된 식품은 꺼내기 쉬운 수납함에 모읍니다. 이케아 365+ 같은 식품보관용기는 모양과 크기가 여럿이지만, 같은 냉장고에서도 원형은 빈틈이 남고 직사각형은 나란히 놓기 편할 때가 많습니다. 다만 반찬 양이 늘 달라진다면 모양을 통일하는 것보다 평소 쓰는 양에 맞추는 게 낫습니다.
유리 용기는 내용물이 잘 보이고 냄새가 밴 용기를 씻을 때 부담이 적습니다. 대신 무겁습니다. 어린아이가 직접 꺼내는 칸이나 높은 선반이라면 가벼운 용기가 편할 수 있습니다. 같은 예산이라면 냉장고 전체에 맞춘 세트보다 매일 여닫는 반찬통의 뚜껑이 잘 맞는지, 손으로 들었을 때 무겁지 않은지에 먼저 돈을 쓰겠습니다. 냉동실 사용이나 전자레인지 가열까지 생각한다면 제품마다 표시된 사용 조건도 확인해야 합니다.
이케아의 회전식 수납판처럼 뒤쪽 물건을 앞으로 돌려 꺼내는 제품은 깊은 선반에 소스병이 여러 개 있을 때 유용합니다. 하지만 작은 냉장고에 넣으면 판이 차지하는 자리도 생깁니다. 병이 서너 개뿐이라면 기존 문 쪽 칸이나 작은 수납함 하나로 충분할 수 있어요. 사진에서 보기 좋은 물건이 우리 집에서도 편한 물건인지는 일주일의 사용량이 말해 줍니다.
식품별 자리보다 꺼내는 순서를 먼저 맞춥니다
제가 자주 만드는 자리는 ‘곧 먹을 것’ 칸입니다. 눈높이 앞쪽에 작은 공간을 남겨 두고, 개봉한 두부나 남은 반찬처럼 먼저 먹어야 할 것을 그곳으로 옮깁니다. 날짜를 모두 적는 집도 있지만, 바쁜 집에서는 라벨을 붙이는 일 자체가 숙제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 경우엔 칸 하나를 비워 두는 편이 오래갑니다. 장을 보고 돌아왔을 때 새 식품을 뒤에 넣고 기존 식품을 앞으로 당기는 동작도 훨씬 간단해집니다.
생고기나 생선은 다른 음식에 즙이 닿지 않도록 밀폐해 아래쪽에 따로 두는 게 좋습니다. 바로 먹을 음식과 같은 수납함에 섞지 않습니다. 채소도 무조건 작은 통에 옮겨 담지는 않아요. 씻고 말리고 다시 담는 과정이 매주 부담이라면 기존 채소 서랍을 쓰되, 시들기 쉬운 것만 눈에 보이게 앞으로 옮깁니다. 보관법은 식품마다 다르니 모든 재료를 같은 방식으로 밀폐할 필요는 없습니다.
유지되는 배치는 빈자리에서 나옵니다
냉장고 선반을 수납함으로 끝까지 채우면 장을 본 날부터 배치가 흔들립니다. 저는 선반 한쪽에 장바구니에서 바로 들어오는 식품을 놓을 자리를 남깁니다. 주말에 큰 냄비가 들어갈 일이 잦은 집이라면 선반 높이도 그 냄비에 맞춰 둡니다. 손님이 온 날, 배달 음식이 남은 날까지 생각해야 평일의 반듯한 모습이 오래 유지됩니다.
청소도 단순해야 합니다. 소스병 아래가 자주 끈적해진다면 그 칸에만 씻기 쉬운 수납함을 놓습니다. 수납함을 모두 꺼내 닦는 일이 부담스럽다면 개수를 줄이는 게 맞습니다. 제 기준엔 냉장고 문을 열고 원하는 것을 한 번에 꺼낼 수 있고, 장을 본 뒤에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으면 잘 만든 배치입니다. 예쁜 통이 몇 개 들어갔는지는 그다음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