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실에서 같은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기출을 세 번씩 풀고도 점수가 제자리인 수험생을 자주 봅니다. 문제를 적게 풀어서가 아닙니다. 틀린 이유를 확인하기 전에 다음 회차로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특히 3급이 필요한 사람과 1급이 필요한 사람이 똑같은 방식으로 공부하면 시간 낭비가 커집니다. 먼저 필요한 등급을 확인하고, 기출에서 확보할 점수를 계산해야 합니다.
기출을 풀기 전에 목표 등급부터 확인하세요
국사편찬위원회 시험 요강에 따르면 심화는 50문항, 5지선다형이며 100점 만점에 문항별 배점은 1~3점입니다. 60점 이상이면 3급, 70점 이상이면 2급, 80점 이상이면 1급입니다. 기본도 50문항이지만 4지선다형이고, 같은 점수 구간에 따라 6급부터 4급까지 인증됩니다. 3급 이상이 필요한데 기본 기출을 반복하는 것은 목표와 맞지 않습니다. 반대로 제출처에서 4급을 인정한다면 심화 1급용 세부 암기에 시간을 쓸 이유가 적습니다.
시험 자체는 한국사에 관심 있는 국민과 외국인도 응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자격증이나 채용 서류에 활용하려는 사람은 응시 자격보다 제출처의 요구 등급과 인정 기준을 먼저 봐야 합니다. 필요한 등급이 3급인데 2급을 목표로 삼아 공부량을 늘릴 필요는 없습니다. 국사편찬위원회 시험 자료실에는 최근 15개 회차의 문제지와 정답표가 제공됩니다. 처음부터 전부 출력하지 말고, 응시할 시험 종류에 맞는 최근 3회분부터 고르세요.
첫 회차는 실력 확인용으로 시간을 재고 푸세요
첫 기출은 교재를 펼쳐 놓고 풀지 않습니다. 심화 시험의 실제 풀이 시간은 80분, 기본은 70분입니다. 답안지 표시까지 포함해 시간을 재야 현재 점수가 보입니다. 채점할 때는 맞힌 문제도 두 종류로 나누세요. 근거를 알고 맞힌 문제와 선택지를 지워서 겨우 맞힌 문제는 다음 시험에서 같은 점수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심화 3급이 목표인데 첫 점수가 54점이라면 6점이 부족합니다. 이때 3점짜리 어려운 문제만 파고들기보다, 시대를 잘못 읽어 놓친 쉬운 문제와 확신 없이 맞힌 문제부터 확인하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1급 목표로 76점을 받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반복되는 실수 몇 개만 고쳐도 80점에 닿을 수 있지만, 이미 아는 선사·고대 내용을 처음부터 다시 읽는 데 하루를 쓰면 남는 시간이 없습니다. 목표 점수와 현재 점수의 차이가 공부 범위를 결정합니다.
오답은 사건 이름보다 판단 근거를 남기세요
기출에서 틀린 문항 옆에 ‘고려 무신 정권 암기’라고만 쓰면 다음 회차에서도 비슷한 선지에 흔들립니다. 자료 속 인물·제도·용어 가운데 어느 단서로 시대를 특정해야 했는지 한 줄로 적으세요. 가령 ‘전시과’를 보고 고려를 떠올렸더라도, 선택지의 ‘과전법’과 구분하지 못했다면 두 제도가 시행된 시기와 토지 지급 대상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인물 이름 하나를 더 외우는 것보다 혼동한 경계를 바로잡는 작업입니다.
오답 표시도 세 가지만 쓰면 충분합니다. 시대를 잘못 잡은 문제, 제시 자료를 읽고도 개념을 연결하지 못한 문제, 마지막 두 선택지에서 헷갈린 문제입니다. 같은 표시가 3회분에서 반복되면 그 단원에 공부 시간을 배정하세요. 반대로 한 번 틀렸고 다음 두 회차에서 근거까지 설명하며 맞힌 내용은 다시 붙잡지 않아도 됩니다. 기출은 모르는 내용을 끝없이 추가하는 목록이 아니라, 다음에 틀릴 가능성이 큰 부분을 찾는 도구입니다.
남은 기간에는 새 회차보다 재풀이를 우선하세요
시험까지 2주가 남았다면 첫 주에는 최근 3회분을 풀고 오답의 원인을 확인하세요. 둘째 주에는 새 문제만 늘리지 말고 표시해 둔 문항을 다시 풀어야 합니다. 정답 번호가 기억나면 정답을 가리고 자료의 단서와 각 선택지가 맞거나 틀린 이유를 말해 보세요. 설명이 막히는 문제만 교재로 돌아가면 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보다 필요한 페이지를 찾는 데 시간이 덜 듭니다.
하루 2시간을 쓸 수 있다면 40분은 기출 풀이, 50분은 오답의 판단 근거 확인, 30분은 이전 오답 재풀이에 배분할 수 있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맞는 공식이 아니라 60~70점대에서 자주 헷갈리는 개념을 줄이기 위한 출발점입니다. 점수가 40점대라면 회차를 계속 추가하기 전에 시대 흐름을 먼저 잡아야 하고, 80점 안팎이라면 자주 틀리는 자료 해석과 선지 비교에 시간을 더 주는 편이 낫습니다.
2026년 남은 제81회 시험은 11월 28일이며 심화만 시행됩니다. 기본을 준비한다면 해당 회차에 응시할 수 없으니 국사편찬위원회의 시험 일정을 확인하고 계획을 다시 잡아야 합니다. 기출을 몇 회 풀었는지는 점수를 올려 주지 않습니다. 내가 왜 그 선택지를 골랐는지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늘어날 때, 필요한 등급에 가까워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