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작은 방을 다시 꾸미면서 가장 오래 걸린 건 벽지를 붙이는 일이 아니라 가구를 빼고 바닥을 손보는 일이었습니다. 셀프 도배 장판을 하루 만에 끝냈다는 이야기를 보면 이 준비 시간이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처음이라면 방 하나를 비워 이틀에 나눠 작업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주문 전에 방부터 재세요
예를 들어 가로 2.7m, 세로 3m, 벽 높이 2.3m인 방을 생각해 볼게요. 바닥 면적은 8.1㎡지만 장판을 딱 8.1㎡만 사면 부족할 수 있습니다. 폭 1.8m짜리 장판을 쓴다면 길이 3m가 넘는 조각 두 장이 필요합니다. 문턱 쪽 재단 여유까지 생각해 각 조각을 3.1m 정도로 잡는 식이죠. 무늬 방향과 이음매 위치에 따라 필요한 길이가 달라지니 주문 전에 종이에 배치도를 그려두면 실수가 줄어듭니다.
벽지는 바닥 면적보다 벽 둘레로 계산합니다. 이 방의 둘레는 11.4m예요. 폭 53cm 벽지를 쓴다면 단순 계산으로 세로 조각 약 22장이 필요하고, 창문과 문 주변 재단 실패에 대비해 2~3장을 더 잡겠습니다. 벽 높이도 한 곳만 재지 말고 모서리마다 재세요. 오래된 집은 천장과 바닥이 생각보다 평행하지 않습니다. 주문할 때는 벽지의 판매 단위가 1m인지, 천장부터 바닥까지 붙이는 한 장인지도 꼭 확인해야 합니다.
재료비는 판매 단위와 배송비 차이가 커서 넓이만으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이 정도 방에서 보급형 풀바른 합지와 1.8T 장판을 고른다면 벽지 8만~15만 원, 장판 10만~18만 원, 칼날·헤라·보수재·이음매용 자재 등 소모품 3만~6만 원 정도를 먼저 예산으로 잡겠습니다. 합계 21만~39만 원쯤입니다. 철거비와 폐기물 처리비, 공구 구매비는 빠진 금액이에요. 구매 화면에서 재단 길이별 최종 금액을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벽과 바닥 상태가 작업 범위를 정합니다
준비물은 줄자, 긴 자, 여분 칼날, 도배용 솔이나 헤라, 마른 천, 바닥용 압착 롤러, 무릎 보호대 정도입니다. 줄자와 자는 집에 있는 것을 쓰고, 롤러는 빌릴 수 있으면 굳이 새로 살 필요가 없어요. 칼날은 아끼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무뎌진 날로 젖은 벽지를 자르면 가장자리가 찢어지고, 장판을 자를 때는 손에 힘이 지나치게 들어갑니다.
가구를 빼고 걸레받이 주변을 확인하세요. 들뜬 벽지는 떼어내고, 작은 못 자국과 얕은 패임은 보수재로 메운 뒤 충분히 말립니다. 먼지가 남으면 풀이 붙어도 바탕과 함께 떨어집니다. 바닥 역시 돌출된 접착제나 모래알 하나가 새 장판 위로 드러나므로 손바닥으로 훑어보는 게 좋습니다. 철거와 바탕 손질에만 반나절이 걸릴 수 있어요.
기존 장판이 단단히 붙어 있고 평평하더라도 새 장판을 덧깔 수 있는지는 제품 시공 기준과 문 여닫힘 높이를 확인해야 합니다. 바닥이 젖어 있거나 곰팡이 냄새가 나면 덮지 마세요. 누수 원인을 먼저 찾아야 합니다. 오래된 바닥재가 여러 겹 붙어 있거나 접착제가 넓게 남았다면 철거·바탕 작업은 업체에 맡기는 편이 낫습니다. 전기 콘센트나 배선은 도배하려고 분해하지 마세요. 그 부분을 떼어야 작업할 수 있다면 전기 전문가에게 맡겨야 합니다.
도배를 먼저 하고 장판을 깝니다
저는 바닥에 보양재를 깐 뒤 벽부터 작업합니다. 풀바른 벽지는 배송 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제품마다 다르니 포장에 적힌 보관·시공 시간을 먼저 읽으세요. 첫 장은 모서리가 곧을 거라고 믿고 맞추기보다 수직선을 표시해 붙입니다. 위아래에 조금씩 여유를 남기고, 가운데에서 바깥쪽으로 밀어 공기를 뺍니다. 벽지가 젖었을 때 세게 문지르면 표면이 상할 수 있으니 손끝보다 도배용 솔을 부드럽게 쓰는 편이 안정적입니다.
두 번째 장부터는 제품 설명에 맞춰 이음매를 맞춥니다. 합지라고 전부 같은 방식으로 겹쳐 붙이는 건 아니에요. 창틀과 문틀 주위는 한 번에 모양대로 자르려다 짧아지는 일이 잦습니다. 먼저 넉넉히 붙이고 모서리를 눌러 표시한 다음, 날을 바꿔 조금씩 잘라냅니다. 풀이 묻은 곳은 바로 닦되 벽지를 잡아당기며 닦지 마세요. 붙인 직후 보이는 잔주름은 마르면서 달라질 수 있으니 같은 자리를 계속 뜯어 고치기 전에 상태를 지켜봅니다.
벽지 시공에는 초보자 두 명 기준 4~6시간, 다음 작업 전 건조 확인까지는 하루를 잡겠습니다. 환기는 하되 제품 안내에 없는 강한 난방이나 뜨거운 바람으로 급히 말리지는 않습니다. 벽지가 마르는 동안 장판을 방에 펼쳐 방향과 무늬를 확인할 수는 있지만, 풀이나 물기가 남은 바닥에 바로 깔지는 마세요.
장판은 이음매와 문턱에서 시간이 걸립니다
장판은 긴 벽을 기준으로 펼쳐 벽 쪽에 여유를 남긴 뒤 자릅니다. 처음부터 딱 맞게 잘라버리면 되돌릴 방법이 없어요. 모서리는 장판을 눌러 접힌 선을 만든 다음 여러 번 나눠 재단합니다. 한 사람이 장판을 잡고 다른 사람이 자르면 밀림이 적습니다. 큰 장판은 무겁고 잘 말리므로 혼자 들고 맞추는 시간까지 계산해야 합니다.
두 장을 이어야 한다면 무늬를 먼저 맞추고, 이음매가 문을 열자마자 가장 잘 보이는 곳이나 의자 바퀴가 반복해서 지나는 곳에 오지 않게 배치합니다. 이음매 접합 방식과 접착제 사용 여부는 장판 제품 설명을 따르세요. 임의로 넓게 접착제를 바르면 나중에 들뜸을 고치거나 철거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문턱과 걸레받이 부근은 장판을 억지로 밀어 넣지 말고 문이 실제로 열리고 닫히는지 확인하면서 자릅니다. 재단 뒤 남은 날카로운 조각은 바로 치우고요.
평평한 방이라면 장판 펼치기와 재단에 3~5시간 정도를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바닥 높이가 들쭉날쭉하거나 이음매를 여러 곳 만들어야 한다면 이 시간이 금방 늘어납니다. 그런 방은 장판 시공만 업체에 맡겨도 좋습니다. 제가 직접 했을 때도 결과를 가른 건 손재주보다 시작 전에 바탕을 얼마나 꼼꼼히 봤느냐였습니다. 방 하나를 제대로 끝내고 나면 다음 방에서 필요한 자재와 시간을 훨씬 정확하게 셀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