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불장 끝물에 코인을 샀을 때는 가격만 봤다. 하락장이 길어지고 나서야 거래소에 둔 코인을 내가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때 콜드월렛을 처음 찾았는데, 제품 순위보다 먼저 따져야 할 게 있었다. 기기를 잃어버려도 복구할 수 있는지, 내가 가진 코인을 실제로 옮길 수 있는지였다.
콜드월렛이 해결하는 위험부터 구분한다
하드웨어 지갑은 거래에 서명하는 개인키를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나 휴대전화와 분리해 보관한다. 거래소에 자산을 맡기는 방식과 달리 복구 수단도 내가 관리한다. 대신 거래소 계정의 비밀번호를 잊었을 때처럼 고객센터에서 접근 권한을 되찾아 줄 수는 없다.
가격 하락, 잘못 보낸 송금, 사기성 디파이 계약까지 막아 주는 장비는 아니다. 저도 처음에는 지갑에 넣기만 하면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소액으로 디파이를 써보니 기기가 서명을 요구하는 거래라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승인하면 위험하다는 걸 알게 됐다. 콜드월렛 추천 목록을 볼 때 보안 칩만큼 화면에서 주소와 거래 내용을 확인하기 쉬운지도 보는 이유다.
보유 코인과 사용하는 기기부터 맞춘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주로 보유하고 컴퓨터에서 가끔 송금한다면, USB로 연결하는 기본형부터 비교해도 된다. 트레저 세이프 3와 레저 나노 S 플러스가 그런 후보에 들어간다. 아이폰으로 이동 중 송금하는 일이 많다면 블루투스로 연결하는 레저 나노 X 같은 모델이 더 편할 수 있다. 레저 제품 안내에 따르면 나노 S 플러스는 아이폰 연결을 지원하지 않는다. 이름이 비슷하다고 사용 방식까지 같지는 않다.
지원 코인 숫자만 보고 고르는 건 피한다. 같은 USDT라도 어느 네트워크로 보낼지에 따라 지갑 앱에서 다루는 방법이 달라진다. 트레저의 지원 자산 안내도 코인, 모델, 자체 앱 또는 외부 지갑 앱 사용 여부를 나눠 보여 준다. 구매 전에는 내가 보유한 코인의 정확한 네트워크를 적고, 제조사의 지원 자산 안내에서 해당 모델로 입금과 출금이 가능한지 확인한다. 외부 지갑 앱이 필요한 자산이라면 그 과정도 감당할 만한지 따져본다.
가격은 마지막에 비교한다. 저렴한 기기를 사도 자주 쓰는 코인이 지원되지 않으면 다른 지갑을 추가로 관리해야 한다. 반대로 장기 보관이 목적이고 송금이 드물다면 무선 연결이나 큰 화면에 추가 비용을 쓸 필요가 적을 수 있다.
구매 경로와 복구 문구가 제품보다 중요하다
기기는 제조사나 제조사가 안내하는 공식 판매처에서 구입하고, 처음 켰을 때 제조사가 제공하는 정품 확인 절차를 따른다. 복구 문구가 이미 적힌 카드가 들어 있거나 누군가 정해 준 문구를 입력하라고 하면 사용하지 않는다. 새 지갑의 복구 문구는 초기 설정 과정에서 내 기기가 보여 주는 것이어야 한다.
복구 문구는 기기가 고장 나거나 분실됐을 때 지갑을 되살리는 수단이다. 동시에 그 문구를 가진 사람은 내 자산에도 접근할 수 있다. 종이에 순서대로 적어 기기와 별도로 보관하고, 사진·메모 앱·클라우드에는 남기지 않는다. 고객센터나 지갑 앱을 사칭하며 복구 문구를 요구하는 화면에도 입력하지 않는다. 보관 장소를 너무 복잡하게 정해 본인조차 찾지 못하는 실수도 생각해야 한다.
추가 암호인 패스프레이즈를 설정하면 보호를 한 겹 더할 수 있지만, 잊어버리면 복구 문구만으로는 그 지갑에 접근할 수 없다. 처음 쓰는 사람이라면 기본 복구 과정을 이해하고 보관 방법을 정한 뒤에 도입하는 편이 낫다.
큰돈을 옮기기 전 소액으로 왕복 확인한다
예전에 거래소 사이로 코인을 옮길 때 주소만 같으면 된다고 생각해 출금 화면에서 네트워크를 다시 확인한 적이 있다. 그 이후 새 지갑으로 보낼 때는 자산 이름, 출금 네트워크, 수수료를 각각 확인한다. 받는 주소는 컴퓨터 화면에 표시된 것만 믿지 않고 하드웨어 지갑 화면과 대조한다. 복사한 주소가 바뀌는 악성 프로그램도 있기 때문이다.
- 거래소의 출금 네트워크와 지갑이 지원하는 네트워크가 일치하는지 확인한다.
- 먼저 감당할 수 있는 소액을 보내 입금 내역을 확인한다. 출금 수수료와 최소 출금액도 함께 본다.
- 가능하면 소액을 다시 보내 본다. 받기만 되고 정작 꺼내는 절차를 모르는 상태를 피할 수 있다.
테스트 송금도 수수료가 들고 실수를 완전히 없애 주지는 않는다. 그래도 기기 설정부터 출금까지 한 번 직접 해보면 내가 막히는 지점이 드러난다. 제 기준에서 콜드월렛 추천은 특정 제품 하나를 고르는 일이 아니다. 보유 자산과 생활 방식에 맞는 기기를 고른 뒤, 복구 문구를 지키고 소액 송금을 끝까지 확인할 수 있는지가 더 오래 남는 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