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유명한 전망대보다 아침에 문 여는 동네 빵집과 조용한 골목이 더 좋다. 일본 여행을 준비할 때도 어느 역에서 내려 걸을지 먼저 생각한다. 그런데 서류를 챙기다 ‘일본 비자 사진’이라는 말을 보면 잠깐 멈추게 된다. 사진관부터 찾아야 하나 싶다가도, 내가 비자를 신청해야 하는지부터 확인하는 편이 빠르다.
골목 여행이라면 사진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
한국 일반여권으로 관광이나 휴양을 위해 일본에 90일 이내 머문다면, 주대한민국일본국대사관 안내상 비자 면제 대상이다. 동네 산책을 중심으로 짧게 다녀오는 여행이라면 보통 비자 신청서에 붙일 사진을 준비할 일이 없다. 검색창에 일본 비자 사진을 입력했다가 이 대목을 확인하면 해야 할 일이 하나 줄어든 셈이다.
다만 여행 기간만 보고 판단할 일은 아니다. 일본에서 보수를 받는 활동을 하거나 유학 등 다른 목적으로 장기 체류한다면 입국 목적에 맞는 자격과 서류를 확인해야 한다. 한국에 살더라도 한국 여권이 아닌 여권을 쓴다면 국적에 따른 비자 면제 여부가 다를 수 있다.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같은 골목을 걷더라도 준비물은 사람마다 달라진다.
비자를 신청한다면 먼저 신청 종류를 적어두자
사진 크기를 찾으면 가로 4.5㎝, 세로 4.5㎝라는 숫자가 눈에 띈다. 일본 외무성의 일반 비자 신청서 사진 칸에도 45㎜×45㎜ 또는 2인치×2인치가 표시돼 있다. 하지만 이 숫자 하나만 기억하고 사진관에 가기에는 이르다. 신청하는 비자와 접수 공관의 안내를 함께 봐야 한다.
실제로 주부산일본국총영사관의 워킹홀리데이 비자 안내에는 약 가로 3.5㎝, 세로 4.5㎝의 무배경 사진을 요구한다. 일반 신청서의 정사각형 사진과 폭이 1㎝ 다르다. 숫자로 보면 작아 보여도, 인화한 뒤에는 다른 규격이다. ‘일본 비자용’이라고만 말하기보다 워킹홀리데이인지, 유학처럼 재류자격인정증명서를 받아 신청하는 경우인지 먼저 확인하는 게 낫다.
서울의 대사관, 부산과 제주의 총영사관은 거주지에 따라 관할이 나뉜다. 제출 서류를 확인할 때도 자신이 접수할 공관의 안내를 기준으로 삼는 편이 덜 헷갈린다. 사진관에 가기 전에는 신청 종류와 공관 이름, 사진의 가로·세로 크기를 메모해 두면 설명이 짧아진다.
촬영 날짜는 생각보다 쉽게 지나간다
사진 크기만큼 놓치기 쉬운 것이 촬영 시점이다. 주부산일본국총영사관의 워킹홀리데이 안내는 6개월 이내에 촬영한 사진을 요구한다. 예전에 다른 서류에 쓰려고 남겨 둔 사진이 있어도, 접수일을 기준으로 촬영 날짜를 다시 세어봐야 한다. 오래된 사진 한 장을 아끼려다 새로 찍어야 한다면 준비하는 날만 길어진다.
촬영할 때는 얼굴 윤곽이 가려지지 않는지, 머리카락이 눈을 덮지 않는지, 조명이 얼굴 한쪽에만 강하게 닿지 않는지 살펴본다. 이런 점은 규격과 별개로 사진 속 얼굴을 알아보기 쉽게 하는 기본이다. 배경이나 인화 방식처럼 세부 조건은 접수처 안내를 확인하고 사진관에 그대로 전하면 된다. 휴대전화로 찍어 직접 자를 생각이라면 출력 뒤 실제 크기를 자로 재보는 수고도 필요하다.
서류를 끝내고 나서야 여행의 속도가 돌아온다
비자 사진을 찾는 데 시간을 쓰고 싶었던 건 아닐 것이다. 나 역시 여행을 떠올리면 신청서보다 역 앞의 작은 상점과 늦은 오후 골목의 빛이 먼저 생각난다. 그래서 준비는 단순하게 하는 편이 좋다. 내 여권과 방문 목적에 비자가 필요한지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접수 공관의 해당 비자 안내에서 사진 크기와 촬영 시점을 확인한다. 그다음에 사진관으로 가면 된다.
사람 적은 동네를 걷는 여행은 대단한 계획 없이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서류에서 생길 수 있는 작은 어긋남만 미리 덜어두면, 출발 전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진다. 그때부터는 사진 크기보다 어느 골목에서 첫발을 늦출지가 더 궁금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