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제사 시금치나물을 만들면 간보다 물기 때문에 다시 무치는 분이 많습니다. 데친 시금치를 꽉 짜면 질겨지고, 덜 짜면 접시에 국물이 고이지요. 저는 시금치를 짧게 데친 뒤 물기를 적당히 짜고, 양념은 조금씩 넣어 맞춥니다. 이 순서만 지켜도 담백한 맛이 한결 안정적입니다.
시금치 300g에 맞춘 재료와 양념
시금치 300g이면 작은 접시로 3~4인분 정도 나옵니다. 데칠 물은 1.5L, 물에 넣을 소금은 1작은술을 준비합니다. 무칠 때는 참기름 2작은술, 볶은 깨 1작은술, 소금 1/4작은술부터 씁니다. 작은술은 5mL 계량스푼 기준입니다. 소금은 종류마다 짠맛이 달라서 처음부터 많이 넣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제사 음식은 집안 방식이 우선입니다. 마늘과 파를 넣지 않는 집이라면 위 재료만으로 충분하고, 평소 집에서 향을 더해 먹는 방식이라면 다진 파를 아주 조금 넣어도 됩니다. 다만 제사상에 올릴 나물이라면 먼저 가족이 쓰던 양념을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참기름이 없다면 들기름 1작은술로 시작할 수 있지만 향이 달라집니다. 깨가 없으면 빼도 조리는 가능합니다.
시금치가 150g이면 무침 양념도 절반으로 줄입니다. 600g을 만들 때는 양념을 두 배로 준비하되 소금은 한꺼번에 다 넣지 마세요. 데치는 물 1.5L는 그대로 두고 시금치를 여러 번 나누어 데치면 됩니다. 큰 냄비가 없는데 시금치를 한꺼번에 밀어 넣으면 물 온도가 떨어져 줄기와 잎이 고르게 익지 않습니다.
손질하고 데칠 때는 줄기를 먼저 넣습니다
뿌리 끝에 흙이 많으면 지저분한 부분만 얇게 잘라냅니다. 뿌리 가까운 붉은 부분은 멀쩡하다면 남겨도 됩니다. 밑동을 세로로 한두 번 갈라 흐르는 물에서 벌려 씻고, 큰 볼의 물을 갈아가며 2~3번 더 흔들어 씻습니다. 흙은 잎보다 밑동 사이에 남기 쉬워요. 씻은 뒤 굵은 포기와 가는 포기를 나누면 데칠 시간을 맞추기 편합니다.
물 1.5L가 충분히 끓으면 소금 1작은술을 넣습니다. 시금치 300g은 두 번으로 나누고, 한 번에 150g 정도씩 넣습니다. 줄기를 먼저 물에 담가 10초가량 두었다가 잎까지 잠기게 하세요. 가는 시금치는 잎을 넣은 뒤 15~20초, 굵은 포기는 25~35초 정도면 됩니다. 초시계보다 줄기가 살짝 휘면서도 힘이 남아 있는지를 보는 게 정확합니다. 숨이 죽었다고 계속 끓이면 식힌 뒤에도 물러집니다.
건진 시금치는 바로 찬물에 담가 열을 식힙니다. 뜨거운 채로 쌓아 두면 남은 열로 더 익어요. 찬물을 한 번 갈아 헹군 다음 손으로 한 줌씩 모아 물기를 짭니다. 이때 손에 힘을 끝까지 주어 비틀지 말고, 꾹 눌렀을 때 물방울이 거의 떨어지지 않을 정도에서 멈춥니다. 제가 주방 초반에 자주 했던 실수가 마른 행주 짜듯 비트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하면 줄기가 눌리고 무쳤을 때 퍽퍽했습니다.
양념은 풀어 준 뒤 두 번에 나눠 넣습니다
짠 시금치를 도마에 올려 먹기 좋은 4~5cm 길이로 썹니다. 너무 촘촘히 썰면 무칠 때 부서지므로 긴 줄기만 한 번씩 자른다는 느낌이면 됩니다. 볼에 넣고 손끝으로 뭉친 시금치를 먼저 풀어 주세요. 덩어리진 채 양념을 넣으면 겉에만 소금이 닿고 안쪽은 싱겁습니다.
풀어 놓은 시금치에 소금 1/4작은술을 고루 뿌려 가볍게 섞습니다. 1분 정도 두었다가 한 가닥을 먹어 보고, 싱거우면 소금을 두세 꼬집씩 더합니다. 그다음 참기름 2작은술과 깨 1작은술을 넣고 두세 번만 뒤집듯 무칩니다. 기름을 먼저 넣으면 잎에 막이 생겨 소금 간을 맞추기 어려울 때가 있어 저는 소금을 앞에 둡니다. 세게 오래 주무르면 어렵게 살린 잎 모양도 금세 무너집니다.
국간장으로 간하는 집도 있습니다. 쓰고 싶다면 소금 1/4작은술을 모두 넣는 대신 국간장 1/2작은술부터 넣고 맛을 보세요. 제품에 따라 짠맛이 다르고 나물 색이 조금 어두워질 수 있습니다. 제사상에 밝은 초록빛으로 담고 싶을 때는 소금 간이 더 다루기 쉽습니다.
물이 고이거나 짜졌을 때 살리는 법
무친 지 몇 분 지나 접시 바닥에 물이 생기면 우선 시금치를 건져 볼로 옮깁니다. 손바닥으로 살짝 눌러 나온 물만 빼고 다시 맛을 보세요. 이미 간이 맞았다면 양념을 더 넣을 필요가 없습니다. 처음부터 물기가 많았던 나물에 소금만 추가하면 국물까지 짜집니다. 담을 때는 접시 한가운데 높게 쌓기보다 가볍게 펼쳐 놓으면 남은 물기도 확인하기 쉽습니다.
너무 짜졌다면 양념하지 않은 시금치를 조금 더 데쳐 섞는 방법이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여분이 없다면 찬물에 재빨리 한 번 헹구고 가볍게 짠 뒤 참기름 몇 방울과 깨를 다시 넣습니다. 향은 조금 옅어지지만 짠맛은 줄일 수 있어요. 질기다면 데친 시간이 길어서보다 물기를 너무 세게 짠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는 물 1작은술을 손에 묻혀 가볍게 풀어 주면 먹기 한결 편해집니다.
바로 먹지 않을 나물은 식힌 뒤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고, 가능하면 다음 날까지 먹습니다. 제사상에 올릴 때도 오래 실온에 두기보다 먹기 가까운 때 꺼내는 편이 좋습니다. 시금치나물은 양념이 단순해서 작은 차이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저는 그래서 맛을 더하기 전에 물기와 줄기 상태를 먼저 봅니다. 그 두 가지만 맞으면 참기름 향도 훨씬 또렷하게 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