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여행에서 돌아올 때마다 캐리어 안의 물건보다 숙소에서 꺼내지 못한 물건이 더 기억에 남았다. 사진으로는 넓어 보였던 방에 캐리어를 펼칠 자리가 없거나, 콘센트가 침대에서 한참 떨어져 있던 날이다. 전국 숙소를 100곳 넘게 다니며 느낀 건 준비물을 많이 챙기는 것보다 예약한 방의 조건에 맞춰 챙기는 게 훨씬 낫다는 점이다.
여권보다 먼저 확인하게 된 숙소 예약 정보
출발 전에는 여권 유효기간, 항공권의 영문 이름, 숙소 예약자의 이름을 나란히 놓고 확인한다. 이름 한 글자가 다르면 현장에서 설명하는 데 시간이 든다. 숙소는 이름만 저장하지 않는다. 일본어 주소, 체크인 가능 시간, 늦게 도착할 때 연락할 방법을 휴대전화에 내려받고 화면도 캡처해 둔다. 지하철에서 데이터가 끊겼을 때 지도 화면 하나가 꽤 든든했다.
특히 무인 체크인 숙소는 예약번호만 있으면 될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는 출입 비밀번호를 별도 메시지로 보내거나, 현장 단말기에서 투숙객 정보를 다시 입력하는 곳도 있다. 밤 10시 이후 도착한다면 체크인 안내를 미리 읽어야 한다. 숙소 사진이 아무리 좋아도 문 앞에서 입실 방법을 찾는 20분은 길게 느껴진다.
일본 입국 정보를 미리 입력할 계획이라면 디지털청의 비짓재팬웹에서 입국 심사와 세관 신고 절차를 확인하면 된다. QR 화면만 믿고 휴대전화 배터리를 바닥까지 쓰지 않도록 여권과 숙소 정보도 바로 꺼낼 수 있게 둔다. 입국 절차와 항공사 안내는 출발 직전에 다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변환 플러그는 챙기고 전기제품 표기는 읽기
일본 숙소의 콘센트는 한국에서 쓰는 둥근 플러그와 모양이 다르다. 일본정부관광국 안내대로 전압도 100V라서 변환 플러그만 꽂는다고 모든 전기제품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충전기나 고데기의 입력 표기를 보고 100V 사용이 가능한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드라이어는 숙소 비치품을 쓰는 편이 짐도 줄고 마음도 편했다.
내 가방에는 작은 변환 플러그 두 개와 충전 케이블 두 종류가 들어간다. 침대 옆 콘센트가 하나뿐이거나 책상 아래에 숨어 있는 방을 여러 번 만났기 때문이다. 휴대전화와 카메라를 동시에 충전하는 사람이라면 포트가 여러 개인 충전기도 유용하다. 다만 멀티탭을 가져갈 때는 제품의 전압과 허용 전력을 먼저 본다.
보조배터리는 기내에 들고 타야 한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위탁 수하물에 넣지 말고 단자를 보호하도록 안내하며, 반입 수량과 기내 사용에도 제한을 둔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와 돌아올 때 적용되는 항공사 지침을 각각 확인하고, 배터리 용량 표시가 지워진 제품은 피하는 게 편하다.
사진에 없는 숙소의 불편함을 줄이는 물건
호텔은 대체로 비품이 갖춰져 있지만 펜션, 아파트형 숙소, 저렴한 비즈니스호텔은 차이가 크다. 예약 페이지의 ‘어메니티 제공’이라는 문구만 보고 안심했다가 면도기나 잠옷이 없어 난감했던 적이 있다. 내가 챙기는 건 얇은 잠옷, 평소 쓰는 칫솔, 작은 세면도구 정도다. 수건이 제공되는지, 연박 중 교체되는지도 예약 화면에서 따로 본다.
잠자리에 예민하다면 귀마개와 안대가 작은 짐값을 한다. 역에서 가까운 숙소는 이동이 편한 대신 선로 소리나 밤늦은 거리 소음이 들릴 수 있다. 창가가 밝은 방도 있다. 후기에서 ‘위치 최고’만 읽지 말고 소음, 암막 커튼, 에어컨 소리를 언급한 글을 찾아보는 이유다.
세탁할 계획이라면 세제보다 먼저 숙소에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는지, 이용 시간이 정해져 있는지를 확인한다. 동전 세탁기를 쓰는 일정에는 빨랫감용 얇은 주머니가 편했다. 반대로 2박 3일 여행에 옷걸이와 세탁용품을 잔뜩 챙기면 좁은 객실 바닥만 차지하기 쉽다.
현금과 가방 여유가 여행 마지막 날을 바꾼다
교통카드와 카드 결제로 대부분 해결하더라도 소액 현금은 따로 둔다. 작은 가게나 숙소 내 세탁기처럼 현금이 필요한 순간이 생긴다. 지갑 한 곳에 모두 넣기보다 첫날 쓸 교통비와 식비를 나눠 두면 공항에 도착해서 급히 돈을 찾지 않아도 된다.
짐은 출발할 때 캐리어를 꽉 채우지 않는다. 기념품을 살 생각이라면 접히는 보조 가방 하나와 빈 공간을 남겨 둔다. 단, 돌아오는 항공편의 수하물 허용량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값싼 가방을 하나 더 사는 것보다 위탁 수하물 추가 요금이 더 아깝게 느껴질 수 있다.
내 일본 해외여행 준비물 목록은 생각보다 짧다. 여권과 예약 정보, 충전 수단, 잠을 잘 자기 위한 개인 물건, 첫날 쓸 현금이 먼저다. 나머지는 숙소 설명과 일정에 맞춰 넣는다. 결국 여행 중 가장 자주 꺼내 쓰는 건 화려한 여행용품보다 그 방에서 하룻밤 편하게 보내게 해주는 것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