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휴대폰 요금을 보다가 데이터가 늘 남는다는 걸 발견했다. 매달 비슷한 금액을 내면서도 정작 얼마나 쓰는지는 확인한 적이 없었다. KT요금제를 바꿔볼까 싶어 상품 목록을 열었는데, 이름도 많고 같은 ‘무제한’이라는 말도 조금씩 달랐다. 결국 먼저 내 사용량과 청구 금액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봤다.
지난달 사용량 하나로는 부족했다
마이케이티에서 최근 몇 달의 데이터 사용량을 확인했다. 한 달은 집과 회사에서 와이파이를 주로 써서 적었고, 다른 달은 이동 중 영상을 자주 봐서 훌쩍 늘었다. 가장 적게 쓴 달에 맞춰 요금제를 고르면 밖에 있는 시간이 많은 달마다 데이터가 모자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최근 3개월 중 사용량이 가장 많은 달을 기준으로 삼았다. 평소에는 월 8GB 안팎을 쓰더라도 여행이나 출장 때 20GB를 쓴다면, 10GB 요금제가 늘 편한 선택은 아니다. 반대로 매달 4GB도 채 쓰지 않는다면 ‘혹시 몰라서’ 유지하던 큰 요금제를 다시 볼 만하다.
청구서에서는 월정액과 실제 납부액도 따로 봤다. 휴대폰 할부금, 부가서비스, 결합 할인 등이 섞여 있으면 청구액 차이가 요금제 차이처럼 보이기 쉽다. 새 요금제를 비교할 때는 월정액끼리 먼저 비교하고, 그다음 내가 받는 할인과 별도 비용을 넣는 편이 덜 헷갈렸다.
무제한이라는 말 뒤에 속도가 숨어 있었다
KT 공식 상품 안내를 보니 요고 30은 월 3만 원에 기본 데이터 5GB, 소진 후 최대 400Kbps다. 요고 38은 월 3만 8천 원에 25GB, 소진 후 최대 1Mbps다. 두 상품 모두 데이터를 계속 쓸 수 있지만, 기본 데이터를 다 쓴 뒤의 조건은 다르다. ‘무제한’이라는 글자만 보고 같은 사용감을 기대하면 곤란하겠다 싶었다.
내가 고를 때는 기본 데이터가 모자라는 날 무엇을 하는지 먼저 떠올렸다. 메신저와 간단한 검색 위주인지, 길을 찾거나 사진이 많은 화면을 자주 여는지에 따라 느끼는 답답함이 다를 수 있다. 특히 영상을 자주 본다면 기본 데이터량과 소진 후 속도를 함께 보는 게 좋다. 최대 속도는 실제 속도를 보장하는 숫자도 아니니, 넉넉한 기본 데이터를 원한다면 그쪽에 무게를 두는 편이 마음이 편했다.
숫자를 놓고 보니 요고 30과 요고 38의 월정액 차이는 8천 원, 1년이면 9만 6천 원이다. 내 사용량이 매달 5GB 이내라면 그 차액을 낼 이유가 크지 않다. 반면 자주 5GB를 넘긴다면 싼 요금제에 들어갔다가 매달 속도 제한을 견디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월정액보다 실제 할인 조건이 더 어려웠다
가격만 보면 요고 30이 베이직 4GB보다 저렴하다. KT 안내상 베이직 4GB의 월정액은 3만 7천 원이다. 그런데 선택약정 할인을 적용할 수 있다면 안내 금액은 월 2만 7천750원으로 내려간다. 이 경우 요고 30보다 월 2천250원이 낮다. 데이터는 요고 30이 1GB 더 많으니, 어느 쪽이 맞는지는 할인 적용 여부와 사용량을 같이 봐야 한다.
여기서 내 청구서의 할인 이름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현재 받는 선택약정이나 결합 할인이 새 요금제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적용되는지, 요금제를 바꾸면 사라지는 혜택은 없는지 확인해야 실제 차액이 나온다. 월정액 1만 원을 낮췄다고 생각했는데 할인까지 빠지면 기대한 만큼 줄지 않을 수 있어서다.
요고 모바일은 KT가 안내하는 온라인 전용 무약정 상품이지만, 가입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 조건은 현재 이용 중인 요금제와 단말 상황에 따라 다르다. 관심 있는 요금제를 찾았다면 신청 화면에서 변경 가능 여부와 예상 청구액을 확인하는 게 마지막 계산이다. 월 중간에 바꾸면 요금과 기본 제공량이 일할 계산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뒀다.
내게 맞는 후보를 두 개만 남겼다
상품을 전부 비교하려니 오히려 결정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최근 데이터 사용량을 감당할 수 있는 후보 하나와, 월정액을 더 낮춘 후보 하나만 남겼다. 그다음 기본 데이터, 소진 후 속도, 실제 할인 적용액을 같은 순서로 적어봤다. 숫자 세 개를 나란히 놓으니 부가 혜택이 눈에 띄어도 내가 매달 쓸 혜택인지 차분히 볼 수 있었다.
- 최근 3개월 중 데이터 사용량이 가장 많은 달은 얼마였는지
- 기본 데이터를 다 쓴 뒤 최대 속도는 얼마인지
- 현재 할인과 결합 혜택이 변경 후에도 적용되는지
- 휴대폰 할부금과 부가서비스를 뺀 요금 차이가 얼마인지
KT요금제를 고르면서 가장 의외였던 건 비싼 상품이 과한지 판단하는 데 긴 설명보다 내 사용 기록이 더 유용했다는 점이다. 매달 남는 데이터를 보면서도 막연히 유지하던 요금이라면, 최근 몇 달의 사용량과 할인 내역을 한번 나란히 놓아볼 만하다. 내 생활에 필요한 데이터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나니 요금표도 전보다 훨씬 읽기 쉬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