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캠핑을 시작했을 때는 남들이 좋다는 텐트를 따라 샀습니다. 막상 몇 번 써보니 넓은 텐트는 혼자 치기 버거웠고, 가벼운 텐트는 가족 짐을 넣을 자리가 없더군요. 지금도 캠핑 텐트 추천을 부탁받으면 제품 이름보다 먼저 묻습니다. 차에서 얼마나 걸어 들어가는지, 몇 명이 자는지, 비 오는 날에도 갈 생각인지요. 이 세 가지가 정해져야 돈을 덜 씁니다.
인원수보다 잠자리 크기부터 재세요
텐트에 적힌 ‘2인용’은 대개 두 사람이 잘 수 있다는 뜻이지, 배낭까지 펼쳐 놓고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둘이 자동차 캠핑을 간다면 3인용부터 보는 편이 여유롭습니다. 반대로 혼자 백패킹을 간다면 2인용의 넓이가 매력적이어도 그 무게를 끝까지 혼자 메야 합니다. 저는 혼자 걸을 때 짐을 텐트 안에 다 넣겠다는 생각부터 버렸습니다. 비에 젖으면 곤란한 물건만 안으로 들이고, 배낭은 전실에 두는 식입니다.
바닥 면적 숫자만 보고 사면 또 한 번 실수합니다. 벽이 가파르게 안쪽으로 좁아지는 텐트는 누웠을 때보다 앉았을 때 훨씬 답답합니다. 매장에서 볼 수 있다면 평소 쓰는 매트 크기를 떠올리며 둘이 나란히 누울 폭, 머리맡 짐 자리, 앉아서 옷 갈아입을 높이를 확인하세요. 키가 큰 사람은 바닥 길이도 꼭 봐야 합니다. 침낭 끝이 텐트 벽에 계속 닿으면 비 오는 밤에 불편해집니다.
차에서 바로 치는 텐트와 메고 가는 텐트는 다릅니다
오토캠핑은 무게보다 설치 시간과 생활 공간이 먼저입니다. 한밤중에 도착하거나 아이와 함께 간다면 폴 구조가 단순한 자립식 텐트가 편합니다. 다만 커다란 거실형 텐트가 언제나 좋은 건 아닙니다. 사이트 크기와 주차 위치를 확인하지 않고 샀다가, 예약한 자리에 텐트를 다 펴지 못하는 경우를 봤습니다. 캠핑장 사진에는 넓어 보여도 차를 세우고 나면 실제로 쓸 땅이 줄어듭니다.
백패킹이라면 판매 페이지의 ‘최소 무게’와 ‘포장 무게’를 구분해야 합니다. 최소 무게는 보통 텐트 본체와 플라이, 폴 같은 기본 구성만 가리키고, 포장 무게에는 팩과 수납 주머니 등이 더해집니다. 실제로 메는 무게는 가져갈 구성에 따라 달라지니, 구매 전에 목록을 적어 합산해 보는 게 정확합니다. 둘이 간다면 폴과 본체를 나눠 멜 수도 있습니다. 가벼운 비자립식 텐트는 매력적이지만, 단단한 바닥에서 팩을 박기 어렵거나 설치 경험이 적을 때는 시간이 더 걸립니다.
차박을 한다고 텐트가 꼭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잠은 차에서 자고 바깥에서는 잠깐 앉아 있을 뿐이라면 큰 도킹 텐트가 짐만 늘릴 수 있습니다. 비를 피할 공간이 정말 필요한지, 차량 옆에 펼칠 자리가 있는지부터 따져보세요. 저도 장비를 줄이기 시작하면서 ‘있으면 편할 것 같은 물건’과 ‘매번 쓰는 물건’을 다르게 보게 됐습니다.
가격보다 비 오는 밤에 필요한 부분을 보세요
예산이 10만 원 안팎이라면 처음부터 모든 계절을 해결하려 하지 않는 게 낫습니다. 날씨가 온화한 날, 차량 접근이 쉬운 캠핑장에서 쓸 텐트를 고르고 설치가 쉬운지부터 확인하세요. 20만~40만 원대를 본다면 출입문과 전실의 쓰임새, 폴 교체 가능 여부, 봉제선 마감까지 비교할 만합니다. 50만 원 이상을 쓰는 이유는 분명해야 합니다. 자주 걸어서 이동해 무게를 줄여야 하거나, 반복 사용에서 필요한 구조를 이미 알고 있을 때 비싼 텐트 값이 제 몫을 합니다. 가격대는 선택 기준을 잡기 위한 예산선일 뿐, 같은 가격이면 성능도 같다는 뜻은 아닙니다.
제가 먼저 보는 건 플라이가 비를 어느 방향으로 흘려보내는지, 전실에서 젖은 신발을 둘 자리가 있는지, 환기구를 비 오는 중에도 열 수 있는지입니다. 방수 수치 하나만 높다고 쾌적한 텐트가 되지는 않습니다. 밤새 안쪽에 맺힌 물방울을 빗물로 오해하기도 합니다. 메쉬와 환기구가 있어 공기가 움직이고, 플라이와 이너 사이가 적당히 떨어지는지도 보세요. 바닥 보호용 풋프린트는 거친 땅을 자주 쓴다면 값어치가 있지만, 모든 텐트에 처음부터 따로 살 필요는 없습니다.
계절 표기보다 현장 조건을 믿으세요
봄부터 가을까지 일반적인 캠핑장에 다닌다면 대체로 3계절용부터 고르면 됩니다. ‘4계절용’이라는 말만 보고 겨울에도 따뜻하겠다고 기대하면 곤란합니다. 바람과 눈에 대응하도록 만든 구조라도 보온은 침낭과 매트, 옷차림이 크게 좌우합니다. 여름에는 환기가 부족해 오히려 답답할 수도 있습니다. 해안가의 강한 바람, 그늘 없는 노출된 자리, 눈 예보가 있는 산지는 평소 가던 캠핑장과 조건이 다릅니다. 예보가 나쁘면 텐트를 바꾸는 것보다 일정을 바꾸는 판단이 먼저입니다.
사기 전에는 가능하면 한 번 직접 쳐보세요. 폴을 혼자 끼울 수 있는지, 문을 열 때 빗물이 안으로 떨어지는지, 팩을 모두 박았을 때 줄이 통로를 가로막지 않는지 금방 드러납니다. 도착해서야 설명서를 펼치면 어두운 데서 작은 부품 하나를 찾느라 진이 빠집니다. 텐트 안에서 버너나 숯불을 쓰지 않는 것도 기본입니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은 밀폐된 텐트에서 숯을 태우면 일산화탄소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제 경험상 오래 남는 텐트는 가장 비싸거나 가장 가벼운 텐트가 아닙니다. 내가 자주 가는 곳에 무리 없이 들고 가서, 피곤한 날에도 제대로 칠 수 있는 텐트입니다. 첫 구매라면 앞으로 갈 캠핑 세 번을 떠올려 보세요. 그 세 번에 모두 어울리는 크기와 구조가 보이면, 창고에 쌓일 장비 하나를 줄인 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