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하이에 살 때 처음 배달 음식을 주문하면서 화면 속 ‘自取’를 보고 한참 멈춘 적이 있습니다. 글자 뜻은 ‘직접 가져간다’인데, 주문 방식에서 이걸 누르면 음식이 집으로 오지 않습니다. 중국 앱은 단어를 많이 아는 것보다 지금 화면에서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읽는 게 먼저입니다.
중국어를 12년 가르치면서도 학생들에게 앱 화면을 보여주면 반응이 달라집니다. 교재에서 배운 付款을 알아도, 付款码와 收款码가 나란히 나오면 어느 쪽을 열어야 할지 헷갈리거든요. 위챗이나 알리페이의 결제 화면, 배달 앱의 주문 화면에서 자주 만나는 말을 실제 상황에 맞춰 읽어보면 훨씬 덜 막힙니다.
중국 앱은 동사보다 상태 표시를 먼저 읽으세요
버튼을 누르기 전에 주문 상태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좋습니다. ‘待付款’(dài fùkuǎn)은 아직 결제를 기다리는 상태이고, ‘已付款’(yǐ fùkuǎn)은 결제를 마친 상태입니다. 앞의 待는 ‘기다리는 중’, 已는 ‘이미’라는 뜻이에요. 뒤의 동사가 같아도 이 한 글자로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이 달라집니다.
배달 화면의 ‘配送中’(pèisòng zhōng)은 배송 중, ‘已送达’(yǐ sòngdá)는 배달 완료입니다. 中을 보면 진행 중, 已를 보면 완료된 일이라고 읽으면 됩니다. HSK 단어장에서는 각각 따로 외우기 쉽지만, 앱에서는 이 짧은 글자들이 붙어 다닙니다. ‘已’를 놓치면 이미 끝난 주문을 계속 기다릴 수도 있어요.
버튼도 비슷합니다. ‘确认’(quèrèn)은 확인, ‘提交’(tíjiāo)는 내용을 보내거나 접수한다는 뜻입니다. 확인 화면이 한 번 더 나올 수도 있고, 제출과 함께 주문이 넘어갈 수도 있으니 금액과 주소가 보이면 먼저 읽으세요. ‘取消’(qǔxiāo)는 진행 중인 선택이나 주문을 취소할 때 쓰이고, 결제한 돈을 돌려받는 ‘退款’(tuìkuǎn)과는 다릅니다.
결제 화면에서는 누가 돈을 내는지 구분하세요
‘付款’(fùkuǎn)은 돈을 내는 쪽, ‘收款’(shōukuǎn)은 돈을 받는 쪽에서 쓰는 말입니다. 그래서 손님이 직원에게 보여주는 코드는 ‘付款码’(fùkuǎn mǎ), 가게가 손님에게 보여주는 코드는 ‘收款码’(shōukuǎn mǎ)입니다. 한자를 뒤에서부터 읽으면 둘 다 ‘돈에 관한 코드’처럼 보여서, 앞의 동사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가게에서 코드를 보여주며 ‘扫一下’(sǎo yíxià)라고 하면 ‘한번 스캔해 주세요’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만으로는 누가 누구의 코드를 찍는지 분명하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땐 ‘我扫你还是你扫我?’(Wǒ sǎo nǐ háishi nǐ sǎo wǒ?)라고 물으면 됩니다. ‘제가 찍을까요, 아니면 제 코드를 찍으실래요?’라는 뜻이라 계산대에서 바로 통합니다.
‘扫’(sǎo)는 3성이고 ‘收’(shōu)는 1성입니다. 둘 다 한글로 대충 적으면 비슷하게 들리지만 역할은 완전히 다릅니다. 직원이 빠르게 말할 때는 성조뿐 아니라 뒤에 붙는 말도 들으세요. 扫码(sǎomǎ)는 스캔하기, 收款码(shōukuǎn mǎ)는 돈을 받는 코드입니다. 발음 한 음절을 놓쳐도 뒤의 码를 들으면 화면의 코드 이야기라는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배달과 매장 주문은 받는 방식부터 고르세요
배달 앱에서 ‘外卖’(wàimài)는 배달 음식, ‘自取’(zìqǔ)는 직접 찾으러 가는 방식입니다. ‘到家’(dào jiā)는 집이나 입력한 주소로 받기, ‘到店’(dào diàn)은 매장으로 가기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메뉴 사진에 마음을 빼앗기기 전에 받는 방식과 매장 위치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죠. 같은 음식이라도 선택에 따라 내가 가야 할 곳이 달라집니다.
매장에서 먹는다면 ‘堂食’(tángshí), 포장이라면 ‘打包’(dǎbāo)을 찾으면 됩니다. ‘포장해 주세요’를 교재식으로 길게 만들 필요도 없어요. 직원에게 ‘打包’이라고 말하거나, 앱에서 해당 항목을 고르면 자연스럽습니다. 주문 후에는 ‘取餐码’(qǔcān mǎ)를 확인하세요. 음식을 찾을 때 보여주거나 불러줘야 하는 주문 번호입니다.
주소 화면에서는 ‘地址’(dìzhǐ)가 주소, ‘定位’(dìngwèi)가 현재 위치를 잡는 기능입니다. 위치가 자동으로 표시됐다고 해서 실제 받을 주소까지 맞는 건 아닙니다. 상하이에서 배달을 시킬 때도 건물 이름이 비슷한 곳이 있어 상세 주소를 다시 읽곤 했어요. ‘층’은 ‘楼’(lóu), ‘호실’은 ‘室’(shì)로 표시되는 경우가 많으니 숫자와 함께 확인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막혔을 때는 앱 속 짧은 말을 그대로 쓰세요
중국 앱에서는 ‘小程序’(xiǎo chéngxù)도 자주 보입니다. 앱 안에서 여는 작은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식당 주문이나 예약 화면이 별도 앱처럼 보여도, 지금 쓰던 앱 안의 小程序일 수 있어요. 화면이 바뀌었다고 당황하기보다 주문 내역인 ‘订单’(dìngdān)이 어디 있는지부터 찾으세요.
문제가 생기면 ‘联系客服’(liánxì kèfú)는 고객센터에 연락하기, ‘售后’(shòuhòu)는 구매 뒤의 문의나 처리를 가리킵니다. 주문을 취소하고 싶다면 ‘取消订单’(qǔxiāo dìngdān), 이미 낸 돈을 돌려받고 싶다면 ‘申请退款’(shēnqǐng tuìkuǎn)이라는 문구를 찾는 편이 빠릅니다. ‘退货’(tuìhuò)는 물건을 반품한다는 뜻이라 음식 주문의 환불과는 쓰임이 다릅니다.
직원이나 상담원에게 설명할 때도 화면의 표현을 가져오면 편합니다. ‘订单显示已付款’(Dìngdān xiǎnshì yǐ fùkuǎn)은 ‘주문에는 결제 완료라고 나와요’, ‘我想申请退款’(Wǒ xiǎng shēnqǐng tuìkuǎn)은 ‘환불을 신청하고 싶어요’입니다. 어려운 문장을 새로 만들기보다 앱에 적힌 상태를 먼저 말하면 상대도 같은 주문을 보며 확인하기 좋습니다.
중국 앱을 익힐 때 저는 화면 전체를 번역하려고 애쓰지 말라고 합니다. 待와 已로 상태를 읽고, 付와 收로 결제 방향을 가르고, 自取와 外卖로 받는 방식을 확인하면 당장 필요한 선택이 보입니다. 길에서 쓰는 중국어는 이렇게 짧고 구체적입니다. 교재 속 단어가 실제 생활과 이어지는 순간도 대개 이런 작은 버튼 앞에서 찾아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