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나 예능을 정주행하다 보면 화면에 오래 남는 사람이 있죠. 그런데 이번에는 한 사람의 소식을 접하고 나서, 그가 남긴 음악과 영상이 자꾸 마음에 걸렸습니다. 작곡가이자 가수로 활동한 이준영, 활동명 LeeZu의 비보입니다. 향년 42세. 제목에서 말한 ‘마지막 안녕’은 그가 개인 채널에 남긴 영상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먼저 같은 이름 때문에 헷갈릴 수 있는 부분부터 짚고 갈게요. 여기서 이야기하는 이준영은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 이준영이 아니라 리듬게임 DJMAX의 음악을 만든 작곡가 LeeZu입니다. 이름만 보고 다른 사람의 근황과 연결해 읽기 쉬운 소식이라, 저도 처음엔 한 번 더 확인하게 되더라고요.
42세 비보는 어떻게 알려졌을까
2026년 5월 4일, 동료 작곡가 왕정현(XeoN)이 자신의 계정을 통해 이준영의 부고를 전했습니다. 그가 남긴 곡들을 기억해 달라는 추모의 말도 함께였죠. 엑스포츠뉴스와 MK스포츠 등은 이 소식을 전하며 고인이 42세로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습니다. 갑작스럽게 소식을 접한 팬들에게는 무대 위 가수보다, 게임을 켜면 익숙한 곡으로 먼저 만났던 음악가의 이름일 겁니다.
보도를 읽으며 조심스러웠던 건 알려진 사실의 범위였습니다. 부고가 전해진 날짜와 실제로 세상을 떠난 날짜를 같은 날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사망 원인도 공식적으로 확인된 내용이 없습니다. 뒤늦게 보이는 영상 한 편이나 문장 하나를 근거로 고인의 마지막 시간을 재구성하는 일은 삼가고 싶어요. 남겨진 기록은 볼 수 있어도, 그 기록만으로 한 사람의 사정을 전부 알 수는 없으니까요.
‘안녕’이라는 제목이 오래 남는 이유
고인은 4월 25일 개인 채널 ‘방랑백수’에 ‘안녕’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습니다. 비보 이후 이 영상과 함께 남긴 감사와 미안함의 말이 다시 주목받았습니다. 소식을 알고 난 뒤에 접하면 평범한 인사로 넘기기 어려운 제목이죠. 저 역시 ‘안녕’이라는 두 글자 앞에서 한동안 멈추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 제목에 특정한 뜻을 확정해 붙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처음 영상을 올릴 때 고인이 어떤 마음이었는지, 보는 사람이 나중에 알 방법은 없으니까요. 누군가에게는 작별처럼 들리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저 한 곡의 이름으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그가 공개한 음악과 영상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기록을 다시 찾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정도입니다.
드라마의 마지막 회라면 앞선 장면을 되짚으며 복선을 찾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실제 사람의 삶을 그렇게 읽는 건 다르더라고요. 영상의 한 문장에 답을 끼워 맞추기보다, 그가 공개해 온 작업을 있는 그대로 듣는 편이 고인을 기억하는 방식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게임을 하다 들었던 그 곡들
LeeZu를 오래 기억하는 팬이라면 DJMAX TECHNIKA 2의 ‘The Guilty’와 ‘Burn it Down’을 떠올릴 겁니다. 당시에는 P’sycho-Remi라는 이름으로 곡을 선보였죠. 리듬게임 음악은 화면의 노트를 따라가느라 작곡가 이름을 지나치기 쉬운데, 마음에 든 곡은 결국 다시 찾아 듣게 됩니다. 손으로 플레이하던 기억과 귀에 남은 소리가 함께 돌아오는 게 이 장르의 묘한 힘이에요.
그를 강렬한 게임 음악의 작곡가로만 기억했다면 활동의 다른 장면도 의외일 수 있습니다. MK스포츠는 그가 ‘Love is Beautiful’에 기타 연주로 참여했다고 전했습니다.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한편, 개인 채널에서는 자신의 일상도 공개해 왔습니다. 한 곡의 제작자 이름으로 시작해 영상을 올리는 사람의 얼굴까지 알게 된 팬이라면 이번 소식이 더 가깝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저는 추모할 때 대표곡 몇 개에만 한 사람을 가두는 게 조금 아쉽습니다. 반대로 잘 모르는 일상까지 모두 안다고 말하는 것도 조심스럽고요. 그래서 그의 음악을 다시 들을 때는 익숙한 곡부터 찾아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전에 왜 그 곡을 반복해서 들었는지, 어떤 소리가 기억에 남았는지 떠올리는 시간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화면 밖 사람을 기억하는 방식
예능이나 일상 영상을 오래 보다 보면 출연자를 친한 사람처럼 느낄 때가 있습니다. 꾸밈없는 장면을 본 것 같아 더 그렇죠. 하지만 화면에 담긴 시간은 그 사람의 삶 가운데 일부입니다. 이준영이 공개한 영상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친근하게 보아 온 만큼 슬플 수는 있어도, 보이지 않는 시간을 추측으로 채우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이번 소식에서 제게 오래 남는 건 결국 이름과 작품입니다. 이준영이라는 이름, LeeZu라는 활동명, 게임을 플레이하며 들었던 곡들, 그리고 ‘안녕’이라는 제목의 마지막 공개 영상. 누군가의 비보를 접한 뒤 곡을 다시 재생하는 마음은 사람마다 다르겠죠. 저는 그 음악이 좋았던 순간을 먼저 떠올리고 싶습니다. 그가 만든 소리가 앞으로도 팬들의 플레이와 기억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