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방항에서 이수도를 바라보면 배가 없어도 건너갈 수 있을 만큼 가까워 보입니다. 그런데 섬 여행에서는 눈앞의 거리보다 돌아오는 배 시각이 더 중요합니다. 거제 이수도도 그렇습니다. 배를 타는 시간은 10분 남짓이지만, 막배를 놓치거나 바람 때문에 배가 멈추면 그날 계획은 달라집니다. 저는 당일치기든 1박이든 이수도에서 나올 배부터 정하고 걷는 시간을 잡습니다.
시방선착장에서 배 시간을 먼저 맞춘다
이수도행 배는 거제시 장목면 시방선착장에서 탑니다. 거제 시내에서 막연히 ‘이수도’만 찾아 출발하면 선착장까지의 이동 시간을 놓치기 쉽습니다. 주말에는 주차하고 표를 끊는 시간도 필요하니 출항 30분 전쯤 도착하는 편이 마음 편합니다. 승선 신고에 쓸 신분증도 챙겨야 합니다.
거제시 관광 안내에 실린 시방 출항 시각은 2월 1일부터 10월 20일까지 오전 8시, 10시, 낮 12시, 오후 2시, 4시, 6시입니다. 10월 21일부터 이듬해 1월 31일까지는 마지막 출항이 오후 5시 10분으로 당겨집니다. 이수도에서 시방으로 나오는 마지막 배는 같은 기간에 각각 오후 5시 50분, 오후 5시입니다. 가을에 예전 여름 시간표만 보고 오후 늦게 들어가면 섬에서 쓸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성수기에는 승객 수에 따라 수시 운항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추가 배를 전제로 일정을 짜면 곤란합니다. 배가 짧은 거리를 오가더라도 강풍과 높은 파도에는 결항할 수 있습니다. 이 항로에서 물때를 보는 이유도 갯벌이 드러나 길이 막힐까 걱정해서라기보다, 낚시나 해안 활동을 계획했을 때 안전한 시간을 가늠하기 위해서입니다. 출발 전날과 당일 아침에는 도선 쪽에 운항 여부와 돌아올 배의 막차 시각을 다시 묻는 게 좋습니다.
선착장에서 출발해 둘레길을 한 바퀴 걷는다
배에서 내리면 이수도 마을과 민박집들이 먼저 보입니다. 섬 안에서는 차를 이용해 관광지를 옮겨 다닐 일이 거의 없습니다. 짐이 있다면 숙소에 맡기고, 당일치기라면 물과 간식을 챙겨 걸어 나가면 됩니다. 마을길을 지나 물새전망대, 이물섬전망대, 출렁다리, 해돋이전망대 쪽으로 도는 흐름이 자연스럽습니다. 표지판을 따라 한 바퀴 돌아 다시 선착장으로 나옵니다.
둘레길은 걸은 지점과 우회한 길에 따라 약 3~4㎞로 잡으면 됩니다. 쉬지 않고 걸으면 1시간 반 안팎이지만, 저는 배 시간 사이에 최소 2시간은 둡니다. 바다를 내려다보는 전망대에서 잠깐씩 멈추고 출렁다리 앞에서 사람을 기다리다 보면 생각보다 시간이 갑니다. 길이 대체로 순한 편이어도 계단과 흙길이 있어 슬리퍼보다는 운동화가 낫습니다. 비가 온 뒤에는 데크와 그늘진 내리막이 미끄러울 수 있습니다.
당일치기라면 오전 10시 배로 들어가 오후 2시 배로 나오는 일정이 무난합니다. 다만 이건 정상 운항을 전제로 한 계획입니다. 오후 배에 반드시 맞춰야 하는 약속이 있다면 한 편 앞선 배로 돌아오는 쪽이 안전합니다. 여름 한낮에는 그늘이 끊기는 구간이 있어 물을 넉넉히 챙기고, 선선한 계절에는 전망대마다 조금 더 오래 머물러도 좋습니다.
1박 3식 민박은 밥상보다 조건을 먼저 확인한다
이수도가 널리 알려진 이유는 ‘1박 3식’ 민박입니다. 보통 들어간 날 점심과 저녁, 다음 날 아침을 묶어 내지만 집마다 식사 시각과 구성은 다릅니다. 숙박을 예약할 때는 가격만 듣고 끝내지 말고 몇 명이 한 방을 쓰는지, 화장실은 객실 안에 있는지, 세 끼가 정확히 언제 나오는지 물어보는 편이 좋습니다. 두 사람이 묵는 경우와 네 사람이 묵는 경우의 1인 요금도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점심을 먹으려면 몇 시 배를 타야 하는지 숙소에 확인해야 합니다. 낮 12시 배를 타고 들어가면 숙소의 첫 식사 시간과 어긋날 수 있습니다. 해산물을 못 먹는 일행이 있다면 예약할 때 알려야 하고요. 식사 사진에서 본 메뉴가 방문하는 날에도 나온다고 생각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날 잡힌 생선과 숙소 운영 방식에 따라 상차림은 달라집니다.
잠깐 걷고 조용히 쉬려는 사람에게는 1박이 잘 맞습니다. 저녁 배가 끊긴 뒤 마을이 가라앉는 시간과 다음 날 첫배가 오기 전의 바다는 당일 손님이 보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숙소 시설이 여행의 중심이거나 밤늦게까지 둘러볼 곳을 찾는다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습니다. 섬이 작은 만큼 저녁 식사 뒤의 선택지는 산책과 휴식 정도입니다.
돌아오는 배까지 섬 여행의 일부로 잡는다
시방선착장으로 돌아올 때도 주말에는 민박 퇴실 손님과 당일 손님이 같은 배에 몰릴 수 있습니다. 둘레길 끝에서 선착장까지 걸어오는 시간, 표 확인과 승선 대기 시간을 남겨 두어야 합니다. 섬 안 가게의 영업시간이나 물건 종류에 기대기보다는 마실 물과 필요한 약을 육지에서 챙겨 들어가는 편이 낫습니다.
이수도는 배에서 내리자마자 큰 풍경이 쏟아지는 섬은 아닙니다. 마을을 지나 바다가 보이는 길을 걷고, 때가 되면 밥을 먹고, 돌아갈 배를 기다리는 리듬이 이 섬과 잘 맞습니다. 짧은 항로라 가볍게 생각하기 쉬운데, 배 시간을 먼저 챙긴 사람에게 비로소 여유가 생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