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한자 리스트는 어떤 글자부터 익혀야 할까요?

1회
기초한자 리스트는 어떤 글자부터 익혀야 할까요?

수업 시간에 ‘수질’과 ‘수작업’을 칠판에 나란히 적으면, 두 단어의 ‘수’가 같은 글자인지 묻는 학생이 있습니다. 소리만 들으면 구별하기 어렵지요. 수질의 수는 물 수(水), 수작업의 수는 손 수(手)입니다. 한 글자의 뜻을 알자 단어 전체가 다르게 보인다는 학생도 많습니다. 기초한자 리스트를 찾을 때도 이처럼 자주 만나는 단어에서 출발하면 좋습니다.

기초한자는 몇 자를 뜻할까요?

‘기초한자’라고 하면 흔히 1,800자를 떠올립니다. 교육용 기초 한자는 1972년에 중학교용 900자와 고등학교용 900자로 나누어 제정됐습니다. 다만 이 숫자를 오늘 당장 모두 외워야 할 목표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국가교육과정정보센터에 실린 2022 개정 한문과 교육과정도 한자와 한자 어휘를 실제 언어생활에 활용하는 데 관심을 둡니다.

제가 학생에게 처음 건네는 목록은 그보다 훨씬 짧습니다. ‘눈 목(目)’을 알고 목적, 주목, 목격을 잇는 편이 낯선 글자를 순서대로 베끼는 것보다 오래 남기 때문입니다. 아래 글자들은 공식 급수표를 옮긴 목록이 아니라, 일상어를 읽을 때 연결하기 쉬운 출발점입니다.

생활 속 단어에서 만나는 기초한자 리스트

처음에는 모양이 뚜렷하고 다른 글자와 자주 어울리는 것부터 읽어 봅니다. 뜻과 음을 함께 적되, 곁에 아는 단어 하나를 붙이면 기억할 자리가 생깁니다.

사람과 몸을 나타내는 글자

  • 人 사람 인 · 大 큰 대 · 小 작을 소 · 子 아들 자: 인구(人口), 대형(大型), 소형(小型), 자녀(子女)
  • 手 손 수 · 足 발 족 · 目 눈 목 · 心 마음 심: 수작업(手作業), 족적(足跡), 주목(注目), 심리(心理)
  • 父 아버지 부 · 母 어머니 모 · 女 여자 녀: 부모(父母), 모성(母性), 자녀(子女)

‘아들 자’라고 외우는 子도 자녀나 자식처럼 쓰일 때는 자식을 가리킵니다. 훈 하나가 그 글자의 모든 쓰임을 대신한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단어를 좁게 읽게 됩니다.

자연과 시간을 나타내는 글자

  • 日 날 일 · 月 달 월 · 年 해 년 · 時 때 시: 일과(日課), 월간(月刊), 학년(學年), 시간(時間)
  • 水 물 수 · 火 불 화 · 木 나무 목 · 山 메 산: 수질(水質), 화재(火災), 목재(木材), 등산(登山)
  • 天 하늘 천 · 地 땅 지 · 雨 비 우 · 風 바람 풍: 천지(天地), 지하(地下), 우천(雨天), 풍속(風速)
  • 春 봄 춘 · 夏 여름 하 · 秋 가을 추 · 冬 겨울 동: 춘계(春季), 하계(夏季), 추계(秋季), 동계(冬季)

계절 이름은 한자 음과 일상어를 함께 놓으면 이해가 빠릅니다. ‘추계 행사’의 추(秋)가 가을이라는 것을 알면, 처음 본 ‘추분’도 계절과 관계가 있겠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짐작한 뜻은 문장 속에서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읽고 배우며 자주 만나는 글자

  • 學 배울 학 · 校 학교 교 · 生 날 생: 학교(學校), 학생(學生), 생활(生活)
  • 文 글월 문 · 字 글자 자 · 言 말씀 언 · 語 말씀 어: 문자(文字), 문장(文章), 언어(言語)
  • 讀 읽을 독 · 書 글 서 · 食 먹을 식 · 飮 마실 음: 독서(讀書), 서점(書店), 식사(食事), 음료(飮料)
  • 國 나라 국 · 家 집 가 · 社 모일 사 · 會 모일 회: 국가(國家), 가정(家庭), 사회(社會), 회사(會社)

여기까지 43자입니다. 적어 보니 제법 많아 보여도, 실제로는 이미 아는 말에 붙일 이름을 얻은 셈입니다. ‘독서’와 ‘서점’에 같은 書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발견하면 새 단어를 만났을 때도 글과 책의 뜻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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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소리와 다른 뜻은 어떻게 구별할까요?

한자 공부가 쓸모를 발휘하는 순간은 소리만으로 뜻을 알기 어려울 때입니다. ‘수’에는 물 수(水), 손 수(手), 셀 수(數)가 있습니다. 수질(水質)은 물의 성질, 수작업(手作業)은 손으로 하는 작업, 수량(數量)은 셀 수 있는 양과 이어집니다. 같은 소리를 세 번 외우는 대신 세 단어를 비교하면 구별이 선명해집니다.

‘이상’도 좋은 예입니다. ‘3명 이상’의 이상(以上)은 기준보다 위라는 뜻이고, ‘기계에 이상이 있다’의 이상(異常)은 평소와 다른 상태를 가리킵니다. 표기는 같아도 문장 속 뜻이 다르니, 한자를 확인할 때는 앞뒤 문장도 함께 읽어야 합니다. 한자 두 개를 기계적으로 풀어 놓는 것만으로 단어의 쓰임이 모두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목록을 외울 때 무엇을 함께 적으면 좋을까요?

저는 한 글자마다 ‘뜻과 음, 익숙한 단어, 새로 만난 단어’를 한 줄에 적게 합니다. 가령 水 옆에 ‘물 수 · 수질 · 수분’을 적고, 다음 날에는 두 단어가 각각 무엇을 뜻하는지 말로 설명해 봅니다. 글자 모양을 열 번 쓰는 것보다 그 글자가 들어간 말을 직접 읽는 일이 어휘 공부에는 더 가깝습니다.

단어가 막힐 때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이나 우리말샘에서 뜻과 한자 표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전의 풀이가 내가 짐작한 뜻과 다르면 그 차이를 메모해 두면 됩니다. 학생들과 책을 읽다 보면 한 글자를 정확히 아는 일이 긴 문장 하나를 이해하는 데 닿는 순간이 있습니다. 기초한자 리스트의 값어치는 외운 글자 수보다 그런 순간이 얼마나 늘어나는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초한자 리스트는 어떤 글자부터 익혀야 할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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