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멸치볶음을 만들면 같은 재료를 써도 어떤 팬에서는 바삭하고, 어떤 팬에서는 멸치끼리 뭉칩니다. 대부분 멸치를 덜 말렸거나 양념을 넣은 뒤 오래 볶은 경우예요. 견과류 멸치볶음은 멸치와 견과를 따로 볶아 수분을 날리고, 양념은 짧게 끓인 뒤 섞으면 집에서도 한결 수월합니다.
멸치 80g에 견과류 60g이면 반찬통 하나가 나와요
잔멸치 80g, 견과류 60g을 준비합니다. 견과류는 아몬드 슬라이스 30g과 호두 30g을 섞어도 좋고, 한 가지만 60g 써도 됩니다. 양념은 식용유 1큰술(15mL), 진간장 1작은술(5mL), 설탕 2작은술(약 8g), 맛술 1큰술(15mL), 올리고당 2작은술(10mL)입니다. 통깨 1작은술과 참기름 ½작은술은 있으면 마지막에 넣으세요. 이 양이면 밥반찬으로 4~5번 덜어 먹기 좋습니다.
저는 먼저 멸치 한 마리를 먹어봅니다. 멸치마다 짠맛 차이가 꽤 커요. 이미 짭짤하다면 간장은 ½작은술만 넣고, 거의 짜지 않으면 적힌 양을 씁니다. 맛술이 없을 때는 물 1큰술로 바꿀 수 있지만, 양념을 끓일 때 수분이 충분히 날아가도록 20~30초 더 지켜봐야 합니다. 올리고당이 없다면 물엿을 같은 양으로 쓰면 되고, 둘 다 없다면 설탕을 1작은술 더 넣으세요. 다만 설탕만 쓸 때는 윤기보다 가벼운 바삭함이 납니다.
호두는 손으로 반쪽을 다시 2~3조각으로 부숩니다. 너무 잘게 다지면 볶는 동안 가루가 생겨 양념에 엉겨요. 아몬드나 호두 대신 땅콩, 캐슈너트도 됩니다. 이미 소금이 뿌려진 견과라면 간장은 빼고 시작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26cm 안팎의 팬을 쓰고, 작은 팬이라면 멸치를 두 번에 나눠 볶으세요. 팬 바닥이 빽빽하면 볶기보다 찌듯이 익습니다.
멸치와 견과류는 양념 없이 따로 볶습니다
빈 팬을 중약불로 30초 정도 데운 뒤 멸치를 넣습니다. 가스레인지라면 불꽃이 팬 바닥 밖으로 나오지 않는 세기예요. 2~3분 동안 주걱으로 계속 뒤집어 수분을 날립니다. 멸치를 집었을 때 처음보다 가볍고 뻣뻣해지고, 비린 향 대신 고소한 향이 올라오면 불을 끕니다. 색을 진하게 내려고 더 볶으면 작은 멸치부터 쓴맛이 나기 쉬워요.
볶은 멸치는 넓은 접시에 펼쳐 둡니다. 한곳에 쌓아 두면 김이 다시 멸치에 닿아요. 팬 바닥에 남은 멸치 가루를 키친타월로 닦고 견과류를 넣습니다. 약불에서 아몬드 슬라이스는 1분 안팎, 굵게 부순 호두는 1~2분 정도 뒤집으며 볶습니다. 견과가 이미 구운 제품이라면 30초만 데우거나 이 과정을 건너뛰어도 됩니다. 견과도 접시에 따로 덜어 식힙니다.
예전에 저는 시간을 줄이려고 멸치와 견과를 한꺼번에 넣었다가 아몬드는 갈색으로 타고 멸치는 눅눅하게 남긴 적이 있어요. 크기와 남아 있는 수분이 달라 익는 속도도 다릅니다. 따로 볶는 2분이 나중에 실패를 수습하는 시간보다 짧더라고요.
양념이 끓으면 불을 끄고 멸치를 섞어요
팬을 잠깐 식힌 다음 식용유, 진간장, 설탕, 맛술을 넣고 약불을 켭니다. 주걱으로 저으며 30~40초 끓이세요. 설탕이 녹고 팬 전체에 작은 거품이 고르게 올라오면 충분합니다. 양념이 갈색으로 짙어지거나 큰 거품만 남을 때까지 졸이면 멸치를 넣은 뒤 빠르게 굳습니다. 팬이 너무 뜨거워 간장이 닿자마자 타는 냄새가 나면 불을 끄고 팬을 잠깐 들어 열을 식혀 주세요.
양념이 고르게 끓으면 불을 끄고 멸치를 먼저 넣어 20초가량 섞습니다. 멸치에 양념이 얇게 묻은 다음 견과류를 넣고 다시 10~15초 뒤집습니다. 견과를 나중에 넣어야 양념이 멸치에 골고루 닿고, 견과가 오래 젖어 있지 않아요. 마지막에 올리고당을 넣고 가볍게 한 번 더 섞습니다. 통깨와 참기름도 이때 넣으세요. 올리고당을 넣은 뒤 불 위에서 계속 볶으면 식으면서 덩어리처럼 굳거나 끈적해질 수 있습니다.
완성한 볶음은 팬에 그대로 두지 말고 넓은 접시에 펼쳐 한 김 식힙니다. 따뜻할 때는 조금 부드러워 보여도 식으면서 표면이 단단해집니다. 맛을 보고 싱겁다면 간장을 팬에 바로 붓기보다, 간장 몇 방울을 볶음 한쪽에 떨어뜨려 섞은 뒤 다시 맛보세요. 특히 잔멸치는 간장을 한 번에 많이 넣으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눅눅하거나 짜게 됐을 때는 이렇게 수습해요
식힌 뒤에도 눅눅하다면 양념의 수분이 남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깨끗한 팬에 볶음을 넓게 펴고 아주 약한 불에서 30초씩 뒤집어 보세요. 표면이 마르면 바로 불을 끄고 접시에 펼쳐 식힙니다. 오래 가열하면 당이 타므로 한 번에 1분 넘게 두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반대로 너무 딱딱하게 뭉쳤다면 불을 끄고 팬에 물 1작은술을 떨어뜨린 뒤 빠르게 풀어 주세요. 다시 약불로 잠깐 데워 물기만 날리면 덩어리가 조금 풀립니다.
짜게 됐을 때는 간을 하지 않은 볶은 견과 20~30g을 추가하면 한입당 짠맛이 줄어듭니다. 견과가 없다면 맨멸치나 밥에 조금씩 섞어 주먹밥 속으로 써도 좋습니다. 당장 먹을 양이 많지 않다면 식힌 뒤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두고 3~4일 안에 먹습니다. 꺼낼 때는 마른 숟가락을 쓰고, 차가운 용기를 오래 열어 두어 물방울이 맺히지 않게 하세요.
저는 이 반찬을 만들 때 양념의 단맛보다 멸치의 고소한 맛이 먼저 나도록 맞춥니다. 멸치를 충분히 말리고, 견과를 따로 볶고, 불을 끈 뒤 섞는 순서만 지키면 재료를 조금 바꿔도 맛이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