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순두부찌개를 끓이면 같은 재료를 써도 어떤 냄비는 국물이 맑고, 어떤 냄비는 텁텁해집니다. 차이는 대개 순두부를 넣기 전 불 세기와 물 양에서 나요. 강릉에서 먹던 초당순두부의 부드러운 맛을 떠올리며 만들 때는 양념을 욕심내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이 레시피는 하얗게 내는 초당순두부가 아니라, 그 담백함을 살려 집에서 칼칼하게 끓이는 순두부찌개예요.
2인분 재료와 물 양
순두부 1봉지 약 350g, 양파 50g, 애호박 60g, 대파 25g, 달걀 1개를 준비합니다. 국물에는 물 또는 멸치·다시마 육수 180ml가 들어갑니다. 순두부에서도 물이 나오니 처음부터 국물을 넉넉히 붓지 마세요. 작은 뚝배기나 지름 18cm 안팎의 냄비가 쓰기 편합니다.
- 양념: 식용유 1큰술(15ml), 고춧가루 1큰술(약 7g), 다진 마늘 1작은술(약 5g), 국간장 1작은술(5ml), 액젓 1작은술(5ml)
- 선택 재료: 바지락살 70g 또는 돼지고기 다짐육 60g. 둘 다 없어도 끓일 수 있습니다.
- 마지막 간: 소금 약 1/8작은술부터. 순두부와 액젓의 짠맛을 확인한 뒤 조금씩 더합니다.
순두부는 포장을 열고 체에 2분 정도만 받쳐 겉의 물을 뺍니다. 꾹 눌러 빼면 모양이 무너져요. 양파는 5mm 두께로, 애호박은 반달 모양으로 썰고 대파는 송송 썹니다. 바지락살을 쓴다면 흐르는 물에 가볍게 헹궈 물기를 털어둡니다. 껍데기 바지락으로 바꿀 때는 해감한 것 120g 정도를 쓰고, 껍데기가 열릴 때까지 충분히 끓입니다.
고춧가루는 약불에서 짧게 볶습니다
냄비를 중약불로 30초쯤 데운 뒤 식용유를 넣습니다. 양파를 먼저 넣어 1분 볶고 다진 마늘을 넣어 20초 더 볶아요. 돼지고기를 쓴다면 양파와 함께 넣고 겉면의 붉은 기가 없어질 때까지 볶습니다. 양파가 기름에 먼저 닿으면 단맛이 올라오고, 마늘은 뒤에 넣어야 타는 일이 적습니다.
불을 약불로 낮춘 뒤 고춧가루를 넣고 20~30초만 저어주세요. 기름이 붉어지고 고소한 향이 나면 바로 물 180ml를 붓습니다. 고춧가루는 뜨거운 냄비 바닥에 오래 두면 금세 탄맛이 납니다. 제가 주방 초년 때 색을 더 내겠다고 오래 볶았다가 국물 전체가 쓴 적이 있어요. 냄비에서 연기가 올라오거나 고춧가루가 갈색으로 변했다면 물을 부어도 탄맛은 남으니, 그때는 양념 기름을 새로 만드는 편이 낫습니다.
순두부를 넣은 뒤에는 젓지 않습니다
물을 부은 뒤 국간장과 액젓, 애호박을 넣고 중불에서 끓입니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3분 더 끓여 애호박을 익혀요. 바지락살을 쓴다면 이때 넣고 속까지 익힙니다. 선택 재료가 없을 때는 물 대신 멸치·다시마 육수를 쓰면 맛이 덜 허전합니다. 육수도 없다면 물로 끓이되 마지막 소금 간을 조금 더 또렷하게 맞추면 됩니다.
순두부는 숟가락으로 큼직하게 떠서 국물 위에 얹습니다. 한 봉지를 대략 6~8덩이로 나눈다는 느낌이면 좋아요. 국물이 다시 가장자리부터 보글보글 올라오면 중약불로 줄여 3분 끓입니다. 이때 숟가락으로 계속 휘젓지 마세요. 순두부가 잘게 부서지면 국물이 탁해지고 입안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덩어리도 사라집니다. 국물을 순두부 위로 끼얹는 정도면 간이 충분히 배어요.
국물을 한 숟가락 맛보고 싱거우면 소금을 약 1/8작은술 넣습니다. 입맛에 따라 조금 더하되 한 번 넣을 때마다 저어 맛을 확인하세요. 대파를 넣고 달걀을 가운데 깨 넣은 다음 뚜껑을 덮어 1~2분 끓입니다. 노른자를 촉촉하게 먹고 싶다면 1분쯤, 단단하게 먹고 싶다면 더 익히면 됩니다. 돼지고기를 쓴 경우에는 달걀을 넣기 전 고기가 속까지 익었는지도 확인합니다.
국물이 묽거나 너무 매울 때
완성했는데 국물이 묽다면 순두부를 으깨서 해결하려 하지 마세요. 뚜껑을 열고 중불에서 2~3분 더 끓이면 물이 조금 날아갑니다. 그래도 간이 약하면 소금을 한 꼬집씩 넣습니다. 반대로 너무 짜다면 물 30ml와 순두부 100g 정도를 더해 한소끔 끓이는 게 낫습니다. 물만 많이 부으면 양념 맛까지 옅어져요.
고춧가루가 매워서 먹기 어렵다면 물 30~50ml를 넣고 달걀 하나를 더 풀어 익혀보세요. 매운맛이 한결 둥글어집니다. 다음번에는 고춧가루를 2작은술만 쓰면 됩니다. 순두부가 이미 많이 부서졌다면 더 젓지 말고 달걀을 풀어 넣어 국물째 떠먹는 쪽으로 내세요. 모양은 달라져도 한 끼 식사로는 충분히 맛있습니다.
순두부찌개는 재료가 많아서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을 조금만 잡고 고춧가루를 태우지 않은 다음, 순두부를 조심히 익히면 집에 있는 재료만으로도 따뜻하고 부드러운 한 그릇이 나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