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이다 늘리다 차이, 무엇이 길어질 때 다를까요?

1회
늘이다 늘리다 차이, 무엇이 길어질 때 다를까요?

얼마 전 학생이 수행평가 제출 기한을 ‘이틀 늘여 주세요’라고 적었습니다. 뜻은 분명히 통했지요. 그런데 기한에는 ‘늘여’보다 ‘늘려’가 알맞습니다. 같은 학생이 체육 시간에 고무줄을 길게 잡아당겼다면, 그때는 ‘고무줄을 늘여’가 맞고요. 두 말 모두 무언가가 커지거나 길어지는 장면에 쓰이니 헷갈릴 만합니다.


고무줄을 잡아당길 때는 왜 ‘늘이다’일까요?


‘늘이다’는 본디보다 더 길어지게 한다는 뜻입니다. 짧은 고무줄의 양끝을 잡고 당기면 고무줄 자체가 길어집니다. 엿가락을 길게 뽑거나, 용수철을 잡아당기는 장면도 떠올려 보세요. 이때는 ‘고무줄을 늘이다’, ‘엿가락을 늘이다’, ‘용수철을 늘이다’라고 씁니다.


국립국어원의 상담 사례에는 ‘선을 연장하여 긋다’라는 뜻도 제시되어 있습니다. 도형의 한 변을 바깥으로 더 그리는 일이라면 ‘선분을 늘이다’가 자연스럽습니다. 말을 길게 끄는 상황의 ‘말을 늘이다’도 같은 쪽입니다. 눈앞에서 하나의 줄이나 말소리가 길게 이어지는 모습이 보이지요.


여기서 ‘길다’라는 말 하나만 외우면 다시 헷갈립니다. 수업 시간을 한 시간에서 두 시간으로 바꾸어도 시간이 길어졌다고 말하니까요. ‘늘이다’를 떠올릴 때는 고무줄처럼 대상 자체를 길게 당기거나 이어 놓는 장면을 함께 기억하는 편이 낫습니다.


시간과 인원을 더할 때는 왜 ‘늘리다’일까요?


‘늘리다’는 ‘늘다’의 사동사입니다. ‘학생 수가 늘다’가 저절로 많아진 결과를 말한다면, ‘학생 수를 늘리다’는 누군가 그 수가 많아지게 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반 인원을 25명에서 30명으로 바꾸면 ‘인원을 늘리다’라고 하지요. 다섯 명을 길게 잡아당긴다는 뜻은 아닙니다.


수와 분량뿐 아니라 넓이, 부피, 무게에도 씁니다. 주차 공간을 10면 더 만들면 ‘주차장을 늘리다’, 짐을 더 실어 무게가 커지면 ‘무게를 늘리다’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에도 잘 어울립니다. 독서량을 한 달 2권에서 4권으로 바꾸면 ‘독서량을 늘리다’, 연습해서 읽기 능력이 나아지면 ‘실력을 늘리다’라고 합니다.


시간과 기간도 이쪽입니다. 30분짜리 수업을 40분으로 바꾸면 ‘수업 시간을 늘리다’이고, 금요일까지였던 제출 기한을 월요일까지 미루면 ‘기한을 늘리다’입니다. 시간은 길어진다고 표현하지만, 실제로 바뀐 것은 시간의 양이나 기간입니다. 그래서 첫 문장의 ‘이틀 늘여 주세요’는 ‘이틀 늘려 주세요’로 고치는 것이 알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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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 길이는 어느 쪽일까요?


교실에서 두 말을 가르치다 보면 꼭 바지 이야기가 나옵니다. ‘바지를 늘이다’와 ‘바지를 늘리다’ 중 하나만 정답이라고 하면 오히려 실제 장면을 놓치기 쉽습니다. 국립국어원 교사 연수 자료는 탄력 있는 바지를 당겨 길게 만드는 경우에는 ‘늘이다’, 옷감을 덧대어 길게 만드는 경우에는 ‘늘리다’를 쓸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바지라는 물건의 이름보다 무엇을 어떻게 바꾸었는지가 먼저입니다.


바짓단을 손으로 잡아당겨 천이 길게 펴지게 했다면 ‘바지를 늘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수선집에서 천을 덧대어 바지의 전체 길이를 3센티미터 더 길게 만들었다면 ‘바지 길이를 늘렸다’가 어울립니다. 반대로 허리가 꽉 끼어 둘레를 넓혔다면 길이가 아니라 폭이 달라진 것이므로 ‘바지 허리를 늘렸다’라고 쓰는 편이 분명합니다.


이런 사례 때문에 ‘길이는 무조건 늘이다’라는 암기법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길이를 말하더라도 옷감을 더해 치수를 키우는 상황이라면 ‘늘리다’가 쓰입니다. 문장 속 목적어만 보고 고르기보다 실제로 벌어진 일을 떠올려야 합니다.


‘늘여’와 ‘늘려’도 같은 기준으로 고릅니다


기본형을 찾으면 활용형도 어렵지 않습니다. ‘늘이다’는 ‘늘여’, ‘늘였다’로 바뀌고, ‘늘리다’는 ‘늘려’, ‘늘렸다’로 바뀝니다. ‘고무줄을 늘여 묶었다’와 ‘참가 인원을 늘려 받았다’를 나란히 읽어 보면 차이가 들립니다. 고무줄은 길게 당겼고, 인원은 수를 더했습니다.


  • 줄이나 엿가락을 길게 당긴다: ‘늘이다’, ‘늘여’, ‘늘였다’
  • 사람 수나 독서량을 많게 한다: ‘늘리다’, ‘늘려’, ‘늘렸다’
  • 수업 시간이나 제출 기간을 더 확보한다: ‘늘리다’, ‘늘려’, ‘늘렸다’
  • 천을 덧대어 옷의 치수를 키운다: ‘늘리다’, ‘늘려’, ‘늘렸다’

국립국어원은 이 두 말을 한글 맞춤법 제57항에서 혼동하기 쉬운 말로 다룹니다. 헷갈리는 까닭은 우리말에서 ‘길어지다’와 ‘많아지다’를 모두 ‘늘다’라는 말로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쓰기 전에 물건을 잡아당기는 모습인지, 수량이나 시간·치수를 더하는 일인지 잠깐 그려 보면 표기가 훨씬 또렷해집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글자 한 획보다 그 장면을 먼저 기억하라고 말합니다.

늘이다 늘리다 차이, 무엇이 길어질 때 다를까요?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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