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제 방을 손봤을 때 페인트부터 샀습니다. 벽에 못 자국이 많다는 건 칠하기 직전에야 봤고, 퍼티가 마르기를 기다리느라 주말 하루가 그대로 지나갔죠. 셀프 인테리어는 손재주보다 작업 순서를 먼저 잡는 게 중요합니다. 11년째 집을 고치면서도 저는 새 작업을 시작할 때 벽과 바닥 상태부터 확인합니다.
집 전체보다 한 공간부터 범위를 정하세요
처음이라면 집 전체를 한꺼번에 바꾸기보다 침실 한쪽 벽이나 작은 방 하나를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범위가 작아야 예상보다 시간이 늘어도 생활이 크게 흐트러지지 않거든요. 벽 색만 바꿀지, 선반까지 달지, 가구 배치도 바꿀지 종이에 적어두면 필요한 재료가 달라집니다.
작업할 공간의 가로·세로·높이를 재고 사진을 찍어두세요. 창문과 문을 뺀 벽 면적을 대략 계산하면 페인트 양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같은 방이라도 기존 벽지가 들떠 있거나 얼룩이 배어 있으면 준비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곰팡이나 누수 흔적이 있다면 페인트로 덮을 일이 아닙니다. 물이 들어오는 원인부터 확인해야 다시 번지지 않습니다.
저는 작업 전 사진을 넓게 한 장, 문제 있는 부분을 가까이서 한 장씩 남깁니다. 철물점에서 재료를 고를 때도 설명하기 쉽고, 나중에 선반 위치를 잡을 때 콘센트와 몰딩 위치를 다시 볼 수 있어 편합니다.
페인트 작업은 칠하는 시간보다 준비 시간이 깁니다
초보자가 시도하기 좋은 작업은 상태가 멀쩡한 벽 한 면 칠하기입니다. 준비물은 보양 테이프, 바닥 보호재, 퍼티와 헤라, 사포, 롤러, 가장자리용 붓, 페인트 트레이, 장갑입니다. 벽 상태에 따라 프라이머도 필요합니다. 물감처럼 아무 벽에나 바로 바르면 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오래된 코팅이나 심한 얼룩 위에는 접착과 색 가림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순서는 가구 옮기기, 바닥과 걸레받이 가리기, 못 자국 메우기, 퍼티가 마른 뒤 사포질, 먼지 제거, 시험 칠, 본칠입니다. 퍼티를 바른 직후 덧칠하면 표면이 울퉁불퉁해질 수 있습니다. 페인트도 한 번 두껍게 바르기보다 제품에 적힌 재도장 간격을 지켜 얇게 두 번 칠하는 편이 자국이 덜 남습니다.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작업 중에는 제품에 맞는 보호 장비를 쓰세요.
작은 방 벽 한 면이라도 가구 이동과 보양에 1~2시간, 표면 손질에 1~3시간, 칠하기에 2~3시간쯤 잡습니다. 여기에 퍼티 건조와 재도장 대기 시간이 따로 붙습니다. 벽 손상이 많으면 하루 만에 끝내겠다는 계획은 빡빡합니다. 저는 보통 첫날 손질과 보양을 하고, 다음 날 칠하는 일정이 덜 힘들었습니다.
재료비에는 소모품과 실패할 여유분도 넣습니다
예산은 페인트 가격만 보고 잡으면 거의 어긋납니다. 롤러 커버, 보양 테이프, 바닥 보호재, 퍼티처럼 쓰고 나면 다시 사야 하는 물건이 있기 때문입니다. 벽 한 면 작업을 예로 들면 페인트와 소모품에 몇만 원에서 십만 원대 초반까지도 차이가 납니다. 면적, 페인트 등급, 기존 도구 보유 여부에 따라 달라지니 구매 전에는 실제 벽 면적과 제품의 도포 면적을 맞춰 확인하세요. 색을 바꿔 칠하거나 거친 벽을 칠하면 예상보다 더 들 수 있습니다.
전동 드릴은 선반 하나 달려고 새로 사기보다 대여할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다만 드릴이 있다고 모든 벽에 구멍을 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콘크리트, 석고보드, 타일은 맞는 비트와 고정 방식이 서로 다릅니다. 벽 재질을 모르거나 벽 속 배관·배선 위치가 불확실하면 타공을 멈추세요. 무거운 선반은 고정 상태에 따라 떨어질 수 있으니 시공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맡기는 편이 안전합니다.
예산표에는 재료비 외에 폐기물 처리와 공구 대여 비용도 한 줄씩 적습니다. 벽지를 뜯거나 가구를 옮길 계획이라면 특히 그렇습니다. 저는 예상한 금액에 여유분을 조금 더 두고 시작합니다. 작업 도중 테이프가 모자라거나 롤러 커버가 망가져도 당장 멈추지 않으려는 이유입니다.
전기와 수도는 작업 범위를 분명히 나눕니다
조명 분위기를 바꾸고 싶다면 먼저 스탠드나 플러그형 조명을 옮겨보세요. 천장 조명 배선, 스위치, 콘센트 교체처럼 전선을 만지는 작업은 직접 진행하지 않습니다. 차단기를 내렸다는 이유만으로 안전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누수 배관 연결이나 수도 설비 교체도 마찬가지로 전문가에게 맡깁니다. 물과 전기는 실수했을 때 집 안의 다른 부분까지 피해가 커질 수 있습니다.
대신 직접 해볼 만한 일은 많습니다. 가구 위치를 바꾸고, 커튼 길이를 맞추고, 벽 상태가 좋은 곳에 색을 입히는 일만으로도 방이 달라집니다. 작업이 끝난 뒤에는 낮과 밤에 한 번씩 공간을 보세요. 낮에는 색이 어울렸는데 저녁 조명 아래에서는 너무 어둡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때 작은 소품과 조명 위치를 조절하면 큰돈을 다시 쓰지 않고도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셀프 인테리어를 오래 할수록 손을 대지 않을 곳을 먼저 찾게 됩니다. 벽 한 면을 안전하게 끝내고 며칠 살아보면 다음에 바꿀 부분이 훨씬 또렷해집니다. 서두르지 않고 한 공간씩 고치는 방식이 제 집에는 가장 잘 맞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