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즈베키스탄전을 보다가 손흥민의 프리킥 골에 환호했는데, 경기 뒤에는 다른 장면이 더 오래 남았다. 황인범이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보였고, 김민재·황희찬과 함께 찍은 사진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2대0 승리와 손흥민의 대기록이 나온 날, 왜 손흥민 리더십 논란까지 커졌을까.
59번째 골이 나온 날 벌어진 일
10월 6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손흥민은 전반 6분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대한축구협회 경기 기록상 한국은 오세훈의 추가골을 보태 2대0으로 이겼다. 손흥민에게는 A매치 통산 59번째 골이었다. 차범근의 58골을 넘어 한국 남자 대표팀 최다 득점자가 된 순간이다. 151번째 A매치에서 쓴 기록이라는 점까지 생각하면, 대표팀에서 쌓아온 시간이 숫자 하나에 압축된 셈이다.
그런데 종료 휘슬 뒤 관심은 스코어보드 밖으로 옮겨갔다. 황인범이 눈물을 보였고, 1996년생 동갑내기인 김민재·황희찬과 다시 그라운드에 나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세 선수가 대표팀 은퇴를 생각한다는 보도까지 이어졌다. 스포츠경향의 현장 보도에 따르면 세 선수는 이후 현영민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과 긴 대화를 나눴다.
여기서 확인된 일과 추측은 나눠 볼 필요가 있다. 선수들이 고충을 이야기한 것은 현 위원장도 인정했다. 반면 현 위원장은 면담에서 은퇴 이야기는 없었다고 했고, 황인범 역시 은퇴설을 부인했다. 눈물과 사진만으로 은퇴 선언이나 손흥민과의 충돌을 확정할 수는 없다.
4경기 성적표가 말하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한국은 에콰도르에 3대0으로 이기고, 우루과이에 1대4로 졌다. 베네수엘라와는 0대0으로 비겼고, 우즈베키스탄에는 2대0으로 이겼다. 4경기 2승 1무 1패, 6득점 4실점이다. 무실점 경기가 세 번이나 있었지만 우루과이전 한 경기에서 네 골을 내줬다. 승패 숫자만 보면 무난해 보여도, 강한 압박을 받거나 수비 간격이 벌어질 때의 대응은 별도로 짚어야 한다.
베네수엘라전 뒤 김민재는 수비수들이 힘들었다는 취지로 말하며 팀 전체의 수비 가담을 아쉬워했다. 이 발언은 경기 운영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읽힌다. 다만 특정 공격수나 주장을 직접 지목한 말로 단정하면 원래 발언보다 훨씬 멀리 가게 된다. 앞선 선수의 압박 위치, 중원의 지원 거리, 수비진의 전진 여부는 함께 맞아야 한다. 그중 한 부분이 어긋나면 뒤에 있는 선수들이 더 긴 거리를 뛰게 된다.
손흥민의 59골은 분명한 개인 기록이고, 네 경기에서 나온 6득점과 4실점은 팀 기록이다. 둘은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한다. 골을 넣는 능력이 주장으로서의 소통까지 증명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한 번의 대패나 선수의 불만이 주장 한 사람의 실패를 증명하는 것도 아니다.
은퇴설과 7번 호칭은 어디까지 확인됐나
논란은 10월 21일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됐다. 일부 선수가 손흥민을 이름 대신 ‘7번’ 또는 ‘그분’이라고 부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회장 직무대행은 선수들과 전력강화위원장의 면담 내용을 보고받았다고 답했지만, 그 호칭이 실제로 쓰였는지 국감에서 확인된 것은 아니다. 국회에서 질문이 나왔다는 사실과 질문 속 주장이 입증됐다는 사실은 다르다.
팬 입장에선 이런 이야기가 자꾸 겹치면 팀 분위기를 걱정하게 된다. 2024년 아시안컵 당시 손흥민과 이강인의 충돌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의 사건을 지금의 불화설에 그대로 이어 붙이는 건 조심스럽다. 이번에는 선수들의 발언, 경기 뒤 면담, 국감에서 제기된 주장까지 각각 확인된 범위가 다르다. 그 선을 흐리면 선수들이 실제로 제기한 어려움도 소문 속에 묻힌다.
주장의 역할은 다음 경기에서 더 선명해진다
손흥민은 오랫동안 득점과 주장 역할을 함께 맡아왔다. 그래서 이번 논란에 설명을 요구하는 시선이 향하는 건 자연스럽다. 동시에 감독과 협회도 선수들이 말한 어려움을 듣고, 경기에서 드러난 문제를 다룰 책임이 있다. 주장 완장 하나에 전술과 선수단 운영까지 모두 맡길 수는 없다.
앞으로 보고 싶은 장면은 거창한 화해 선언보다 경기 안의 변화다. 공격수가 압박을 시작할 때 중원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수비수가 전진할 때 뒷공간을 누가 메우는지, 경기가 꼬였을 때 선수들이 서로 위치를 조정하는지. 그런 움직임은 기록지에 직접 남지 않아도 실점과 경기 흐름에 쌓인다. 손흥민 리더십 논란 역시 호칭이나 표정만 좇기보다, 선수들의 말이 실제 운영과 경기력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지켜보며 판단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