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힐리어드·오스틴 홈런 1개 차 승부가 남긴 장면

김도영·힐리어드·오스틴 홈런 1개 차 승부가 남긴 장면

정규시즌 막판에는 경기 결과를 확인한 뒤 홈런 순위를 한 번 더 보게 됐다. 김도영이 앞서면 힐리어드가 따라붙고, 한동안은 오스틴도 바로 뒤에 있었다. 한 방으로 순위가 바뀌는 날이 이어지니 홈런 숫자가 경기의 긴장감까지 보여주는 듯했다. 2026년 KBO리그의 홈런왕 경쟁은 결국 김도영 45개, 힐리어드 44개, 오스틴 41개로 끝났다. 마지막에 남은 ‘1개 차’는 김도영과 힐리어드 사이의 격차다.

두 개 차가 하루 만에 사라졌다

10월 10일 김도영은 롯데전에서 시즌 44호 홈런을 쳤다. 당시 힐리어드는 42개였다. 두 개 차에 남은 경기도 많지 않아 김도영이 유리해 보였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대구에서 판이 뒤집혔다. 힐리어드가 삼성 선발 후라도를 상대로 2회 동점 솔로포, 3회에는 주자 둘을 불러들이는 3점포를 터뜨렸다. 순식간에 44대44, 공동 선두였다.

두 홈런은 개인 기록만 늘린 타구가 아니었다. 첫 번째는 뒤지던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고, 두 번째는 KT가 점수 차를 벌리는 데 힘을 보탰다. 더 눈길이 간 대목은 힐리어드가 앞선 경기 마지막 타석에도 홈런을 쳤다는 점이다. KBO는 그가 10월 7일 마지막 타석부터 11일 첫 두 타석까지 개인 첫 3연타석 홈런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시즌 끝자락에 나온 몰아치기가 선두를 따라잡는 가장 극적인 방법이 된 셈이다.

마지막 45호는 순위표 밖에도 남았다

공동 선두로 맞은 10월 12일, 김도영은 LG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다시 담장을 넘겼다. 2대2로 맞선 8회 말, 주자 한 명을 두고 때린 2점 홈런이었다. KIA는 4대2로 이겨 정규시즌 3위를 확정했고, 김도영은 시즌 45호로 생애 첫 홈런왕에 올랐다. 동시에 개인 통산 100번째 홈런이기도 했다. 기록 하나에 홈런왕, 팀 순위, 통산 이정표가 겹친 장면이었다.

홈런 1개 차라는 말은 때로 아주 작게 들린다. 하지만 최종전 8회에 나온 그 한 개는 무게가 달랐다. 김도영이 44개에서 멈췄다면 힐리어드와 공동 1위였다. 실제로는 마지막 타석들의 기회를 살려 단독 1위가 됐다. 타이틀 경쟁의 끝과 팀의 중요한 승부가 같은 타구에 실렸다는 점에서 오래 기억할 만하다.

광고

같은 홈런 경쟁, 서로 다른 숫자

KBO 최종 기록을 보면 김도영은 135경기에서 45홈런, 힐리어드는 142경기에서 44홈런, 오스틴은 144경기에서 41홈런이다. 경기당 홈런으로 계산하면 각각 약 0.33개, 0.31개, 0.28개다. 출전 경기 수가 달라 누적 홈런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차이가 있다. 김도영은 세 선수 중 가장 적은 경기를 뛰고도 가장 많은 홈런을 남겼다.

그렇다고 힐리어드의 시즌을 ‘한 개 부족했다’는 말로만 읽기는 어렵다. 그는 139타점으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김도영의 118타점, 오스틴의 127타점과 비교하면 주자를 불러들이는 장면에서 힐리어드가 남긴 숫자가 두드러진다. 홈런은 타자가 담장을 넘긴 횟수이고, 타점에는 앞선 타자들의 출루와 타순의 흐름까지 담긴다. 같은 장타자라도 팀 공격 안에서 보이는 모습은 다르다.

오스틴이 있었기에 세 사람의 레이스였다

최종 순위만 보면 오스틴의 41홈런은 선두와 네 개 차다. 그러나 시즌 내내 거리가 그렇게 벌어져 있었던 것은 아니다. 7월 말 김도영이 32호를 치자 오스틴도 곧 31호로 따라붙으며 한 개 차 승부를 이어갔다. 10월 6일에는 오스틴이 41호 홈런을 날려 당시 42개였던 김도영을 다시 한 개 차로 추격했다. 홈런왕 경쟁을 두 사람의 마지막 맞대결만으로 기억하면 오스틴이 더한 압박을 놓치게 된다.

오스틴은 최종 타율 0.331, 127타점도 기록했다. 홈런왕에는 닿지 못했지만 홈런 하나만 기다리는 타자처럼 시즌을 보낸 것은 아니었다. 세 선수의 기록을 나란히 놓으면 김도영의 높은 경기당 홈런 수, 힐리어드의 막판 몰아치기와 139타점, 오스틴의 꾸준한 안타 생산이 각각 보인다. 결국 가장 선명하게 남는 것은 10월 11일의 44대44와 다음 날의 45대44다. 숫자는 한 개 차였지만, 그 사이에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경기를 흔든 세 타자의 긴 시즌이 들어 있다.

김도영·힐리어드·오스틴 홈런 1개 차 승부가 남긴 장면 - 요약
광고

댓글 0

평가를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

모두 ID로 로그인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