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진아 콘서트가 궁금해 라이브를 몰아봤더니

권진아 콘서트가 궁금해 라이브를 몰아봤더니

얼마 전 권진아의 공개 라이브 영상을 연달아 틀어 놓았다. 한 곡만 듣고 끄려다가 다음 곡까지 넘어갔다. 드라마를 정주행할 때도 비슷하다. 첫 회의 큰 사건보다 인물이 조용히 마음을 드러내는 장면에 붙잡힐 때가 있는데, 권진아의 노래가 내게는 그랬다. 그래서 권진아 콘서트가 궁금해졌다. 공연장을 다녀온 후기는 아니고, KBS에 공개된 무대와 익숙한 곡들을 이어 들으며 공연에서 무엇을 기대하게 되는지 적어본 이야기다.

한 곡씩 들을 때와 이어 들을 때가 달랐다

권진아 노래를 생각하면 먼저 차분한 목소리가 떠오른다. 그런데 ‘끝’, ‘운이 좋았지’, ‘뭔가 잘못됐어’를 이어 들으니 세 곡의 온도가 꽤 달랐다. ‘끝’에서는 관계가 멀어진 뒤의 공기가 느껴지고, ‘운이 좋았지’에서는 담담하게 말하는 듯한 대목이 오래 남는다. ‘뭔가 잘못됐어’는 제목부터 마음속에서 이미 여러 번 되뇌었을 법한 문장 같다. 비슷한 감정의 노래로 뭉뚱그려 듣다가 순서대로 놓으니 각각 다른 장면이 생겼다.

이런 차이는 콘서트를 기다리는 재미와도 이어진다. 무슨 곡을 부를지 미리 알 수는 없지만, 한 곡이 끝난 뒤 어떤 분위기의 곡이 올지 상상하게 된다. 드라마에서 눈물 나는 장면 다음에 가벼운 대화가 나오면 숨을 돌리게 되듯, 공연도 곡 사이의 흐름이 기억에 남기 마련이다. 권진아 콘서트가 궁금한 이유도 좋아하는 한 곡을 듣고 싶어서만은 아니다. 서로 다른 노래가 한자리에서 어떻게 이어질지가 더 궁금하다.

조용한 노래만 떠올렸다면 조금 아쉽다

나도 처음에는 권진아를 오래 앉아 듣는 이별 노래의 이미지로 기억했다. 그 인상이 틀렸다는 건 아니다. 다만 공개된 무대를 이어 보니 밝게 튀는 곡과 힘 있게 밀고 나가는 곡도 있었다. ‘Pink!’처럼 가벼운 움직임이 떠오르는 곡을 듣다가 ‘운이 좋았지’로 넘어가면 같은 목소리의 다른 표정을 보는 기분이다. 배우가 한 작품 안에서 장난스럽게 웃다가 다음 장면에선 진지해질 때, 그 변화가 더 눈에 들어오는 것과 닮았다.

물론 취향은 갈릴 수 있다. 공연 내내 손뼉 치고 따라 부르는 시간을 기대한다면, 차분한 곡에서는 호흡이 길게 느껴질 수 있다. 반대로 한 소절을 가만히 듣고 싶은 사람에게는 곡 사이의 들뜬 분위기가 낯설 수도 있다. 나는 두 쪽이 번갈아 나올 때 더 재미있다. 잔잔한 노래만 계속되면 감정이 조금 무뎌지는데, 다른 색의 곡을 지나 돌아오면 같은 발라드도 새롭게 들리기 때문이다. 실제 공연의 구성은 매번 다를 테니, 이건 어디까지나 라이브 영상을 보고 생긴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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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터지는 순간보다 문장 끝을 듣게 된다

라이브 영상을 볼 때 유독 귀가 가는 곳은 높은 음이 아니다. 가사의 마지막 음절을 얼마나 오래 붙잡는지,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기 전에 어디서 숨을 쉬는지에 관심이 간다. 녹음된 노래로 들을 때는 지나쳤던 짧은 쉼이 영상에서는 표정과 함께 보인다. 같은 대사를 읽어도 배우가 시선을 피하는 순간 뜻이 달라지듯, 노래 역시 한 박자 머무는 자리가 인상을 바꾼다.

그래서 권진아 콘서트를 고를 때 내 기준은 화려한 무대 장치보다 그날의 노래를 얼마나 가까이 들을 수 있느냐다. 좌석마다 시야와 소리는 다르고, 공연장 규모에 따라서도 체감은 달라질 것이다. 그래도 영상으로는 놓치기 쉬운 현장의 호흡을 듣고 싶다는 마음은 분명하다. 관객의 반응을 받은 뒤 다음 소절을 시작하는 그 짧은 사이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정해진 화면으로 보는 라이브와 공연장에서 듣는 노래가 어떻게 다를지 가장 궁금한 부분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과 함께 들으면 좋을까

친구에게 권진아 콘서트가 끌리는 이유를 말한다면 ‘목소리가 좋아’에서 멈추지 않을 것 같다. 가사 한 줄을 곱씹는 걸 좋아하는 사람, 드라마를 보고 나서 사건보다 인물의 말투를 오래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면 함께 듣는 재미가 있을 듯하다. 공연 전에 ‘끝’과 ‘운이 좋았지’를 한 번씩 들어보고, 어느 곡에 더 마음이 가는지 이야기해도 좋겠다. 좋아하는 지점이 서로 달라서 공연이 끝난 뒤 나눌 이야기도 생길 테니까.

반대로 곡을 미리 익혀야만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낯선 노래가 나왔을 때 가사의 첫 문장부터 따라가 보는 즐거움도 있다. 다만 특정 곡을 꼭 듣고 싶어 예매한다면 세트리스트는 공연마다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기억해 둘 만하다. 나 역시 ‘운이 좋았지’를 현장에서 듣는 장면을 상상하지만, 그 곡이 나온다고 미리 정해 놓고 기대하지는 않으려 한다.

공개 라이브를 몇 편 보고 나니 권진아 콘서트는 좋아하는 노래를 확인하러 가는 자리보다, 알고 있던 노래의 다른 표정을 만나는 자리로 다가왔다. 실제로 객석에 앉게 된다면 아마 큰 환호를 보낸 순간보다 조용해진 틈에 들린 한 문장을 오래 기억할 것 같다.

권진아 콘서트가 궁금해 라이브를 몰아봤더니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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