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욕실 실리콘을 다시 바르려는 분이 견적 두 장을 보여줬습니다. 한 곳은 10만 원, 다른 곳은 19만 원이었죠. 비싼 쪽이 바가지를 씌운 걸까요? 작업 내용을 보니 10만 원 견적에는 기존 실리콘 제거와 곰팡이 청소가 빠져 있었습니다. 같은 욕실을 두고도 가격이 달랐던 이유입니다.
실리콘 시공 비용은 길이만 재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오래된 실리콘을 걷어내는지, 젖은 틈을 말릴 수 있는지, 어느 부위까지 작업하는지가 공임을 바꿉니다. 저는 금액을 보기 전에 작업 범위부터 맞춰 놓고 견적을 비교합니다.
평균 금액을 우리 집 견적으로 쓰면 안 됩니다
숨고가 공개한 코킹 시공 평균 견적은 25만 원입니다. 다만 여기에는 욕실 안쪽 작업뿐 아니라 창틀과 외부 코킹처럼 범위가 다른 작업도 섞입니다. 욕조 한 변을 다시 바르는 일에 25만 원을 기준으로 삼거나, 외벽 창틀 작업을 그보다 싸야 한다고 판단하면 비교가 어긋납니다.
작은 작업에도 방문해서 준비하고 치우는 시간이 듭니다. 반대로 여러 부위를 한 번에 맡기면 이동 비용을 한 번만 부담할 수도 있죠. 그래서 ‘욕실 하나’라는 말보다 ‘욕조와 벽 접합부, 세면대 뒤, 샤워부스 아래쪽’처럼 위치를 적어야 견적이 가까워집니다. 길이를 대략 재서 알려주되, 최종 금액은 현장 상태를 확인한 뒤 달라질 수 있다는 조건도 받아 두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욕조 둘레만 덧바르는 견적과 욕조·세면대의 기존 실리콘을 모두 제거한 뒤 다시 시공하는 견적은 같은 가격표에 올릴 수 없습니다. 처음 받은 금액이 유난히 낮다면 먼저 ‘제거까지 포함인가요?’라고 묻습니다. 이 한 문장으로 현장 추가금의 상당 부분을 미리 드러낼 수 있습니다.
가격 차이를 만드는 항목은 따로 있습니다
견적서에서 가장 먼저 볼 것은 기존 실리콘 처리입니다. 들뜬 부분만 떼는지, 시공 구간 전체를 제거하는지에 따라 손이 가는 정도가 다릅니다. 곰팡이가 보이는 실리콘 위에 새 실리콘을 얹으면 겉은 잠시 깨끗해 보여도 접착이 약한 곳부터 다시 벌어질 수 있습니다. 제거 후 바탕의 오염과 물기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도 작업 내용에 넣어야 합니다.
다음은 자재와 장소입니다. 물이 자주 닿는 욕실, 싱크대 상판, 실내 창틀은 상태와 요구 성능이 다릅니다. 업체에 사용할 실리콘의 제품명과 용도를 물어보면 됩니다. ‘곰팡이 방지 제품’이라는 말만 듣고 넘기기보다 실제 제품을 적어 달라고 하는 편이 낫습니다. 창틀 바깥쪽처럼 접근이 어려운 곳은 사다리나 별도 장비가 필요한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 기존 실리콘 제거 범위와 폐기물 처리
- 오염 제거, 건조 등 바탕 작업
- 시공 위치와 길이, 사용할 제품
- 출장비, 주차비, 장비비와 부가세 포함 여부
- 작업 후 물 사용 가능 시점과 하자 보수 조건
이 항목을 문자로 받아 두면 ‘현장에 와 보니 별도’라는 말을 들었을 때 대화의 기준이 생깁니다. 사진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누수나 벽 안쪽 손상은 추가 작업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 경우에도 작업 전에 이유와 금액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은 뒤 진행하도록 약속해 두는 게 맞습니다.
사진 세 장을 보내면 견적이 구체적이 됩니다
업체에 문의할 때는 멀리서 찍은 전체 사진 한 장, 문제가 생긴 틈의 근접 사진 한 장, 주변에 물이 고이거나 번진 흔적을 보여주는 사진 한 장을 보냅니다. 사진과 함께 ‘욕조 두 면, 세면대 뒤쪽, 기존 실리콘 제거 포함’처럼 작업할 곳을 적습니다. 물이 샌다면 언제, 어느 쪽에 물이 나타나는지도 써 주세요. 비가 올 때만 젖는 창틀과 샤워 직후 젖는 욕실은 확인할 원인이 다릅니다.
그다음 두세 곳에 같은 내용을 보내 견적을 받습니다. 제가 쓰는 비교 방식은 단순합니다. 첫째, 표시된 구간이 같은지 봅니다. 둘째, 제거·청소·건조·재시공이 각각 포함됐는지 확인합니다. 셋째, 추가금이 생기는 조건과 상한을 묻습니다. 넷째, 다시 벌어졌을 때 연락할 수 있는 기간과 처리 범위를 적어 둡니다. 가격은 그다음에 비교해도 늦지 않습니다.
특히 실리콘 틈으로 물이 들어온다고 해서 원인이 반드시 실리콘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타일 줄눈, 배수구 주변, 창호 자체의 틈이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업체가 사진만 보고 ‘무조건 실리콘만 바르면 해결된다’고 단정한다면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습니다. 원인을 잘못 짚으면 싼 시공을 두 번 하게 됩니다.
시공 후에는 선이 아니라 들뜬 곳을 봅니다
작업이 끝나면 선이 반듯한지만 보지 말고 시작점과 끝점, 모서리, 기존 마감재와 맞닿는 부분을 가까이서 확인합니다. 빈틈이나 들뜸이 보이면 현장에서 바로 사진을 찍고 보수를 요청하세요. 물을 언제부터 써도 되는지는 제품과 현장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작업자에게 확인한 시간을 문자로 남겨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며칠 뒤 갈라짐이나 누수가 다시 보이면 시공 전후 사진, 견적 내용, 결제 내역을 모아 업체에 증상과 발견 날짜를 문자로 알립니다. ‘욕조 오른쪽 모서리가 다시 벌어졌으니 확인 후 보수 가능 일정을 알려 달라’처럼 위치와 요구 사항을 구체적으로 쓰면 됩니다. 업체와 해결이 안 되면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안내에 따라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 절차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실리콘은 작은 틈을 메우는 작업이라 견적도 단순해 보입니다. 그런데 제거할 것, 말릴 것, 다시 바를 곳을 하나씩 적으면 가격 차이가 꽤 명확해집니다. 저는 몇만 원 낮은 숫자보다 그 작업을 끝까지 책임질 범위가 적힌 견적서에 더 마음이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