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리원 상담실에서 “아기가 저녁마다 몇 시간씩 울어요. 영아산통 언제까지 가나요?”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안아도 울고, 먹여도 우니 부모는 오늘 밤을 어떻게 보낼지부터 막막해지지요. 제 두 아이도 어릴 때 우는 방식이 달랐습니다. 그래서 저는 달력에 끝나는 날을 표시하기보다, 울음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함께 보자고 말씀드립니다.
영아산통은 보통 생후 3~4개월에 잦아듭니다
영아산통으로 보이는 울음은 대개 생후 2~4주 무렵 시작해 6주 전후에 가장 심해지고, 이후 조금씩 줄어듭니다. 미국소아과학회와 영국 국민보건서비스 안내에서도 대부분 생후 3~4개월쯤 좋아진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100일이 되면 그날부터 안 운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느 주에는 한 시간 울던 아기가 다음 주에는 30분만 울고, 며칠 뒤 다시 유난히 힘든 저녁이 올 수도 있습니다.
상담할 때는 하루 울음 시간을 정확히 재는 것보다 추세를 먼저 묻습니다. 우는 날 사이에 편안한 시간이 늘어나는지, 달래지는 시간이 조금 짧아지는지, 수유와 체중 증가가 평소대로인지가 더 실용적인 단서입니다. 생후 4개월이 지나도 심한 울음이 계속되거나 오히려 심해진다면 ‘원래 산통이 길 수도 있다’고 넘기지 말고 소아청소년과에서 다른 원인이 있는지 확인받는 편이 좋습니다.
매일 저녁 운다고 모두 같은 이유는 아닙니다
영아산통은 건강해 보이는 아기가 뚜렷한 이유 없이 오래 울고 달래기 어려운 상태를 가리킵니다. 얼굴이 빨개지고 주먹을 쥐거나 다리를 배 쪽으로 끌어당기기도 합니다. 저녁에 반복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런 모습만으로 배에 가스가 찼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배고픔, 젖은 기저귀, 졸음, 더위, 수유 뒤 불편함도 아기를 울립니다.
부모에게는 울음이 시작된 시각과 지속 시간, 수유 간격, 토한 횟수, 젖은 기저귀 수를 하루이틀만 적어보시라고 권합니다. 밤마다 분유를 바꾸거나 수유량을 크게 늘리기 전에 흐름을 보는 겁니다. 예를 들어 저녁 수유 직후에만 힘들어한다면 먹는 속도와 트림을 살펴볼 수 있고, 낮에도 잘 먹지 못한다면 진료 때 그 기록이 도움이 됩니다. 아기가 운다는 이유만으로 모유나 분유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밤에는 새 물건보다 간단한 순서가 낫습니다
울음이 시작되면 먼저 수유할 때가 됐는지, 기저귀와 옷이 불편하지 않은지 확인합니다. 수유 중 공기를 많이 삼키는 것 같다면 잠시 쉬어 트림을 시키고, 안아서 자세를 바꿔줄 수 있습니다. 조명을 낮추고 소음을 줄이거나, 일정한 소리와 가벼운 흔들림에 편안해하는 아기도 있습니다. 모든 방법을 한꺼번에 바꾸기보다 한두 가지씩 시도해 아기의 반응을 보는 편이 부모에게도 덜 지칩니다.
특별한 젖병, 산통 방지 제품, 각종 영양제를 미리 잔뜩 살 필요는 없습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는 산통용 방울약과 허브 제품 등에 효과를 뒷받침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안내합니다. 분유를 바꾸거나 수유하는 부모의 식단을 제한하는 일도 아기의 다른 증상을 함께 보고 의료진과 상의해서 결정하면 됩니다. 실제 상담에서도 물건을 여러 개 들인 뒤 ‘어느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안고 있을 때 잠잠해지더라도 잠들면 단단하고 평평한 잠자리에 등을 대고 눕혀야 합니다. 부모가 너무 지쳐 잠시 쉬어야 한다면 아기를 안전한 잠자리에 내려놓고 다른 보호자와 교대하세요. 달래기 힘든 울음은 부모를 지치게 합니다. 잠깐 숨을 고르는 일은 아기를 돌보는 과정의 일부입니다.
이럴 때는 산통으로 기다리지 마세요
평소와 전혀 다른 울음에 열이나 다른 증상이 함께 있다면 진료가 먼저입니다. 특히 생후 3개월 미만 아기의 체온이 38도 이상이면 바로 의료진에게 연락해야 합니다. 잘 먹지 못하거나 축 처짐, 반복되는 구토, 배가 심하게 부푸는 모습, 젖은 기저귀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경우도 빨리 확인이 필요합니다. 숨쉬기 힘들어 보이거나 반응이 떨어지면 즉시 응급 진료를 받으세요.
이런 신호가 없어도 부모가 보기에 울음이 평소와 다르거나 감당하기 어렵다면 상담받아도 됩니다. 영아산통은 대체로 시간이 지나며 나아지지만, 그 시간을 매일 밤 혼자 견뎌야 한다는 뜻은 아니니까요. 저는 부모가 ‘오늘은 어제보다 달래지는 시간이 조금 빨랐다’는 작은 변화를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