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하이에 살 때 학생이 현지 배달 앱을 받으려다 검색 결과에 아예 나오지 않는다며 휴대전화를 가져온 적이 있습니다. 기기 언어를 중국어로 바꾸고 위치 서비스도 켰는데 그대로였어요. 원인은 아이폰에 로그인한 Apple 계정의 국가가 한국으로 설정돼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중국 앱스토어 변경은 화면의 언어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앱을 받는 계정의 국가 또는 지역을 중국 본토로 바꾸는 일입니다.
아이폰 언어와 앱스토어 국가는 다릅니다
아이폰 설정에서 언어를 간체 중국어로 바꾸면 메뉴 글자는 달라집니다. 하지만 앱스토어에서 보이는 앱과 결제 조건은 Apple 계정에 설정된 국가 또는 지역을 따릅니다. 중국에서만 제공되는 앱을 찾고 있다면 먼저 앱스토어 프로필에서 사용 중인 계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반대로 앱 이름을 한글로만 검색해서 놓친 경우도 있으니, 개발사가 쓰는 중국어 이름이나 간체자로 다시 검색해 볼 만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중국은 ‘중국 본토’입니다. 중국어 화면에서는 中国大陆(Zhōngguó Dàlù)이라고 표시될 수 있어요. 香港(Xiānggǎng, 홍콩)이나 台湾(Táiwān, 대만)을 선택하면 서로 다른 스토어로 연결됩니다. 중국어를 배우는 분에게는 이 구분이 익숙할 수 있지만, 실제 설정 화면에서는 지역 이름을 급히 누르다가 엉뚱한 곳을 고르기 쉽습니다.
기존 Apple 계정을 중국 본토로 바꾸는 순서
기존 계정을 그대로 쓰려면 먼저 구독과 계정 잔액을 확인하세요. Apple 지원 안내에 따르면 남은 잔액은 사용해야 하고, 국가 변경을 막는 구독은 취소한 뒤 이용 기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진행 중인 환불, 사전 주문, 대여 항목도 처리가 끝나야 할 수 있습니다. 가족 공유에 속해 있다면 그것이 변경을 막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매달 결제하는 iCloud+나 음악 서비스를 쓰는 분은 이 준비 단계가 가장 오래 걸릴 수 있어요.
- 아이폰의 ‘설정’에서 맨 위의 사용자 이름을 누릅니다.
- ‘미디어 및 구입 항목’을 열고 ‘국가/지역’으로 들어갑니다. 로그인이나 계정 확인을 요구하면 화면 안내를 따릅니다.
- 새 국가 또는 지역에서 ‘중국 본토’를 선택하고 ‘계속’을 누릅니다.
- 이용 약관에 동의한 뒤, 화면에서 요구하는 결제 방법과 중국 본토 청구 주소를 입력하고 ‘완료’를 누릅니다.
중국어 화면이라면 国家或地区(guójiā huò dìqū)는 ‘국가 또는 지역’, 支付方式(zhīfù fāngshì)는 ‘결제 방법’, 账单地址(zhàngdān dìzhǐ)는 ‘청구 주소’입니다. 발음도 같이 기억해 두면 현지에서 설정을 설명할 때 편해요. 특히 地址(dìzhǐ)의 두 글자는 모두 3성입니다. 영어로 된 안내를 외우기보다 화면에 보이는 말을 알아두는 쪽이 실제로 도움이 됐습니다.
변경이 막힐 때는 결제와 구독부터 봅니다
‘국가/지역’이 눌리지 않거나 마지막 단계에서 멈춘다면 휴대전화 고장부터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잔액이 아주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지, 취소한 구독의 이용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지, 가족 공유에 참여 중인지 차례로 확인하세요. 적은 잔액을 일반적인 구매로 쓸 수 없는 경우에는 Apple 지원을 통해 처리 방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독을 취소했다고 바로 국가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특히 헷갈립니다.
결제 수단도 자주 막히는 지점입니다. Apple이 안내하는 중국 본토의 결제 방법에는 알리페이, 위챗페이, 더우인페이, Apple 계정 잔액, 신용 카드와 체크 카드가 포함됩니다. 다만 목록에 있다고 해서 내가 가진 한국 카드나 결제 계정이 반드시 승인되는 것은 아닙니다. 입력하는 이름과 청구 주소가 결제 기관에 등록된 정보와 맞아야 하고, 결제 서비스가 추가 인증을 요구할 수도 있어요. 실제로 쓸 수 없는 주소나 다른 사람의 정보를 임의로 넣어 통과시키려 하면 이후 결제와 계정 확인에서 더 곤란해집니다.
한국 계정의 구독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면, 중국 본토에 실제로 머무는 동안 별도 Apple 계정을 만드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Apple 역시 새 지역의 결제 수단을 입력하지 않으려는 경우 현지 도착 후 새 계정을 만드는 방식을 안내합니다. 이때 앱스토어용 ‘미디어 및 구입 항목’ 계정과 사진·연락처를 동기화하는 iCloud 계정이 어떤 계정인지 구분해 두세요. 두 계정으로 받은 앱의 구입 내역은 자동으로 합쳐지지 않습니다.
앱을 받은 뒤에도 계정과 이용 조건을 확인하세요
중국 스토어에서 앱을 찾았다고 바로 현지 서비스를 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배달이나 교통 앱은 설치 뒤에도 휴대전화 번호, 본인 확인, 지역별 결제 수단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앱스토어 국가 변경은 ‘앱을 내려받을 수 있는가’에 영향을 주지만, 앱 안에서 회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지까지 해결해 주지는 않아요. 출국 전에 필요한 앱 이름을 확인하고, 회원 가입 단계에서 무엇을 요구하는지도 살펴두면 현지에서 덜 당황합니다.
나중에 한국 스토어로 돌아갈 계획이라면 중국 계정으로 받은 앱의 업데이트도 생각해야 합니다. Apple은 서로 다른 계정으로 구입한 콘텐츠를 현재 로그인한 계정에서 업데이트할 수 없다고 안내합니다. 또 국가마다 제공되는 앱과 콘텐츠가 달라, 지역을 바꾼 뒤에는 이전 구입 항목이 보이지 않거나 다시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자주 쓰는 앱은 어떤 계정으로 설치했는지 적어두는 편이 좋습니다.
상하이 생활에서 배운 건 ‘중국어가 보이는 화면’과 ‘중국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서비스’ 사이에 한 단계가 더 있다는 사실입니다. 앱스토어 국가, 결제 수단, 앱 자체의 가입 조건을 각각 확인하면 중국 앱스토어 변경도 훨씬 덜 복잡하게 느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