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김치를 다 먹고 남은 국물로 찌개를 끓였는데, 물을 조금 많이 부었다는 분을 만났어요. 간장을 더 넣어도 김치 맛은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셨죠. 김치국물 요리는 국물의 짠맛과 신맛을 먼저 보고 물 양을 잡아야 맛이 납니다. 제가 집에서 자주 만드는 두부 콩나물국과 볶음밥으로 그 순서를 적어볼게요.
김치국물은 먼저 맛보고 양을 정해요
김치국물은 집집마다 농도가 다릅니다. 배추를 막 꺼낸 통 바닥의 국물은 짜고 진한 편이고, 오래 익은 김치에서 나온 국물은 신맛이 도드라질 수 있어요. 요리하기 전에 깨끗한 숟가락으로 조금 떠서 맛보세요. 짠맛이 강하면 아래 양의 4분의 3만 쓰고, 신맛은 강하지만 짜지 않다면 적힌 양 그대로 써도 됩니다.
건더기가 거슬리면 체에 한 번 걸러도 좋습니다. 다만 버리기 아까운 양념까지 꼭 걸러낼 필요는 없어요. 국물에 밴 고춧가루와 마늘이 요리의 맛을 내줍니다. 표면에 곰팡이가 보이거나 평소 김치와 다른 불쾌한 냄새가 난다면 요리에 쓰지 않습니다.
두부 콩나물국은 물을 나눠 넣어요
2인분 기준으로 김치국물 120ml, 물 500ml, 콩나물 150g, 두부 150g, 대파 30g, 식용유 1작은술을 준비합니다. 김치 건더기가 남았다면 80g 정도 송송 썰어 넣고요. 없으면 빼도 됩니다. 김치국물이 특히 짜다면 90ml로 줄이고 물 530ml를 넣으세요. 두부는 1.5cm 두께로 썰고, 콩나물은 씻어 물기를 털어둡니다.
냄비에 식용유와 김치 건더기를 넣고 중불에서 2분 볶습니다. 건더기가 없다면 이 과정은 건너뛰세요. 김치국물과 물 400ml를 먼저 붓고 센 불에 끓입니다. 끓어오르면 콩나물을 넣고 뚜껑을 연 채 중강불로 4분 끓여요. 뚜껑을 열고 끓이는 동안은 계속 열어두면 콩나물 냄새가 깔끔하게 날아갑니다.
그다음 두부와 남겨둔 물 100ml를 넣고 중불에서 3분 더 끓입니다. 두부를 뒤늦게 넣어야 국자로 저을 때 덜 부서져요. 마지막에 대파를 넣고 1분 끓인 뒤 간을 봅니다. 싱거우면 소금을 한 꼬집씩 넣고, 너무 시면 설탕을 1/4작은술만 넣어 다시 맛보세요. 설탕을 많이 넣으면 국물이 달아지니 조금이면 충분합니다.
콩나물이 없을 때는 애호박 100g이나 얇게 썬 양파 반 개로 바꿀 수 있어요. 애호박은 두부와 함께 넣어 4분 정도 끓이고, 양파는 처음부터 김치 건더기와 볶습니다. 같은 물 양을 써도 채소에서 나오는 단맛이 달라지니 간은 꼭 끝에서 맞추는 편이 낫습니다.
볶음밥에는 국물을 조금씩 넣어야 해요
김치국물이 반 컵도 남지 않았다면 볶음밥이 편합니다. 2인분에 찬밥 300g, 잘게 썬 김치 100g, 김치국물 60ml, 대파 30g, 식용유 1큰술, 달걀 2개를 준비하세요. 김치 건더기가 없다면 양파 50g을 잘게 썰어 대신 넣고 김치국물은 70ml까지 늘립니다. 밥이 갓 지은 뜨거운 밥이라면 넓게 펴서 김을 10분 정도 빼주세요.
팬을 중불로 달군 뒤 식용유와 대파를 넣고 1분 볶습니다. 김치를 넣었다면 2분 더 볶아 수분을 날려요. 이때 김치국물 30ml를 붓고 팬 바닥에서 자글자글 끓여 양념을 진하게 만듭니다. 밥을 넣어 주걱으로 덩어리를 풀면서 중강불에서 2분 볶고, 남은 국물 30ml를 팬 가장자리로 둘러 1분 더 볶습니다. 국물을 한꺼번에 부으면 밥알이 젖어 볶음밥보다 비빔밥에 가까워져요.
불을 끄기 직전에 맛보고 짜면 밥을 50g 더 넣어 섞습니다. 싱거우면 소금을 조금 넣고요. 달걀은 다른 팬에 부쳐 얹으면 간을 조절하기 쉽습니다. 프라이팬 하나만 쓴다면 볶음밥을 그릇에 먼저 담고 같은 팬에 달걀을 부쳐도 됩니다.
시거나 짜게 됐을 때는 이렇게 수습해요
국이 지나치게 시면 물만 계속 붓기보다 두부 50~100g을 더 넣고 2분 끓여보세요. 그래도 신맛이 날카로우면 설탕을 1/4작은술 추가합니다. 국이 짜다면 물 50ml를 넣고 다시 끓인 뒤 맛을 봅니다. 물을 한 번에 많이 넣으면 싱거워진 국을 다시 간하느라 처음으로 돌아가게 되거든요.
볶음밥이 질어졌다면 센 불로 오래 태우듯 볶지 말고, 넓게 펴서 중불에 1분 두었다가 뒤집어 수분을 날립니다. 밥이 너무 짜다면 밥이나 달걀을 추가하는 쪽이 낫습니다. 저도 처음엔 남은 김치국물을 아낌없이 붓다가 밥을 뭉치게 만든 적이 많아요. 이제는 조금 남겨두고 맛을 보며 넣습니다. 김치국물 한 국자도 그렇게 쓰면 집에 있는 재료로 든든한 한 끼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