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배움, 글꽃이 되다

늦깎이 배움, 글꽃이 되다

늦게 시작한 배움이 글과 그림으로 피어났다. 증평군 김득신문학관에서 성인 문해교육에 참여한 어르신들의 작품전 글꽃 피어나다가 2026년 10월 14일부터 11월 1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전쟁과 가난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쳤던 어르신들이 한글과 미술을 익히며 완성한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다. 오랜 세월 마음에 담아 둔 가족 이야기와 일상의 기억, 익숙한 풍경이 글씨와 그림, 공동 작품으로 펼쳐진다.

김득신과 이어지는 만학의 의미

조선 중기의 문인이자 시인인 김득신은 늦은 나이에 과거에 급제한 인물로, 다독과 대기만성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어린 시절 천연두를 앓은 영향으로 학습한 내용을 오래 기억하지 못했지만, 한 권의 책을 십만 번 이상 되풀이해 읽고 생을 마칠 때까지 책을 놓지 않았다. 마침내 59세에 과거에 급제하며 꾸준한 배움의 가치를 보여줬다.

김득신문학관에서 마련된 이번 작품전은 김득신의 삶과 어르신들의 만학을 연결한다. 출발이 늦더라도 배움을 이어가면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작품으로 전한다.

전쟁과 가난이 막았던 배움

6·25전쟁을 겪고 모두가 가난하고 힘겨웠던 시기에는 학교에서 배울 기회를 놓친 사람이 적지 않았다. 어르신들은 뒤늦게 한글과 미술을 배우며 당시 이루지 못했던 꿈을 다시 이어갔다.

전시장에는 그 배움의 과정에서 완성된 시와 편지, 손글씨와 그림이 이어진다. 학습이 일상이 된 세대에는 교육의 소중함을 되짚게 하고, 배움에 나선 어르신들의 노력과 성취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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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여 명이 만든 케이 이불

전시장 중앙에는 약 50명의 할머니가 참여해 만든 케이 이불 4채가 놓인다. 벽면을 따라서는 시와 글씨, 그림 작품이 전개돼 공동 창작물과 개인 작품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과거 이불은 가족의 생활과 정성이 깃든 물건이었다. 시집가는 딸을 위해 새 이불을 마련하고, 계절이 바뀌면 이불의 소창을 빨아 햇볕에 말리던 기억도 담겨 있다. 어르신들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색동저고리 문양과 기와지붕의 처마, 화사한 꽃을 오방색으로 표현했다.

생활 속 기억은 여러 사람의 손길을 거쳐 한 채의 이불로 이어졌고, 오랜 삶의 장면은 전시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가족에게 전하는 첫 편지

글꽃 피어나다에는 어르신들이 살아온 일상과 풍경, 기억이 글과 그림으로 담겼다. 매일 가족을 위해 차렸던 따뜻한 밥상부터 아들과 딸, 남편과 손자에게 전하고 싶었던 마음까지 작품의 소재가 됐다.

처음 써 내려간 편지는 글씨가 고르지 않을 수 있지만, 가족을 향한 고마움과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오랫동안 말로만 간직했던 진심이 한 글자씩 문장이 되고 편지가 됐다.

크레파스로 꾸민 군민의 노래와 아크릴 물감으로 표현한 내가 아는 곳, 삶을 돌아보며 적은 인생 문장도 전시된다. 글씨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담기고, 형형색색의 그림에는 배움을 통해 얻은 기쁨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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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에서 이어지는 평생학습

김득신문학관 2층에는 어르신들이 배움을 실천한 문예배움 1실과 2실, 백곡사랑방과 억만재가 있다. 문예배움실은 김득신 문해학교 수강생들의 수업이 진행되는 공간이다.

백곡사랑방은 여러 형태의 테이블과 여러 사람이 함께 둘러앉을 수 있는 마루를 갖춘 열린 공간이다. 모임과 독서, 공부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3층 열린 문화공간인 취묵당카페에는 충청북도 무형유산 필장 유필무의 작품과 신정관의 책거리도 전시된다. 김득신의 독서와 어르신들의 평생학습을 전통문화유산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구성이다.

전시 관람 정보

전시명글꽃 피어나다
전시 기간2026년 10월 14일에서 11월 1일까지
관람 시간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장 마감 오후 5시 30분
휴관일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 연휴, 추석 연휴
관람료무료
장소김득신문학관, 충청북도 증평군 증평읍 인삼로 93

원문 안내에는 전시 장소가 김득신문학관 3층 기획전시실로 기재돼 있으나, 후반부에는 1층 기획전시실로도 적혀 있어 층수 정보가 서로 다르다.

이번 전시는 배움에 정해진 때가 없다는 사실을 어르신들의 작품으로 보여준다. 한글을 익혀 완성한 편지와 시, 삶의 기억을 옮긴 그림, 함께 제작한 이불에는 늦게 시작했기에 더욱 소중한 배움의 결실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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