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유찰 횟수 제한 믿고 기다렸다가 놓친 물건

경매 유찰 횟수 제한 믿고 기다렸다가 놓친 물건

입찰장에서 유찰 세 번 된 아파트를 보고 “한 번만 더 기다리면 더 싸지겠네요”라고 말하던 분이 있었습니다. 며칠 뒤 그분은 다음 기일이 잡히지 않았다며 당황했어요. 유찰 횟수가 정해져 있어서 멈춘 걸까요? 경매를 오래 다녀보니 이 질문에는 횟수보다 먼저 확인할 게 있었습니다.

법원 경매는 몇 번 유찰되면 끝날까

법원 부동산 경매에 ‘세 번 유찰되면 종료’ 같은 일률적인 횟수 제한은 없습니다. 민사집행법 제119조는 허가할 만한 매수신고 없이 매각기일이 끝나면 법원이 최저매각가격을 상당히 낮추고 새 기일을 정하도록 합니다. 새 기일에도 매수신고가 없으면 같은 절차를 밟습니다. 법 조문에 유찰 3회나 5회라는 숫자는 없어요.

다만 무한정 가격만 내리며 진행된다는 뜻도 아닙니다. 최저매각가격으로 선순위 부담과 절차비용을 처리하고 나면 경매를 신청한 채권자에게 남을 돈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민사집행법 제102조는 이때 채권자에게 통지하고, 정해진 요건을 갖춰 절차를 계속하지 못하면 경매를 취소하도록 규정합니다. 채권자의 취하나 절차 정지처럼 기일이 달라질 사정도 있지요. 화면에서 다음 매각기일이 안 보인다면 ‘유찰 횟수 제한에 걸렸다’고 단정하기 전에 사건 진행 내역을 봐야 합니다.

유찰 세 번이면 감정가의 절반일까

가격 계산에서도 많이 헷갈립니다. 감정가 3억 원인 물건이 있고, 유찰 때마다 직전 최저매각가격에서 20%씩 낮아진다고 가정해볼게요. 첫 기일의 최저가는 3억 원, 한 번 유찰된 다음 기일은 2억 4천만 원, 두 번 뒤에는 1억 9천2백만 원, 세 번 뒤에는 1억 5천3백60만 원입니다. 세 번 유찰됐다는 말은 보통 세 번의 기일에서 매각되지 않았고 네 번째 기일을 기다린다는 뜻이에요. 유찰 횟수와 매각기일 회차를 섞으면 계산이 어긋납니다.

여기서 20%는 계산을 보여드리기 위한 가정입니다. 저감 폭이 모든 법원과 모든 사건에서 같다고 보면 안 됩니다. 실제 입찰금액은 해당 사건의 매각기일 공고에 나온 최저매각가격을 기준으로 잡아야 합니다. 예전 자료에 적힌 감정가와 유찰 횟수만 보고 다음 가격을 미리 적어 두었다가, 막상 공고된 금액을 보고 입찰표를 고치는 분도 봤습니다.

또 최저매각가격이 내려간 만큼 물건 가치가 내려간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가격이 감정가의 절반 가까이 왔다고 해서 시세보다 싼 것도 아니고요. 감정평가 시점 이후 거래 가격이 움직였을 수 있고, 수리비나 점유 문제 때문에 시장에서 받는 값 자체가 낮을 수도 있습니다. 숫자가 눈에 확 들어올수록 최근 실거래 사례를 다시 보는 편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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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번 유찰된 물건에서 먼저 보는 것

유찰이 쌓이면 저는 가격 그래프보다 매각물건명세서와 등기사항증명서를 먼저 펼칩니다. 선순위 권리가 남는지, 임차인의 대항력과 배당요구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부터 확인합니다. 현황조사보고서에는 누가 점유하는지 단서가 있지만, 그 한 장만으로 점유 관계를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방문이 가능하다면 현장 상태와 주변 중개업소의 거래 분위기도 확인합니다.

가령 최저가가 2억 원이고 비슷한 집의 거래 사례가 2억 7천만 원이라고 해도, 차액 7천만 원이 곧 수익은 아닙니다. 낙찰가가 최저가보다 올라갈 수 있습니다. 취득세와 등기 비용, 밀린 관리비 중 매수인이 부담할 가능성이 있는 금액, 수리비, 명도에 드는 시간과 비용, 대출 이자, 매도할 때의 비용까지 적어야 해요. 세금은 보유 주택 수와 취득 시점 등 개인 조건에 따라 달라지니 본인 조건으로 따로 계산해야 합니다.

특히 명도 비용은 서류에 깔끔한 숫자로 적혀 있지 않습니다. 비어 있을 거라 짐작했던 집에 점유자가 있으면 잔금을 치른 뒤 계획부터 흔들립니다. 여러 번 유찰된 이유가 단순히 입찰자가 없어서인지, 권리나 점유에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인지 구분하지 못했다면 가격이 한 단계 더 내려가도 저는 입찰하지 않습니다.

다음 기일만 기다리다 놓치는 경우

유찰이 이어지는 물건을 보면 “한 번만 더”라는 생각이 들기 쉽습니다. 하지만 다음 기일 전에 누군가 입찰할 수 있고, 채권자 취하나 절차상 사유로 일정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낙찰자가 잔금을 내지 않아 다시 매각하는 경우는 앞선 유찰과도 다릅니다. 민사집행법 제138조에 따른 재매각은 종전에 정한 최저매각가격과 매각조건을 적용하므로, ‘또 한 번 진행되니 가격도 내려가겠지’라고 계산하면 틀립니다.

입찰을 생각한다면 현재 사건 상태, 다음 매각기일, 최저매각가격, 매각조건을 법원 경매정보의 최신 공고로 다시 확인하는 게 순서입니다. 공매 물건은 운영 기관과 매각 방식에 따라 조건이 달라지니 법원 경매의 유찰 규칙을 그대로 가져다 쓰면 안 됩니다.

저도 유찰 횟수가 많은 물건에 눈길이 갑니다. 다만 기다릴 횟수를 정해 놓고 들어가지는 않아요. 권리와 점유를 감당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모든 비용을 뺀 뒤에도 낼 만한 가격을 먼저 적습니다. 그 가격보다 내려오지 않는 물건은 놓쳐도 괜찮았습니다. 감당 못 할 물건을 싸다는 이유로 받는 쪽이 훨씬 오래 남더군요.

경매 유찰 횟수 제한 믿고 기다렸다가 놓친 물건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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