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입찰장에 다니던 초기에 온비드 공매 물건을 처음 검토했을 때가 기억납니다. 화면에서 입찰할 수 있으니 법원 경매보다 한결 편할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점유자와 잔금 일정을 확인하다가 계산을 멈췄습니다. 입찰 장소가 바뀐다고 낙찰 뒤의 일이 가벼워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공매 공부와 경매 공부와의 차이를 묻는 분에게 저는 먼저 물건의 종류부터 확인하자고 말합니다. 온비드에는 체납 세금 때문에 매각하는 압류재산뿐 아니라 국유재산, 신탁재산, 기관이 내놓은 재산도 올라옵니다. 같은 화면에 보인다고 같은 규칙으로 팔리는 물건은 아닙니다.
법원 경매에서 익힌 서류 읽기는 그대로 필요하다
법원 경매를 배울 때는 보통 등기사항증명서와 매각물건명세서부터 펼칩니다. 현황조사서, 감정평가서도 함께 봅니다. 어느 권리가 매각으로 소멸하고 어느 권리나 부담을 매수인이 떠안을 수 있는지, 누가 점유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대법원 법원경매정보가 제공하는 서류가 출발점이지만, 서류에 적힌 현황과 지금의 현장이 같다고 단정하면 곤란합니다.
공매에서도 등기와 점유를 읽는 눈은 필요합니다. 다만 공매공고와 재산별 조건을 먼저 구분해야 합니다. 압류재산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신탁재산 공고를 읽으면 계약 체결 기한이나 매수인이 부담하는 항목을 놓칠 수 있습니다. 공고문에 ‘현 상태 매각’, ‘명도 책임은 매수인 부담’ 같은 문장이 있다면 가격표 옆에 따로 적어 둡니다. 짧은 문장 하나가 낙찰 뒤 몇 달의 비용이 되기도 합니다.
공매는 화면보다 공고문의 조건이 더 중요했다
경매는 정해진 매각기일에 법원에서 입찰하는 방식이 익숙합니다. 반면 온비드의 많은 공매는 정해진 기간에 전자입찰을 합니다. 초보에게는 이동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근데 편한 것은 입찰 방법이지, 권리분석이나 자금 마련이 아닙니다.
특히 보증금과 잔금 기한을 경매에서 외운 숫자로 대입하면 위험합니다. 온비드에 올라온 공매도 재산 종류와 개별 공고에 따라 보증금 비율, 계약 절차, 잔금 납부일이 달라집니다. 압류재산은 매각결정 뒤 잔대금을 납부하는 절차를 따르고, 신탁재산 등은 별도의 계약 체결 조건이 붙을 수 있습니다. 저는 입찰할 때마다 공고문에서 입찰 마감 시각, 보증금 입금 완료 시각, 잔금 기한을 다시 읽습니다. 은행에 돈을 보낸 시간과 시스템에서 납부가 확인된 시간도 같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압류재산 공매는 체납액 납부 등으로 매각결정 전에 절차가 취소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온비드 안내에도 이런 가능성이 나옵니다. 그래서 낙찰 예상일만 믿고 이사나 공사 일정을 먼저 확정하는 식의 계산은 하지 않습니다.
명도에서 두 공부의 차이가 크게 드러난다
법원 경매에는 대금을 낸 매수인이 일정한 요건 아래 인도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 절차가 있습니다. 민사집행법상 신청 기한은 대금 납부 뒤 6개월 이내입니다. 그렇다고 신청만 하면 모든 점유자를 곧바로 내보낼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권원으로 점유하는 사람이라면 인도명령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압류재산 공매를 공부할 때는 이 경매 절차를 그대로 기대하면 안 됩니다. 점유자가 자발적으로 인도하지 않으면 협의나 별도의 소송과 집행까지 염두에 둬야 합니다. 신탁재산 같은 다른 공매는 매각 조건도 따로 확인해야 하고요. 현장에 갔는데 우편물이 쌓여 있거나 문이 잠겨 있다고 빈집으로 단정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관리사무소에서 들은 말만으로 점유 관계를 확정하지도 않습니다.
예를 들어 시세를 3억 원, 낙찰 예상가를 2억 5천만 원으로 잡으면 차액 5천만 원이 먼저 보입니다. 하지만 취득세와 등기 비용, 대출 이자, 밀린 관리비 중 매수인이 부담할 수 있는 금액, 명도와 수리 비용을 넣으면 숫자가 달라집니다. 이는 수익 계산 방법을 보여 주기 위한 가정일 뿐입니다. 실제 부담은 물건의 권리관계와 거래 조건에 따라 확인해야 합니다.
저는 입찰보다 먼저 포기할 이유를 적는다
초보 때는 최저가가 두 번 떨어진 물건에 눈이 먼저 갔습니다. 지금은 왜 두 번이나 팔리지 않았는지부터 봅니다. 등기상 권리, 임차인의 전입과 점유, 공고문의 특약, 건물 상태를 확인해도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가격을 더 낮춰 쓰는 것으로 해결하지 않습니다.
- 경매 물건은 매각물건명세서와 등기, 현황조사서를 대조하고 현장을 확인합니다.
- 공매 물건은 압류재산인지 신탁재산인지부터 구분한 뒤 해당 공고의 인수 조건과 납부 기한을 읽습니다.
- 두 경우 모두 대출 가능액은 금융기관에 물건별로 확인하고, 취득세와 보유 비용을 넣어 자금표를 만듭니다.
- 점유 관계가 불명확하거나 인수할 부담의 금액을 계산할 수 없으면 응찰을 보류합니다.
경락잔금대출도 낙찰가의 일정 비율을 당연히 받을 수 있다고 가정하면 안 됩니다. 담보 평가와 소득, 규제, 금융기관 심사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잔금 기한이 짧은 물건일수록 입찰 전에 자기자금과 대출 가능액을 따로 확인해 둬야 합니다.
경매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공매의 낯선 용어도 금방 익힐 수 있습니다. 다만 익숙한 방식으로 모든 공고를 읽는 순간 사고가 납니다. 저는 화면에 뜬 할인율보다 공고문 한 줄과 현장 문 하나를 더 오래 봅니다. 응찰하지 않은 물건은 다시 만날 수 있지만, 잘못 인수한 부담은 낙찰 뒤에야 값을 치르게 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