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하이에 살 때 한국에서 온 지인이 공항에 내리자마자 제게 연락한 적이 있습니다. 인터넷은 되는데 중국 앱 가입에 필요한 인증 문자가 오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중국 유심 추천을 물으면 저는 통신사 이름보다 먼저 ‘데이터만 필요한지, 중국 전화번호도 필요한지’를 묻습니다. 이 차이를 모르고 사면 연결은 됐는데 정작 필요한 일을 못 할 수 있거든요.
짧은 여행이라면 여행용 eSIM부터 비교하세요
3~5일 정도 상하이나 베이징을 여행하고 지도, 번역, 메신저를 주로 쓴다면 여행용 eSIM이 간편합니다. 출국 전에 휴대전화에 설치해 두고 도착 후 데이터 회선을 바꾸면 됩니다. 작은 유심 카드를 꺼내 보관할 필요도 없지요. 다만 휴대전화가 eSIM을 지원하는지, 구매한 상품의 중국 본토 이용 범위가 맞는지는 결제 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여행용 eSIM은 대체로 데이터 전용입니다. 에어알로도 중국용 상품 대부분에 중국 현지 전화번호가 없다고 안내합니다. 알리페이나 위챗 같은 서비스는 해외 번호로 가입할 수 있는 경우가 있으니, 결제 앱을 쓴다는 이유만으로 현지 번호가 꼭 필요한 건 아닙니다. 반면 숙소나 현지 업체가 중국 번호로 전화·문자 인증을 요구한다면 데이터 전용 eSIM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인터넷 접속 방식도 봐야 합니다. 중국 현지 통신망의 일반 데이터와 해외 사업자의 로밍 데이터를 같은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해외 서비스 접속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에어알로는 자사 중국 여행용 eSIM 데이터가 중국 본토 밖으로 연결돼 별도 VPN 없이 일부 해외 서비스를 쓸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안내는 해당 상품의 모바일 데이터에 관한 것이며 호텔 와이파이에까지 적용되는 말은 아닙니다. 다른 상품을 살 때도 ‘중국에서 구글이나 카카오톡이 되나요?’보다 데이터가 어느 경로로 연결되는지 판매자 안내를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중국 전화번호가 필요하다면 현지 유심이 맞습니다
한 달 가까이 머물거나 중국 번호로 연락받을 일이 많다면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의 현지 유심을 생각해 볼 만합니다. 중국 정부의 외국인 생활 안내에 따르면 외국인은 여권을 가지고 통신사 영업점에서 유심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요금제는 통화와 데이터 구성이 다르니 체류 기간에 맞는 상품을 현장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상하이에서 지낼 때는 번호 하나가 생활의 흐름을 바꾸는 걸 자주 봤습니다. 중국인 지인에게 연락처를 알려 주거나 업체의 전화를 받아야 할 때 데이터만 되는 회선은 답답합니다. 반대로 며칠 여행하면서 택시 호출과 결제 앱만 쓸 사람이라면 여권을 들고 영업점에 들르는 시간이 더 아까울 수 있어요. 디디는 해외 휴대전화 번호로도 가입할 수 있다고 중국 정부 안내에 적혀 있으니, 앱마다 중국 번호가 필수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영업점에서는 “我要办一张手机卡。”라고 말하면 됩니다. 발음은 Wǒ yào bàn yì zhāng shǒujī kǎ. ‘휴대전화 유심을 하나 개통하고 싶어요’라는 뜻입니다. 套餐(tàocān)은 요금제이니 “有没有适合短期使用的套餐?”(Yǒu méiyǒu shìhé duǎnqī shǐyòng de tàocān?)이라고 이어 물으면 ‘단기 사용에 맞는 요금제가 있나요?’가 됩니다. 교재식으로 “我要买电话卡”라고 해도 뜻은 통하지만, 실제로는 개통을 뜻하는 办(bàn)과 요금제를 뜻하는 套餐을 알아두면 상담이 훨씬 수월합니다.
무제한이라는 말보다 속도 조건을 보세요
중국 유심 추천 목록에서 ‘무제한’ 표시만 보고 고르는 분이 꽤 많습니다. 그런데 무제한은 사용량 전체가 계속 최고 속도라는 뜻이 아닐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에어알로의 무제한 상품 이용 정책은 기본적으로 하루 고속 데이터 3GB를 넘으면 그날 남은 시간에는 속도가 1Mbps로 낮아진다고 설명합니다. 상품에 다른 기준이 표시돼 있다면 그 기준이 적용됩니다. 영상 통화나 동영상 시청이 많다면 총 용량뿐 아니라 하루 고속 데이터 한도와 속도 저하 후 속도를 같이 읽어야 합니다.
제 기준으로 지도·메신저·번역을 주로 쓰는 짧은 여행은 총 3~5GB 상품부터 비교합니다. 이동 중 영상을 자주 보거나 노트북에 핫스팟을 연결한다면 더 넉넉한 용량이 필요합니다. 이 숫자는 요금제의 보장량이 아니라 사용 습관을 가늠하기 위한 출발점이에요. 숙소 와이파이 이용 시간, 사진 자동 백업 여부만 달라도 실제 소모량은 크게 달라집니다.
상품 기간이 언제 시작되는지도 놓치기 쉽습니다. 에어알로는 대부분의 eSIM이 현지 지원망에 연결될 때 사용 기간이 시작되지만, 설치 시점부터 시작하는 상품도 있다고 안내합니다. 출국 전에 설치하려면 구매 화면의 사용 기간 시작 조건을 먼저 확인하세요. 싼 상품을 골랐다가 여행 마지막 날 기간이 끝나면 절약한 의미가 없어집니다.
출발 전 회선 설정까지 확인하면 편합니다
한국 번호로 인증 문자를 받을 일이 있다면 기존 회선을 유지하고 데이터 회선만 여행용 eSIM으로 지정하는 방법이 편합니다. 이때 한국 회선의 데이터 로밍 설정과 통화·문자 요금 조건은 가입한 통신사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두 회선을 켜 둔 상태에서 어느 회선이 모바일 데이터를 쓰는지 헷갈리면 예상치 못한 로밍 요금이 붙을 수 있습니다. 아이폰은 회선별로 데이터 로밍을 설정할 수 있다고 애플이 안내합니다.
도착해서 데이터가 잡히지 않으면 먼저 선택한 데이터 회선과 해당 회선의 데이터 로밍 설정을 확인하세요. 여행용 eSIM은 상품 안내에 따라 데이터 로밍을 켜야 작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다음 비행기 모드를 잠깐 켰다 끄고 다시 연결 상태를 보면 됩니다. 설치용 QR 코드를 열어야 하는 상황에 대비해 출국 전 와이파이가 되는 곳에서 설치를 마쳐 두는 것도 좋습니다.
친구와 함께 짧게 관광한다면 저는 데이터 전용 여행용 eSIM을 먼저 권합니다. 현지에서 전화받을 일이 많거나 오래 머문다면 여권을 챙겨 통신사 영업점에서 번호가 있는 유심을 알아보겠어요. 중국에서는 ‘인터넷이 된다’와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다’ 사이에 차이가 있으니까요. 여행 일정표를 볼 때 지도보다 먼저 연락과 인증이 필요한 순간을 떠올려 보면 선택이 쉬워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