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의 글에서 ‘계획대로 했다’와 ‘계획한대로 했다’를 나란히 본 적이 있습니다. 두 문장 모두 자연스럽게 읽히는데, 띄어쓰기는 달라야 합니다. ‘계획대로 했다’는 붙여 쓰고, ‘계획한 대로 했다’는 띄어 씁니다. ‘대로’의 뜻만 외워서는 이 차이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앞에 놓인 말부터 읽어야 합니다.
같은 소리인데 왜 붙였다 띄었다 할까요?
‘대로’에는 두 가지 쓰임이 있습니다. 하나는 ‘법대로’, ‘약속대로’의 ‘대로’입니다. 명사 뒤에 붙어 ‘그것을 기준으로’라는 뜻을 더하는 조사이지요. 다른 하나는 ‘본 대로’, ‘약속한 대로’의 ‘대로’입니다. 앞말이 꾸며 주는 의존 명사라서 띄어 씁니다. 소리와 뜻이 비슷해도 문장 속 자리가 다릅니다.
말의 유래를 찾아보면 조금 흥미롭습니다. 우리말샘의 어원 정보에는 ‘대로’가 15세기 문헌인 『월인석보』에 나타나며 ‘대+-로’로 분석된다고 나옵니다. 다만 이 정보만으로 오늘날의 조사와 의존 명사가 각각 어떤 과정을 거쳐 자리 잡았는지까지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의 띄어쓰기를 이해할 때는 옛 형태를 억지로 외우기보다, ‘대로’가 문장 안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한글 맞춤법 제41항은 조사를 앞말에 붙여 쓰도록 하고, 제42항은 의존 명사를 띄어 쓰도록 합니다. 국립국어원의 맞춤법 해설도 바로 ‘법대로’와 ‘아는 대로’를 비교해 설명합니다. 규칙이 둘이라 헷갈리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두 ‘대로’를 같은 글자로 적기 때문에 헷갈리는 셈입니다.
명사 뒤의 ‘대로’는 앞말에 붙습니다
‘법대로 처리하다’, ‘약속대로 만나다’, ‘순서대로 들어가다’, ‘마음대로 고르다’를 읽어 보세요. 법, 약속, 순서, 마음은 모두 명사입니다. 여기에 붙은 ‘대로’는 그 명사를 기준으로 삼는 조사입니다. 그래서 ‘법 대로’, ‘약속 대로’처럼 떼어 적지 않습니다.
교실에서는 ‘설명서대로 조립해 보자’라는 문장을 자주 예로 듭니다. 설명서에 적힌 내용을 따르라는 뜻이지요. ‘설명서’라는 명사에 ‘대로’가 붙은 모양이라 한 덩어리로 적습니다. ‘규칙대로’, ‘원칙대로’, ‘생각대로’도 같은 방식으로 읽으면 됩니다. 명사 뒤에 왔다는 단서가 먼저 보이고, 그 말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뜻이 이어집니다.
‘대로’가 반드시 ‘따라서’라는 뜻일 때만 붙는 것은 아닙니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준비하자’에서는 각각을 따로 구별하는 뜻을 나타냅니다. 여기서도 ‘너’와 ‘나’ 뒤에 붙은 조사이므로 붙여 씁니다. ‘큰 것은 큰 것대로 모아 두자’의 ‘것대로’ 역시 ‘것’이라는 의존 명사 뒤에 조사가 붙은 형태입니다. ‘큰 것’ 사이에는 띄어쓰기가 있지만 ‘것대로’ 사이는 띄지 않는 까닭입니다.
동사가 앞에서 꾸며 주면 ‘대로’를 띄어 씁니다
이번에는 ‘본 대로 그려 봐’, ‘들은 대로 전해 줘’, ‘약속한 대로 와 줘’를 보겠습니다. ‘본’, ‘들은’, ‘약속한’은 뒤의 말을 꾸미는 형태입니다. 그 뒤에 오는 ‘대로’는 의존 명사입니다. 혼자 쓰이지 못하고 앞말의 꾸밈을 받지만, 명사로 다루므로 앞말과 띄어 씁니다. ‘본대로’나 ‘약속한대로’로 붙이면 이 관계가 글에 드러나지 않습니다.
가장 잘 보이는 비교는 ‘약속대로’와 ‘약속한 대로’입니다. 앞의 ‘약속’은 명사라서 조사가 바로 붙습니다. 뒤의 ‘약속한’은 ‘약속하다’가 바뀌어 뒤의 ‘대로’를 꾸며 주는 말입니다. 뜻이 가까운 두 표현이라도 앞말의 모습이 달라지면 띄어쓰기도 달라집니다. ‘계획대로 진행했다’와 ‘계획한 대로 진행했다’도 같은 짝입니다.
‘대로’가 ‘그 즉시’라는 뜻을 나타낼 때도 띄어 씁니다. ‘도착하는 대로 전화할게’는 도착하자마자 전화하겠다는 말입니다. ‘해가 뜨는 대로 출발하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착하는’, ‘뜨는’이 ‘대로’를 꾸며 주고 있으니, 시간의 뜻이 강해졌다고 해서 붙여 적을 이유는 없습니다. ‘틈나는 대로 메모한다’처럼 기회가 생길 때마다 한다는 뜻에서도 띄어 씁니다.
헷갈릴 때는 ‘대로’ 바로 앞을 읽으세요
문장을 쓰다가 손이 멈추면 ‘대로’ 앞의 한두 글자만 보지 말고, 그 말의 기본형을 떠올려 보세요. ‘말대로 하자’의 ‘말’은 명사이므로 붙입니다. ‘말한 대로 하자’의 ‘말한’은 ‘말하다’에서 온 꾸밈말이므로 띄어 씁니다. ‘생각대로 됐다’와 ‘생각한 대로 됐다’도 같은 차이입니다. 겉으로는 비슷한 문장이지만 ‘대로’ 앞의 말이 맡은 역할은 다릅니다.
- 명사나 대명사 뒤에서 기준이나 구별을 나타내면 붙입니다: ‘규칙대로’, ‘너대로’.
- ‘본’, ‘들은’, ‘하는’, ‘할’처럼 앞말이 ‘대로’를 꾸미면 띄어 씁니다: ‘본 대로’, ‘하는 대로’, ‘할 수 있는 대로’.
- ‘도착하는 대로’처럼 ‘곧바로’의 뜻일 때도, 앞말이 꾸며 주는 구조라면 띄어 씁니다.
참고로 ‘그대로’와 ‘이대로’는 사전에도 각각 한 단어로 올라 있습니다. 글을 쓸 때 이 말까지 억지로 ‘그 대로’, ‘이 대로’로 나누지는 않습니다. 눈에 익은 표현일수록 형태를 한 번 확인해 두면 편합니다.
학생들에게는 ‘대로’를 보면 앞말을 먼저 읽자고 말합니다. ‘계획’인지 ‘계획한’인지 구별하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그 짧은 확인이 암기한 규칙보다 오래 남습니다. 띄어쓰기는 소리의 간격을 재는 일이 아니라, 문장 속에서 말들이 맺는 관계를 드러내는 일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