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학생이 칠판에 “그 식당 음식이 맛있데”라고 썼습니다. 직접 가서 먹어 본 이야기인지,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인지 물으니 학생이 잠깐 멈칫하더군요. 이 한 가지를 가려야 ‘데’와 ‘대’도 고를 수 있습니다. 소리는 비슷하지만 두 말이 담는 장면은 다릅니다.
내가 겪은 일을 떠올리면 ‘데’
“그 식당 음식이 맛있데.” 이 문장은 말하는 사람이 그 음식을 먹어 보고, 나중에 그 경험을 전하는 말입니다. “먹어 보니 맛있더라”로 바꿔도 뜻이 통하지요. 국립국어원은 이때의 ‘-데’를 과거에 직접 경험하여 알게 된 사실을 현재의 말하는 자리로 옮겨 말하는 어미로 설명합니다.
“어제 가 보니 손님이 많데”, “직접 들어 보니 목소리가 좋데”도 같은 쓰임입니다. 문장 끝의 ‘데’에는 화자가 그 자리에 있었던 기억이 담깁니다. 그래서 ‘-더라’를 넣어 보는 방법이 꽤 쓸 만합니다. “손님이 많더라”, “목소리가 좋더라”가 자연스럽다면 ‘-데’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직접 확인했다’는 말만 보고 기계적으로 ‘데’를 붙이면 곤란합니다. 직원에게 전화해 예약 가능 시간을 들었다면, 내가 통화한 것은 직접 한 경험이지만 예약 시간 자체는 직원이 알려 준 내용입니다. 무엇을 내 눈으로 확인했고 무엇을 남의 말로 알았는지, 문장이 전하려는 내용을 살펴야 합니다.
남의 말을 전할 때는 왜 ‘대’일까요?
“그 식당 음식이 맛있대.” 이번에는 누군가의 평을 옮긴 말입니다. 친구가 “거기 음식이 맛있어”라고 했을 수도 있고, 식당을 다녀온 가족에게 들었을 수도 있겠지요. ‘맛있다고 해’를 줄인 말이 ‘맛있대’입니다. ‘대’가 어디서 왔는지 알면 표기를 외울 일이 줄어듭니다.
동사와 붙을 때도 원리는 같습니다. “민수가 내일 온대”는 “민수가 내일 온다고 해”, “비가 온대”는 “비가 온다고 해”를 줄인 표현입니다. “언니가 늦겠대”에는 “늦겠다고 해”가 들어 있습니다. 앞의 말 모양에 따라 ‘-ㄴ대’, ‘-는대’, ‘-대’처럼 보이지만, 다른 사람이 한 말을 전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같은 식당을 두고도 “가 보니 음식이 맛있데”와 “친구가 그러는데 음식이 맛있대”는 모두 가능합니다. 어느 하나를 틀린 표기로 지울 일이 아닙니다. 말한 사람이 음식을 먹어 봤는지, 누군가의 평가를 전달하는지에 따라 글자가 달라진 것입니다.
‘좋은데’와 ‘좋던데’는 어떻게 다를까요?
학생들이 가장 많이 헷갈리는 대목은 문장 끝에 붙은 글자만 보고 판단할 때입니다. “이 책 좋은데?”의 ‘-ㄴ데’는 눈앞의 책을 보고 느낌을 말하며 상대의 반응을 기다리는 표현입니다. “좋은데, 조금 무겁다”처럼 뒤의 말을 이어 주기도 합니다. 이런 자리에 ‘좋은대’를 쓰면 뜻이 달라지거나 문장이 어색해집니다. ‘남에게 들은 말이면 대’라는 기억법 하나로 모든 ‘데’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 식당 괜찮던데”의 ‘-던데’도 자주 보입니다. 먹어 본 경험을 떠올리며 말할 수 있고, “친구가 괜찮다던데”처럼 들은 말을 떠올리며 말할 수도 있습니다. 뒤 문장은 ‘괜찮다고 하던데’가 줄어든 말입니다. 남에게 들은 내용이 들어 있어도 끝은 ‘-던데’입니다. 국립국어원의 설명에서도 이 자리를 ‘-던대’로 쓰지 않습니다.
“쟤는 왜 저렇게 잘한대?” 같은 문장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여기서 ‘-대’는 꼭 누군가의 말을 옮기는 뜻만은 아닙니다. 눈앞의 사실을 두고 놀라거나 의아해하며 묻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어떻게 맞혔대?” 역시 그런 경우입니다. ‘대’는 언제나 전해 들은 말이라는 식으로 좁혀 외우면 이런 문장에서 막히게 됩니다.
띄어 쓴 ‘데’는 또 다른 말입니다
“숙제를 하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의 ‘데’는 앞에서 본 어미와 다릅니다. ‘일’이나 ‘경우’의 뜻을 지닌 의존 명사라서 앞말과 띄어 씁니다. “가는 데마다 사람이 많다”의 ‘데’는 ‘곳’에 가깝습니다. 국립국어원도 장소나 일의 뜻을 나타내는 ‘데’는 의존 명사로 보고 띄어 쓰도록 안내합니다.
“운동하는 데 시간이 든다”와 “운동하는데 비가 왔다”를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보입니다. 첫 문장의 ‘데’는 운동하는 일에 시간이 든다는 뜻이고, 두 번째 문장의 ‘-는데’는 앞뒤 내용을 이어 줍니다. 소리만 듣고 적기보다 ‘일’이나 ‘곳’으로 바꿀 수 있는지 확인하면 띄어쓰기도 한결 선명해집니다.
교실에서는 ‘데’와 ‘대’를 고르기 전에 먼저 “그 장면에 네가 있었니?”라고 묻곤 합니다. 그러면 학생들이 문장 뒤에 숨어 있던 말하는 사람을 찾습니다. 내가 본 일인지, 누가 전한 말인지, 아니면 뒤의 말을 이어 주는지. 그 장면이 떠오르면 비슷하게 들리던 두 글자도 제자리를 찾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