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머리를 감고 나서 배수구에 쌓인 머리카락을 보며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평소보다 많이 빠지는 것 같으면 샴푸부터 바꾸고 싶어진다. 그런데 빠진 머리카락의 개수만으로 탈모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그 변화가 얼마나 이어졌는지를 함께 보는 편이 낫다.
빠지는 양보다 달라진 모양을 먼저 보기
미국피부과학회에 따르면 하루에 머리카락 50~100개가 빠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범위다. 샤워할 때 한꺼번에 보인다고 해서 그날 갑자기 모두 빠진 것도 아니다. 며칠간 묶고 지냈거나 빗질을 적게 했다면 더 많아 보일 수 있다.
대신 거울에서 같은 자리를 살펴보자. 앞머리 선이 조금씩 뒤로 가는지, 정수리의 두피가 전보다 넓게 보이는지, 가르마 폭이 달라졌는지가 단서가 된다. 매일 들여다보면 차이를 느끼기 어려우니 한 달 간격으로 같은 조명과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 두면 좋다. 머리카락을 억지로 세거나 매일 사진을 비교하며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반면 동전처럼 둥근 빈자리가 생기거나, 두피가 붉고 아프거나, 각질과 가려움이 심해졌다면 모습이 다르다. 이런 변화는 흔히 떠올리는 유전성 탈모 외의 원인도 생각해야 하므로 피부과에서 확인하는 게 좋다.
갑자기 많이 빠진다면 지난 몇 달을 돌아보기
탈모는 모두 같은 속도로 진행되지 않는다. 유전성 탈모는 대체로 서서히 눈에 띄지만, 출산이나 큰 병, 고열, 수술, 급격한 체중 감소 뒤에는 머리카락이 갑자기 많이 빠질 수 있다. 미국피부과학회는 이런 변화가 원인이 된 일을 겪고 몇 달 뒤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지난주에 특별한 일이 없었다고 원인을 못 찾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는 셈이다.
예를 들어 두세 달 전 심하게 앓았거나 식사량을 크게 줄였다면 진료 때 이야기해 둘 만하다. 복용을 시작하거나 바꾼 약이 있는지도 함께 확인하자. 약이 의심되더라도 스스로 끊지는 말고 처방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철분 부족이나 갑상선 문제처럼 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어, 원인을 짐작만 하며 영양제를 여러 개 사는 것은 순서가 뒤바뀌기 쉽다.
특히 빠지는 양이 급격히 늘었거나 빈 곳이 빠르게 커진다면 오래 지켜보기보다 진료를 받는 편이 마음도 편하다. 진료실에서는 언제 시작됐는지, 어느 부위가 달라졌는지, 최근 건강 상태와 복용 약이 무엇인지 설명하면 원인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탈모 샴푸와 치료제는 역할이 다르다
광고를 보다 보면 샴푸 하나로 머리숱이 돌아올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샴푸는 주로 두피와 모발을 씻고 관리하는 제품이다. 부드럽게 감고, 젖은 머리를 거칠게 문지르지 않고, 강하게 당기는 머리 모양을 피하는 습관은 손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것만으로 모든 탈모의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전성 탈모로 확인되면 치료 선택지가 달라진다. 바르는 미녹시딜은 남녀의 특정 유형 탈모에 쓰이며, 남성형 탈모에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피나스테리드를 사용할 수 있다. 약은 누구에게나 같은 효과가 나지 않고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임신 중이거나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사용할 수 있는 약이 달라지므로 반드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치료를 시작해도 며칠 만에 달라지지는 않는다. 미국피부과학회는 미녹시딜의 변화를 평가하는 데 보통 6~12개월이 걸린다고 안내한다. 사용을 중단하면 얻었던 효과가 줄어들 수도 있다. 그래서 친구에게 잘 맞았던 제품을 그대로 따라 사기보다 내 탈모 유형과 꾸준히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생활 습관은 부담 없이 오래 가는 쪽으로
생활 습관을 손보는 일도 의미가 있다. 끼니를 자주 거르거나 단기간에 체중을 크게 줄이는 식사는 피하고, 단백질을 포함해 여러 음식을 고르게 먹는 것이 기본이다. 특정 영양소가 부족한지 모른 채 보충제를 많이 먹는다고 머리카락이 더 빨리 자라지는 않는다. 미국피부과학회도 일부 영양소를 과하게 섭취하면 오히려 탈모가 악화될 수 있다고 안내한다.
두피가 예민하다면 세게 문지르는 습관이나 잦은 열기구 사용부터 줄여 볼 만하다. 다만 생활 습관을 바꿨는데도 가르마가 계속 넓어지거나 원형의 빈 곳이 생긴다면 자책하며 기다릴 이유는 없다. 탈모는 원인이 여러 가지라 같은 증상처럼 보여도 필요한 대처가 다를 수 있다.
머리카락이 몇 가닥 빠졌는지에 하루의 기분을 맡기기보다, 달라진 모양과 시기를 기록하고 필요한 때 진료로 확인하는 방식이 덜 지치고 더 실용적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