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카페 메뉴에서 오르조 라떼를 보고 커피의 한 종류인가 싶었습니다. 색은 커피처럼 진한데, 마셔 보니 볶은 곡물 특유의 구수한 향이 먼저 느껴지더군요. 집에서도 마셔 보고 싶어 제품을 찾다가 한 가지를 알았습니다. ‘오르조’라는 이름은 음료에도, 쌀알처럼 생긴 파스타에도 쓰입니다. 커피 대신 마실 것을 찾는다면 포장에서 ‘볶은 보리 음료’ 또는 ‘인스턴트 보리’인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오르조를 살 때 원재료부터 확인하는 방법
오르조는 이탈리아어로 보리라는 뜻입니다. 음료로 말할 때는 대개 볶은 보리로 만든 커피 대용 음료를 가리킵니다. 반면 파스타 오르조는 모양이 보리알이나 쌀알을 닮은 작은 파스타입니다. 바릴라가 소개하는 파스타 오르조의 재료는 밀 세몰리나이고, 음료용 오르조와는 조리법도 전혀 다릅니다.
음료용 제품도 구성이 모두 같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크라스탄의 보리 오르조 제품에는 원재료가 보리 한 가지로 표시돼 있습니다. 이런 제품은 보리 자체에 카페인이 없어 커피를 줄이고 싶을 때 고르기 좋습니다. 다만 오르조라는 이름만 보고 모든 제품이 카페인 없는 음료라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커피가 섞인 제품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니까요.
- 커피를 피하고 싶다면 원재료명에 커피나 커피 추출물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 단맛을 조절하고 싶다면 설탕이 들어간 혼합 분말인지, 보리만 든 제품인지 구분합니다.
- 글루텐을 피해야 한다면 보리로 만든 음료라는 점을 기억하고 제품 표시를 확인합니다.
- 분말인지, 티백인지, 추출용 가루인지 살펴봅니다. 같은 오르조라도 만드는 방식이 다릅니다.
특히 분말을 샀는데 커피 가루처럼 필터에 넣어 추출하려 하거나, 추출용 가루를 물에 바로 녹이려 하면 기대한 맛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구매 전 포장의 조리 안내를 한 번 읽는 것만으로 이런 실수를 피할 수 있습니다.
처음 마신다면 진하기를 이렇게 맞춰보세요
인스턴트 오르조는 컵에 분말을 넣고 따뜻한 물이나 우유를 조금 부어 먼저 풀면 덩어리가 덜 생깁니다. 그다음 나머지 물이나 우유를 채웁니다. 크라스탄은 자사 인스턴트 제품에 한 잔당 2~3작은술을 안내하지만, 제품마다 농도가 다르니 처음에는 포장에 적힌 양을 기준으로 잡는 편이 편합니다.
아메리카노 같은 느낌을 기대한다면 우유보다 물이 낫습니다. 물을 넉넉하게 넣으면 부드러운 보리차에 가까워지고, 조금 적게 넣으면 볶은 향이 진하게 올라옵니다. 첫 잔은 권장량대로 만든 뒤 물을 한두 모금씩 더하는 식으로 조절하면 취향을 찾기 쉽습니다. 한꺼번에 묽게 만들면 되돌리기 어렵거든요.
라떼로 마실 때는 분말을 소량의 따뜻한 물에 먼저 녹인 뒤 우유를 부으면 됩니다. 차갑게 마시고 싶어도 이 순서가 편합니다. 얼음부터 넣은 컵에 분말을 바로 털어 넣으면 바닥에 뭉칠 수 있습니다. 설탕이나 시럽은 다 만든 뒤 맛을 보고 넣어도 늦지 않습니다. 볶은 보리의 고소함이 생각보다 분명해서, 단맛 없이도 괜찮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커피와 맛을 비교할 때 기대하면 좋은 점
오르조는 색이 짙고 볶은 향이 나지만 원두커피와 똑같은 맛은 아닙니다. 커피 특유의 산미나 선명한 쓴맛보다 곡물의 구수함이 중심에 있습니다. 평소 진한 에스프레소를 좋아한다면 첫 모금이 순하게 느껴질 수 있고, 고소한 라떼를 좋아한다면 우유와 잘 어울릴 수 있습니다.
저녁에 따뜻한 음료를 마시고 싶은데 커피는 부담스러울 때 오르조가 반가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보리만 사용한 제품은 카페인 없이 볶은 향을 즐길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디카페인 커피와 같은 제품은 아닙니다. 디카페인 커피는 커피 원두를 사용하고, 보리 오르조는 출발 재료부터 다릅니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맛있는지는 평소 좋아하는 향에 따라 갈립니다.
건강에 좋다는 말만 믿고 여러 잔을 달게 만들어 마실 필요는 없습니다. 오르조 자체의 카페인 여부와 별개로, 설탕이나 시럽을 얼마나 넣는지가 한 잔의 맛과 구성을 크게 바꿉니다. 우유를 넣으면 고소함이 커지고 물로 만들면 볶은 향이 더 또렷해지는 식으로, 재료를 바꿔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남은 분말을 편하게 활용하는 방법
한 통을 샀다면 매번 같은 비율로 마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침에는 물을 넉넉히 부어 가볍게, 오후에는 우유를 더해 진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얼음과 우유를 넣은 잔에는 충분히 녹인 오르조를 천천히 부으면 색이 층을 이루어 보기에도 좋습니다. 다만 층은 곧 섞이니 맛을 위해 특별한 도구를 준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보관할 때는 젖은 숟가락이 분말에 닿지 않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습기가 들어가면 가루가 뭉쳐 한 잔씩 덜어 쓰기 불편해집니다. 뚜껑을 잘 닫고 제품 포장에 적힌 보관 방법을 따르면 됩니다.
제게 오르조의 매력은 커피를 완전히 흉내 내는 데 있지 않았습니다. 익숙한 컵에 담긴 새로운 곡물 향이 꽤 괜찮았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포장으로 맛을 보고, 마음에 들면 물과 우유의 비율을 바꿔가며 자기 입맛에 맞는 한 잔을 찾는 게 가장 즐거운 방법 같습니다.
